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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하반기 최대 이슈는 단연 대통령 선거. 지지율 50%를 뛰어넘는 굵직한 후보, 그 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정치인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지만, 인지도 1%도 되지 않는 이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오마이뉴스>는 [2007대선 마이너리그] 기획을 통해 이들을 만나봤다. 인터뷰는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10문 10답과 2분 유세로 진행됐다. 두 번째로, 가수 김용구(47)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 밤무대 가수, 2007 대선에 도전하다! 철산동 '백악관'의 주인공 김용구 후보, 효자동 '청와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 황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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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직업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출마 이유를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가수들의 권익 보호와 서민들의 대변자로서 깊은 결심을 하고 출마하게 되었습니다.(다섯 글자로 부탁드렸는데요) 음…, 가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나왔습니다."

 

3.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만류한 사람은
"그런 사람은 없었고 스스로 한 달간 고심하다가 출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4. 라이벌 대선 예비후보는
"라이벌이란 개념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5. 주요공약 한 가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가수들의 권익과 서민생활의 보호입니다. (국민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TV에 나오는 가수들과 일반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들간의 출연료 격차가 매우 큽니다.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은 공연도 많지 않은데다가 출연료도 적어 노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가수들의 권익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이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노숙자들도 개인의 잘못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국가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요즘 우리 사회는 도덕성과 신뢰성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기초질서를 확실히 하여 제2의 동방예의지국을 만들겠습니다.”

 

6. 선거운동 방법은
"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7. 공탁금 5억원을 마련할 방안은
"후원회장 4분과 함께 본격적인 생각해 봐야지요."

 

8. 주량은
"소주 2잔, 맥주 500cc 한 잔이면 족합니다."

 

9. 좌우명은
"성실, 근면, 검소"

 

10. 유권자들이 자신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가수생활을 20여 년 하면서 많은 지방행사를 다녔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서민들의 뼈아픈 구석구석을 보았지요. 많은 사례를 들어 알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습니다. 아마 정치인들은 그분들의 고충을 잘 모를 것입니다. 현 정치의 잘못된 관행들로 말미암아 보호 받아야 할 서민들이 굶주리는 현실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꼭 대통령이 되어 이 분들을 구제해주고 싶습니다.”

 

 

[취재후기] '백악관' 가수의 '청와대' 입성을 위한 당찬 도전!

 

"뭐? 밤무대 가수가 대선에 나온다고? 하하하 왜?"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소개하는 무명의 '밤무대 가수'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밤업소'에 대한 호기심까지 더해져 추석 연휴 전 금요일(21일) 저녁 8시, 그가 일하는 곳을 취재차 방문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밤무대 가수'는 관중을 쉽게 압도하는 재치있는 동네 아저씨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밤무대 가수'는 당황스러울 만큼 정반대였습니다. 작은 체구와 차분한 말투, 수줍은 성격의 그는 작은 카메라조차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거리의 시민들 앞에서 2분 유세를 제안했을 때는 '그냥 저기 조용한데서 합시다'라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연설을 할 때는 2분을 채우지 못해 절절매기도 했죠.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포부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걸까'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 짜증이 지나쳐 연민이 되었던 걸까요? 먼 길을 온 내 발걸음이 아까워서라도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너무 자신감이 없어 보이시네요"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그래요? 자, 한 번 해 봅시다"라며 명함을 꺼내들었습니다.

 

김씨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40대 여자 무리로 다가갔습니다. 그가 명함을 내밀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자, 그들은 김씨를 '카바레 삐끼'로 생각했는지 재빨리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더 하더군요. "아저씨가 가수라고요? 처음 봤는데" "대통령에 나간다고요? 어려우시겠네" 등 민망할 정도로 직격탄을 쏘아대더군요.

 

어느 누구도 김씨의 대통령 출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씁쓸한 표정에 괜히 미안해지더군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자리에서 빛이 난다고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제가 생각했던 '밤무대 가수'였습니다. "예~" "쏴아~" 취임새를 넣어가며 '멋진 인생'을 노래하는 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김 후보님! 바로 그거예요!'

 

철산동 '백악관'의 주인공 김용구 후보, '청와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태그:#대선후보, #김용구, #밤무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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