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정부의 '충청권 홀대'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심상찮은 충청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전을 방문한 뒤, 충청민심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대전지역 12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사랑시민협의회(회장 홍성표)는 11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앞으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의 대전 건립은 물론 그 외의 대통령 공약사항이 이행될 때까지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만천하에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4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를 열어 서울 광화문에 현대사 박물관(가칭 기적의 역사관) 건립을 추진키로 결정했기 때문.

 

이에 대해 박성효 대전시장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활용한 국립근현대사박물관 건립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전사랑시민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우리 150만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고 대전시와 정부당국이 함께 협조하여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의 지난 4일 발표에 당혹감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이어 "이에 우리 대전사랑시민협의회 128개 단체는 40만 회원의 이름으로 정부 당국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며 "충남도청 청사 건물에 건립하겠다고 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 공약이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거짓 공약이었는지를 확실히 밝히고,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외에 그에 버금가는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즉시 대전시민에게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충청권 홀대'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전은 지난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명분 속에 실질적인 소외와 홀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입장이었으나, 현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조성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국책사업의 대전 유치를 비롯한 공약사항들이 어느 것 하나 가시화 되지 않고 있는 것에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홀대와 소외를 받는 일이 없도록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 시민 모두의 자성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초당적 분발과 협력을 촉구하면서 우리 150만 대전시민의 역량을 한데 모아 지역 현안문제들이 확실하게 이루어 질 때까지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충청권 방문,  오히려 '충청권 홀대 논란' 가중 시켜

 

이러한 대전 시민들의 볼멘소리는 최근 정부가 보여준 '충청 홀대' 입장이 계속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충청홀대론'은 '행정도시 건설 반대론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충청민들이 가장 우려해오던 문제였다.

 

대선후보로 충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방문 때마다 행정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과 이에 더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추진 및 충남도청 이전 부지에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 등을 공약하면서 충청 표심을 공략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및 내각 구성에서의 충청인사 소외, 행정도시건설 예산 삭감, 대덕연구개발특구 예산 삭감, 근현대사박물관 건립 공약 백지화 등의 논란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면서 충청민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심상치 않은 민심을 감지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5일 대전시와 충남도를 방문,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충청권 홀대' 논란만 가중시키고 말았다.

 

충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순자 최고위원은 '충청권 홀대'가 심각하다고 민심을 전한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언쟁을 벌이면서 "그런 태도 때문에 한나라당이 욕을 먹는 것이다"라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황진하 의원은 '국방대 논산 이전 재검토' 발언으로 논산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다녀간 이후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인 이완구 충남지사와 박성효 대전시장, 임성규 논산시장 등 단체장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정부와 한나라당의 태도를 성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1일 지역언론에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행정도시로 이전할 정부 부처가 12부4처2청에서 9부2처2청으로 바뀌었는데도, 정부가 이에 대한 변경고시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부가 행정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 충남도청 이전부지에 박물관 건립,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충청권 추진, 국방대 논산이전 등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끓어오르고 있는 충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대전시, #대전시민사랑협의회, #충청권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