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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5월 14일 심의회를 열어 '옛 탐라대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 건'을 각하했다.

제주도민 878명이 청구한 안은 '제주도가 2016년 416억 원을 들여 매입한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을 위해 하원 테크노캠퍼스 지구단위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진행 중'에 '2월 5일 자로 한화시스템이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한화우주센터 공장 신축 허가 신청서가 제출'되었다며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도민 다수가 참여하는 숙의형 정책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의회에서 이 안이 각하됨에 따라 더 이상의 공론장 마련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계획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두 편에 걸쳐서 관련 사안을 둘러싸고 생각해봐야 할 지점을 정리하려고 한다.

지하수 보전 원칙과 충돌
 
지하수 보호 보전 관리 구역
 지하수 보호 보전 관리 구역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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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진행되는 옛 탐라대학교 부지는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382조와 지하수 관리조례 제22조에서는 지하수의 과다 개발에 따른 지하수 고갈 방지와 수자원 보호를 위해 지하수자원특별관리 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옛 탐라대학교 부지 31만 835㎡중 90% 이상인 292,219㎡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해당한다.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지하수 개발 이용 허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히 적용해야 하며 민간의 지하수 개발과 이용 허가를 도지사가 허가해 주어서는 안된다. 한 예로 2019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 추가로 지정되었을 때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내 지하수 신규 취수를 신청했지만 제주도가 불허했다. 제주도는 법제처 해석에 근거해 불허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법제처는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서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를 예외 대상으로 둬서는 안 된다'라고 결론지었다.

강이 없는 제주도에서 지하수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도민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생명수라고 불린다. 3월 28일 진행된 하원테크노캠퍼스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 계획 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포함해 하루 551㎥ 용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지역의 지하수 허가 용량은 하루 최대 500㎥이다. 허용된 한도를 최대한 뽑아내도 부족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상수도와 연결하여 용수공급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배수지 용량 증대 및 여러 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하수 처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업지구의 하수는 색달공공하수처리시설로 연결되는데 색달공공하수처리시설은 2030년 증설 계획이 실현될 때까지는 하수량이 처리용량을 지속적으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하수처리장이 먼저 증설되어야만 해당 사업부지에서 발생하는 하수가 제대로 처리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원테크노캠퍼스지구단위계획 중간 보고
 하원테크노캠퍼스지구단위계획 중간 보고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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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하수자원특별관리 구역 내 위성제조공장과 로켓제조공장이 들어설 경우 제조 공정 시 용제, 접착제, 코팅제, 세척제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적절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대기와 수질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사업 추진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지정 취지를 거스를 수밖에 없다.

중산간 보전 원칙과 충돌

제주도가 2023년 11월 공고한 2040제주도시기본계획은 300m 이상 중산간 지역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설정하면서 개발을 억제하고 보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40 제주도시기본계획
 2040 제주도시기본계획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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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간 구조와 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안 도시기본계획은 구체적이고 구속력을 지닌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데 지침이 된다. 제주도는 2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제한해 청정 환경과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을 마련'할 것이며 '해발고도 300미터 이상 지역에 대해서는 기준 마련 시까지 신규 지구단위계획의 입안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상반기 중 지구단위계획 등 중산간 지역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앞장서서 해발 400m 이상 지역을 산업단지로 적극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해발 300m 이상 지역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제한하려는 제주도의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해발 400m 지역에 공장 설립을 허가한다면 이후 빗발치는 중산간 개발 요구를 엄밀하게 제한하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 보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 위반

환경영향평가법 2조 1호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 확인 및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

즉,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 확정 후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계획 수립 단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그 평가 결과가 나와야 이를 토대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와중에 한화시스템의 위성제조공장 설립을 허가해 주었다. 사유지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 토지 활용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옛 탐라대학교 부지는 제주도의 공유재산이다. 오영훈 도지사의 핵심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위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청구건을 각하한 과정상의 문제, 제주 군사화 우려 등에 대해 다음 글에서 정리하려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제주 녹색당 운영위원장이며 청구인 중 한 사람입니다.


태그:#탐라대학교, #한화시스템, #하원테크노캠퍼스, #오영훈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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