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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에 따른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개최한 '전국 법관 워크숍'에서 상당수의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법행정의 일환이라고 판단해 신 대법관의 사퇴 반대 등 신 대법관을 옹호하는 의견은 단 1건도 없었다.

 

28일 법원행정처가 판사들만이 공유하는 특정 내부통신망에 게시한 '전국 법관 워크숍 논의 결과'에 따르면 촛불 배당과 관련해 상당수의 참석자들은 당시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 독립을 침해했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또 이번 사태는 단순한 비위사건이 아니라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킨 사건으로 이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징계를 청구해야 할 사안이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할 사건이 아님에도, 윤리위원회에서 실질적 논의 없이 회의를 속행하면서 시간만 지체하고 있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권자였던 신 대법관의 행위는 그 자체가 징계사유에 해당해 법관윤리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법원 권위 실추 행위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 권한이 없으므로, 윤리위원회 회부는 부적절하고,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로 곧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직자윤리위원회 회부도 결국 징계절차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인데, 윤리위원회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절차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반론도 있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 징계절차, 향후 행정소송까지도 가능한 사안에 관해 법관들이 논의하고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시 워크숍에서는 신 대법관의 책임 및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집약된 의견으로 공표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사법행정권장의 행위가 부적절함을 전제로 책임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고, 나아가 거취 문제에 관해 논의해 그 결과를 도출하거나 외부에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사법행정권자의 행위가 적절한지를 논의하는 것은 사법신뢰를 지키는 데 하등 도움이 될 게 없고, 더욱이 법관 개인의 거취문제에 관해 다른 법관들이 직접적으로 결론을 내 집단적으로 이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당시 최소한 윤리위원회에 사법행정권자로서의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권 침해였다는 것이 전국 법관 워크숍에 참석한 판사들의 의견이라는 점은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법관 독립뿐만 아니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판사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결국 당시 법관 워크숍에서는 이번 워크숍은 사법부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는 자리로 하자는 의견과 참석한 법관들이 배심원도 아니고 법원의 대표권을 받아서 온 것도 아닌데 신 대법관의 책임 및 거취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더 이상의 실질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이에 참석한 법관들은 신 대법관의 행위나 윤리위원회의 심의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지는 않는 것으로 하고, 다만 사법행정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라는 주제를 논의하면서 판사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자는 정도로 정리됐다고 법원행정처는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0∼21일 충남 천안시 상록리조트에서 전국 법관 7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법관 워크숍'을 열었으며, 참석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인사말을 제외한 나머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정영진 부장판사 "윤리위 진행되는 동안 사법신뢰 실추 불 보듯 뻔해"

 

한편, 법원행정처가 이번 워크숍 결과를 공개하자 신 대법관 사태에 대해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왔던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사법시험 24회)가 법원내부통신망에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정 부장판사는 "워크숍 논의 결과를 보면 단지 집단적 의견 표명이 없었을 뿐 상당수 법관들이 신 대법관 거취 문제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했음을 알 수 있는 반면, 신 대법관 사퇴 반대 등 그를 옹호하는 의견은 단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과거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비위 사건 절차가 수회 속행됐던 전례에 비춰 이번 윤리위원회 진행도 수회 속행이 예상된다"며 "이처럼 윤리위 진행이 지지부진한 동안 사법부에 쏟아질 국민적 비난과 사법부 신뢰 실추는 불을 보듯 뻔해 법원가족들이 이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정 부장판사는 "윤리위 심의의 법적 근거가 문제되고, 그 진행마저 지지부진한 마당에 윤리위 심의가 진행 중이라거나 '징계절차, 향후 행정소송까지도 가능한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법관들이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위조차 이를 심의하고 있는 마당에 법원조직법상의 적법한 사법행정 자문기관인 판사회의 구성원들이 신 대법관 징계 등 거취 문제에 관해 논의하고, 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의해 의결까지 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뿐만 아니라 대법관 징계 관련 행정소송은 법관징계법상 대법원 단심으로 규정돼 있어 일반 법관들이 그 재판을 담당할 일도 없으므로 아직 제소되지도 않은 행정소송이 법관들 논의의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워크숍에서 신 대법관의 거취에 관한 집단적 의견 표명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부장판사는 "이제 전국 법관 워크숍이 끝난 이상 참가했던 법관들이 소속 법원에서 워크숍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취합된 일선 법관들의 정제된 의견은 5월 1일로 예정돼 있는 전국 법원 수석부장판사 회의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국법관회의, #법원행정처, #신영철,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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