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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공교육화,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이진욱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
 이진욱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
ⓒ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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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말씀하시지만, 현재 법적 지위나 고용구조 등은 학교에 소속된 사람이 아닌 '외부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생기는 고충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었나요?

"굉장히 많죠. 일단 '저 사람은 외부인이다'라는 시선이 항상 느껴져요. 학교에서 미술 과목을 하시는 분께 학교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술 과목은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쓰레기를) 학교에 버리지 말고, 강사가 가져가라는 거예요. 쓰레기가 발생하면 얼마나 많이 발생한다고요. 그리고 수업 자료가 필요한데, 학교 복사기를 쓰지 못하게 합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항의하면 금방 고쳐져요. 그런데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거죠.

우리 보고 '(학교 공간을) 빌려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어떤 강사 선생님에게 학교에서 '(수업을) 방학에는 오전으로 옮겨서 해야 한다'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나는 시간이 안 되니 원래 하던 대로 하겠다'고 하니 학교와 약간 갈등이 있었어요.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교사가 '학교에서 공간을 빌려주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대요. 이 말을 들으신 선생님이 화가 나신 거죠. 결국, 사과 받았어요.

또 하나는 강당을 쓰는 음악줄넘기 과목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인데요. 보통 1시부터 시작하는데, 어쩌다 보니 수업시간과 겹친 거예요. 강당이 넓은데 이쪽에서는 줄넘기 수업을 하고, 저쪽에서는 체육 수업을 하는 상황이었죠. 줄넘기 수업은 확성기를 쓰거든요. 체육 수업을 하는 교사가 조용히 하라고 그랬나봐요. 볼륨을 줄이면서 서로 양보하면 되는데, 갑질하는 것처럼 말했나 봐요. 그래서 강사 선생님이 속상하셨나봐요. 며칠 있다가 교장 선생님이 보자고 그래서 갔더니, 정규 수업이 우선이니까 잘 협조하라고 말하더라고요. 거기서 끝난 게 아니고, 그 수업이 결국 폐강됐다고 하더라고요. 수요가 있었던 거로 아는데, 운영 계획을 세우면서 교실을 안배해야 하니 폐강이 된 거죠. 누가 봐도 이유는 뻔하죠."

방과후학교강사는 을도 아닌 병, 정

- 학교와 직접 위수탁계약을 맺으시기도 하지만, 위탁업체가 중간에 있는 거로도 아는데요. 학교와 직접 계약을 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학교로서는 개인이든, 업체든 모두 위탁이긴 하죠. 강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업체를 하나 더 거치면 안 좋은 점이 많죠. 학교와 직접 계약할 때도 불안한데, 업체를 거치면 고용불안이 더 심해지죠. 그리고 교재나 교구 관련해서 수업 재량권을 많이 박탈당해요. 위탁에 낙찰되려면 최저가를 제시해야 하잖아요. 업체가 낸 금액으로 적자가 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요? 교재나 교구를 팔아야죠. 강사들에게 교재나 교구를 강요합니다.

교재나 교구도 그렇고 고용불안 관련해서도 학교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봐요. 업체위탁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신경 쓰면 해결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는 행정적인 업무나 절차가 늘어나니까, 신경 쓰지 않으려고 업체위탁을 하는 거죠. 업체위탁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교원들의 업무경감입니다. 그런데 업체위탁을 해도 입찰공고에 '강사 사용과 관련해서는 모든 사항을 학교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은 후 진행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원청기관(학교)에 강사 채용에 권한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신경 쓰지 않고, 업체가 횡포 부리고 강사를 마음대로 잘라도 나 몰라라 하죠.

학교와 업체와 계약하는 건 강사료 관련해서만 계약하게 돼 있어요. 교재교구는 별도로 계약하게 돼 있거든요. 모든 기업이, 공공기관과 지방계약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을 할 때도 비슷한 기준들이 적용돼요. 인건비와 나머지 부대비용을 별도로 계약하거든요. 이 말은 학교에서 업체와 계약한 부분은 강사료고, 교재교구는 별도로 선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학교가 많죠. 업체를 선정했으니 업체에 맡겨버리는 거죠. 일부 학교에서는 우리가 요구해서, 일부 과목의 교재나 교구는 강사들이 원하는 것을 선정한 적도 있어요. 우리는 한 두 학교가 아니라, 전체적인 길라잡이 내용이나, 교재교구 선정에도 강사가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교재, 교구에 대해 자존감이 대단하거든요. 그 분야의 전문가잖아요. 아무거나, 업체가 주는 대로 하겠다는 분들은 주로 초보 강사분들이에요. 노하우가 많지 않으니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겠죠. 제가 본 사람들은, 밤을 새워서 교재를 집필하거나, 서점에 나가서 수십 종의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중 하나를 골라요. 그런데 교재교구를 업체가 강요해서 써야 한다면 강사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교육의 질도 떨어져요. 예를 들어서 로봇 같은 교구는 한 번 사면 몇 년을 써요. 조립하고 분해하면 되니까요. 업체가 바뀌면 1년밖에 못 써요. 학부모나 학생에게도 손해죠. 연속성도 없고요.

이 교재, 교구는 강사들 고용과도 연결돼 있어요. 업체가 강사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 교재나 교구 때문에 그래요. 학교에서는 무관심으로 방치하고요. 강사들은 '우리는 을도 아니고 병, 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말한 교재, 교구로 인한 수업 재량권 침해, 고용불안을 더 심화시키는 문제점 외에도 업체위탁은 방과후학교강사 입장에서 여러모로 불리하다. 강사료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에 강사의 수입이 줄어든다.

각 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입찰공고나 관련 문건을 보면, '기초금액 대비 인건비 지급률 등을 준수하여야 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기초금액'은 입찰 과정에서 처음 제시되는, 기본이 되는 금액이다. 기초금액에 여러 항목을 계산해서 낙찰가가 정해지고, 이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업체는 낙찰되기 위해서 금액을 최대한 깎는다. 이윤이 얼마 남지 않거나 적자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교재, 교구를 강사에게 강요하거나 강사에게 돌아갈 몫이 깎이게끔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는 이진욱 선생님. 이 당시는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였으나 현재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과후학교강사분과로 편제됐다.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는 이진욱 선생님. 이 당시는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였으나 현재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과후학교강사분과로 편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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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에 가입하시고, 최근 전국교육공무직본부로 방과후학교강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방과후학교강사에게도 노조의 필요성이라던가, 뭉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지금까지 말한 것들만 봐도 힘들게 일하고, 무시당하고 있죠. 그러면서 말도 잘못하는 강사들을 많이 봤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 더 자기 목소리를 내야죠. 강사들이 주눅 들어 있어요. 만난 강사들 대부분이 그렇고,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에요. 노조에 제보하면서도 자기 이름은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죠.

이런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지만, 강사들이 모이고 몇 년 동안 활동하면서 바꿔낸 것들도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수용비를 강사료에서 떼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의 없어졌고요. 최대 2년까지 재계약할 수 있는 조항도 생겼죠. 전에는 분기별로 계약해서 그때마다 서류 내고 심사 봤거든요. 2년까지 계약 가능한 것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지만요.

여러 가지 차별도 많이 없어졌어요. 앞에서 말한 미술 과목 쓰레기 문제처럼 너무 어이없는 문제는 전화 한 통만 해도 해결이 되거든요. 노조가 있어서 점차 바뀌는 거죠. 근데 아직 불안하긴 하죠. 고용불안 속에서 살고, 눈치 보면서 수업하고요.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고, 많이들 가입했으면 좋겠네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방과후학교 수업

- 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신 적이 있다면요?

"학생들이 열심히 해서 학교 안팎의 풍물 행사, 대회, 발표에 나가서 멋지게 자기 모습을 보여줬을 때 기분이 좋죠. 제가 가르친 아이 중 한두 명이 이쪽 길을 걷고 있어요.

인생이 바뀐 경우도 봤어요. 이야기가 길어지는데…(웃음) 제가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수업하던 초창기 때, 2001년쯤이었을 거예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풍물을 가르쳤는데, 1학년 학생 중에 북을 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약간 어눌했는데, 북 칠 때만큼은 사람이 변하더라고요. 온몸에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열정적으로 하는데, 그렇게 열정적인 모습을 여태껏 본 적이 없어요.

그 뒤로 그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서 알게 됐는데요. 방황하던 친구였대요. 대학에 갈만한 성적도 나오지 않았고요. 그러던 친구가 풍물을 하면서 변했다는 거예요. 학업에 조금 관심 갖게 됐다는 거죠. 그 친구가 게임을 잘했어요. 게임 대회에서 상 탄 거로 대학에 합격했다는 거예요. 게임 수상 실적으로 대학에 간 것이긴 하지만, 학업 성적이 뒷받침돼서 가능하기도 했죠. 풍물을 하면서 착실해져서 그렇게 됐다는 걸 다른 친구들에게 들었어요. 거기서 끝이 아니고, 게임대학이 다른 대학교와 합병되면서 그 학교의 학생이 됐어요. 몇 년 뒤에 장사하는 것을 본 적도 있고요. 그야말로 인생이 뒤바뀌었죠."

- 방과후강사로서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고용이 안정됐으면 좋겠고, 강사들이 편하게, 자부심 갖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됐으면 합니다. 노조를 탈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방과후학교강사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 아주 안타깝죠. 쭉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됐으면 합니다. 어떤 선생님은 학부모 모임에 나갔는데, 누가 자기를 학원 강사로 소개했대요. 나중에 왜 학원 강사로 소개했냐고 물어봤더니, 방과후강사라고 하면 무시한다고 했다 하더래요. 또 가족 모임에 갔더니 아버지가 방과후강사라고 하지 말라고 한 분도 있고, 남편도 '그 일 언제까지 할 거냐. 이젠 안정적인 일을 하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는 분도 있고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1편의 기자말에서 밝힌 것처럼, 학교의 역할이 커지면서 학교에서는 더이상 공부만 하지 않는다. 정규 수업 외에 이뤄지는 여러 활동을 통틀어 '교육복지'라고 하는 건 어떨까? 복지가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듯, 교육복지 역시 저소득층에만 제공되던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이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돼가고 있다. 이 교육복지 중 하나가 방과후학교이다. 학생들은 방과후학교에서 여러 활동이나 학습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는 참된 어른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다.

기사를 올리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학교를 더 즐겁게 다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과후학교강사들은 불안한 고용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을,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찌우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로 뭉친 방과후학교강사들은 방과후학교 역시 공교육이므로 학교의 책임과 공공성을 더 강화하고, 더 나아가 방과후학교를 법제화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태그:#교육공무직, #방과후학교강사, #방과후학교, #교육복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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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선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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