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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벌써 16년이 되었어도 결혼기념일에 여행을 떠나보지 못했다. 올해는 다행히 토요일 휴무 날이라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가까이 있는 서해 무의도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고자 출발했다.

 

무의도를 들어가고자 잠진도 부두에 도착해 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부두의 찻길 끝머리에는 갈매기도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진도에서 무의도까지는 배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배를 한 바퀴 돌리면 다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가까이 있다. 배가 출발하니 우리를 축하하듯 갈매기가 배를 따라 비행한다.

 

무의도 여행은 광명 선착장이 있는 샘꾸미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인 하나개 해수욕장,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인 실미도 유원지와 무의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다. 우리는 먼 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무의도 선착장에서 샘꾸미 방향으로 달려가다 보니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우리를 반겨주고 차량도 많지 않은 한적한 도로에는 바다 냄새가 다가온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가니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의 가옥은 새마을 사업으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하고 빨간색, 파란색으로 단장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처음 보는 꽃이 눈에 들어와 내려서 쳐다보니 향기가 사로잡는다. 축 늘어진 꽃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알아보니 그 꽃은 하늘 천사 꽃이다. 꽃 이름과 같이 꽃도 크고 아름답다. 그 동네를 살펴보니 하늘 천사가 잘 자라는 지방인 것 같다. 많은 집에서 하늘 천사를 키우고 있다.

 

 

 

차를 세우고 방파제로 걸어가는데 낚시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시기인듯 고기를 잡아 올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샘꾸미 등대에서 바라다보이는 소 무의도와 어촌이 동양화를 보는 듯 감동을 안겨주었다.

 

다음 행선지인 하나개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많은 차가 서 있다. 해수욕장에 들어가 보니 물이 점점 많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서 있던 자리에도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하나개 해수욕장은 섬에서 가장 큰 개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밀가루같이 고운 모래로 깔렸다. 물이 많이 들어와서 개벌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모래사장에는 원두막 모양의 많은 방갈로가 지어져 있다.

 

 

해수욕장에서 좌측으로 바라보면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드라마 <천국의 계단>세트장이다. 물이 철썩철썩 소리가 들리는 해수욕장을 따라 세트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아름답게 지어져있는 세트장으로 걸어보았다. 

 

다리 아래는 물이 가득 차있고 끝머리에는 낭떠러지기로 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세트장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산과 어울려 더 아름답게 보인다. 건물 앞의 의자에 주인공처럼 누워보면서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었다. 천국의 계단 첫 방송 때 송주(권상우)가 피아노를 치던 장소에서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새삼스럽다. 그 옆에는 석양의 아름다운 불기둥 사이로 억새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것을 바라보니 아름답게 보인다.

 

 

많은 사람이 보며 즐기던 드라마 촬영장에서 결혼 16주년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영화 <실미도>의 촬영장이 있는 실미도 유원지였다. 사람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실미도에는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간다고 한다. 물이 만조가 되는 시기라 실미도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유원지만 둘러보았다. 새집모양으로 만든 곳을 살펴보니 바다에서 고기를 잡은 것을 말리고 있다.

 

실미도 유원지를 자동차로 돌아보는데, 아름다운 장소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 같아 보인다. 석양이 밀려오는 그곳 사이로 햇빛이 비추어주니 너무 황홀하다. 의자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면 온종일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실미도를 나와서 가시오가피를 구하려고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향하다 보니 길이 없어졌다. 다니던 길이 물이 만조가 되어 길을 덮여버렸다. 길에 물이 덮여버려 많은 차가 길에서 오고 가도 못하고 서 있다. 이런 현상을 일 년에 일회정도 있는데 올해는 벌써 두 번째 온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내왕하는 관광도로를 이렇게 두면 되는지 모르겠다. 그곳에서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무의 선착장에서 잠진도로 나오는 마지막 배가 7시까지 있다고 했다. 우리는 6시 배로 나왔는데 그곳에서 기다리는 차량은 7시전에는 물이 빠지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무의도 여행을 마치고 잠진도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그 식당에는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기다렸다가 먹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이한 것도 아닌 해물칼국수집인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음식을 먹어보니 양도 많고 해물도 많이 들어 있다. 해물과 국수가 반반 정도로 된다고 보아도 좋다. 시원한 맛과 바다의 향기를 듬뿍 담아 주는 그 칼국수 또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올해 결혼 16주년 기념일은 무의도에서 가족이 함께 저녁놀의 아름다운 석양을 만끽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아서 뜻 깊은 여행이 되었다.


태그:#무의도, #샘꾸미, #히나개해수욕장, #천국의 계단, #실미도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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