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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주박에 술을 담고 있는 주모
ⓒ 조찬현
비 오는 날(9일) 예술의 거리를 찾았다. 광주의 이미지와는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거리의 조명 시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 오는 날이면 그리워지는 음식이 있다. 막걸리에 파전이다. 그런데 어찌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막걸리 한잔 어떻겠느냐고 지인이 묻는다. 실은 우리 일행은 증심사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소리 시인이 있어서 그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 나막신
ⓒ 조찬현
가게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압도한다. 오래된 그림과 예술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허나 홀은 텅 비어있다. 주모는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가기 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며 아쉬워한다. 딴 가게는 이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이집은 전남도청이 있던 시절에는 빈자리가 없었단다.

▲ 막걸리 하면 이소리 시인이 떠오른다.
ⓒ 조찬현

▲ 기본 상차림
ⓒ 조찬현
주모가 이 시인에게 술을 따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시인의 가족에게 이 사진을 보내겠다고 농담을 하자 주모는 박장대소를 한다.

“워매워매 그 이삔 각시를 어디다 숨겨놨소. 우리 남편 능력 있그마.”

이집의 주인장 김성숙씨는 나이를 묻자 허리띠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하며 걸쭉한 농담을 잘도 한다.

▲ 해물파전
ⓒ 조찬현

▲ 특별 주문한 독특한 항아리를 사용한다.
ⓒ 조찬현
이윤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주인의 철학답게 동동주를 시켰더니 기본 상차림이 푸짐하게 나온다. 동동주 한 됫박에 7천원이다. 안주로 주문한 해물파전은 모양새가 화려하다. 반죽에 갖은 양념과 쪽파, 오징어 등을 넣고 고명으로 올린 홍고추와 당근으로 색감을 살렸다.

동동주를 담아 내온 옹기그릇은 옹기 도예가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들었다고 한다. 주전자에서 술을 따르듯 쫄쫄 따른다.

“직업을 사랑해야 음식도 정이가고 그러지, 집에서 서방 밥 차리는 것보다 더 신경을 씁니다. 주인은 영업장의 시녀고 고객은 왕이잖아요.”

남편 밥상 차리는 것 이상으로 신경을 써야 만이 고객이 다시 업소를 찾는다고 말한다. 넉넉한 인심에다 걸쭉한 입담에 재미가 배가 되는 집, 된장찌개와 해물파전이 아주 그만이다. 밑반찬 또한 어릴 적 먹었던 어머님의 손맛이 그대로 배어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태그:#파전, #동동주, #예술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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