연습 중인 연극 <콤플렉스> 배우들

연습 중인 연극 <콤플렉스> 배우들 ⓒ 극단 지금여기

 
"당신의 콤플렉스는 무엇인가요?"
 
콤플렉스.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을 뜻한다.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밝히기 불편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단해 보이는 누군가가 사실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묘한 공감과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스탠리, 보이 체크, 리처드 3세, 햄릿, 이아손 등 유명한 고전 희곡 속 인물들도 과연 콤플렉스가 있을까 궁금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연극이 극단 '지금여기'의 인물극 시리즈 <콤플렉스>(류신 작, 차희 연출, 정재헌 음악)다. <나를 만드는 시간들>(2021), <메이킹>(2022)에 이은 '지금여기'의 세 번째 인물극 시리즈로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10일, <콤플렉스>의 차희 연출과 전화로 연극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 연출은 이 작품으로 제15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이번 작품 <콤플렉스>는 어떤 연극인가. '내 안의 거주자'라는 부제도 눈에 띈다.
"내 안에 있지만, 나랑은 별개의 존재로서 콤플렉스를 바라본다는 의미다. 우리는 콤플렉스를 열등감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열등감은 콤플렉스 반응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연극은 정확하게 콤플렉스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우리 안에 거주하게 됐으며, 우리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칼 융(Carl Gustav Jung)의 단어연상검사 실험을 통해 등장인물들 무의식에 감춰진 콤플렉스를 선명하게 무대에서 보여준다. 그렇게 관객들 역시 자신들 콤플렉스가 무엇이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 어떻게 작품을 연출하게 됐나. '인물극'이라는 장르도 특이한데.
"기존 연극과 다른 연극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2002년 류신 작가와 공동으로 극단을 창단하면서부터 계속된 고민이었다. 인물극은 기존 연극의 서사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접하는 드라마 대부분은 서사물이다. 보통의 서사물은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달되지만, 인물극은 사건 대신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러한 이야기 전달 방식을 통해 '사람'이 직접적인 주제인 연극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오랜 상처에 '괜찮다' 말해주는 연극 되길"
  
 극단 지금여기의 공동대표이자 연극 <콤플렉스>의 연출 차희

극단 지금여기의 공동대표이자 연극 <콤플렉스>의 연출 차희 ⓒ 극단 지금여기

 
-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 이유가 있나.
"우린 일상에서 자기의 능력, 소유, 성취, 성격, 외모 등을 타인과 비교 당하거나 스스로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런 비교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때때로 채울 수 없는 욕망으로 자존감이 흔들리고 집착이 생길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이 그런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타인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저히 감추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프닝이 발생한다. 어찌 보면 '웃픈'데 어쩌겠나, 우리 인생의 장르가 블랙코미디인데."
 
- 등장인물들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나.
"강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게 되는 '우월콤플렉스'(스탠리, 엄태옥 분), 자신의 모든 불행이 돈이 없어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게 되는 '돈 콤플렉스'(보이 체크, 장재승 분), 외모 때문에 자신이 늘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외모 콤플렉스'(리처드 3세, 장명갑 분),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선택의 상황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결정장애 콤플렉스'(햄릿, 오지숙 분), 자신의 성공을 위해 능력 있는 여성을 아내로 삼고 싶어 하는 '온달 콤플레스'(이아손, 이상희 분)가 다뤄진다."
 
- 그 가운데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은.
"보이 체크처럼 특히 측은지심이 생기는 인물에 조금 더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외로움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인물이라 더 그렇다. 기존 희곡에 류신 작가가 입혀놓은 인물의 가정사가 기구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여자에 대한 편력이 흥미진진했다. 내 돌아가신 엄마가 항상 '엄마면 다 같은 엄마냐', '엄마 없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특히나 생전에 하셨던 그 말씀이 자주 떠오른다. 그게 무슨 말인지 새삼 와닿는다."
 
-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콤플렉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들이다. 그 욕망에 이끌려 행동하게 되는데, 원작에선 대부분 결말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결말보다 그 욕망의 근원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릴 적 가정불화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어른이 돼서도 무의식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쉽게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는 거다.
 
자신을 탓하지 않길, 잊으려고 너무 애쓰지도 않길 바란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절대 잊히지 않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다 큰 어른이 된 후에도, 혹은 아이를 낳은 부모가 된 후에도 충분히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거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회복이니까. 이 연극이 뭔가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 하고 상처를 불어주고 '괜찮다~' 라고, 속삭여 주길 바란다. 상처가 있든 없든 따뜻함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올곧이 자기 자신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한편 연극 <콤플렉스>는 6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미마지 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공연하며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과 공휴일 오후 4시에 관람할 수 있다.
 
 연극 <콤플렉스> 포스터

연극 <콤플렉스> 포스터 ⓒ 극단 지금여기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콤플렉스>
대학로 미마지 아트센터 물빛극장 2024.06.04. - 06.30
평일 저녁 7시 30분/주말‧공휴일 오후 4시/17일, 24일 공연 쉼
콤플렉스 차희 극단지금여기 연극콤플렉스 대학로연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