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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 서아무개(29)씨는 퇴근 준비를 한다. 하지만 표정이 어둡다. 내일이 주말이지만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오늘은 일찍 퇴근합니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인해 지친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너무 짧은 개발기간... 야근은 필수

서씨는 2007년 2월 전공을 살려 IT서비스 업체에 입사했다. 초기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 좋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너무 짧은 개발 기간을 주며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요구했던 것이다.

"윗사람은 개발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일정을 맞추라고 해요. 개발자들만 죽어나는 거죠."

경영자가 일정을 준수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발자의 입장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서씨는 하소연했다. 프로젝트 초기에 분석·설계를 아무리 잘해도 개발 단계에서 변수가 생기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것들은 배제하고 프로젝트 기간을 최대한 짧게 잡으니,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야근은 필수가 된다.

한 공공기관의 프로젝트에서 근무 중인 김아무개(29)씨는 잦은 야근의 이유 중 하나로 '최저가 입찰제'를 꼽았다. 발주기업이 현재 시스템과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철저한 파악 없이 '싸고 빠르게'만 외친다는 것이다. '을'의 입장인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인력도 부족하게 배치된다. 그 인력들이 한정된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니 당연히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전 직장에서 통신사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김아무개(27)씨는 '갑'의 무지와 변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합의했던 목표 아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고 해 버린다는 것. 거기다가 요구사항을 추가하기도 한다. 철저히 처음의 목표를 위해 분석·설계됐기 때문에 중간에 방향을 틀어 버리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갑'을 상대하는 개발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것들을 감수해서 정해진 기간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니 업무 강도는 가중된다.

좋은 품질 위해서 개발자 처우개선이 우선

"S/W 개발직은 3D업종으로 인식된 지 오래예요."

이들처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린다. 서씨는 "힘든 현실 속에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밤을 새더라도 원했던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면 '성취감'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자에 대한 처우는 바닥 수준이다. 야근이나 주말근무에 대한 초과근무 수당은 받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고 서씨는 전했다. 또, "정당한 초과 근무수당인데 신청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신청해도 받지도 못하고 윗사람에게 찍히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직원들의 작은 불편함까지 챙기며 복지에 신경 써서 이직률이 낮은 G기업은 좋은 예"라며 "그 정도는 아니라도 기본적인 대우라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발자에 대한 인식도 지적하며, "해외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좋은 대우를 받으며 개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IT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생명이 짧고 대우도 좋지 않다"고 했다.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열정이 힘든 현실 속에 묻혀서 식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아직은 새로운 기술과 업무를 배우는 것이 좋아요. 다만 개발자들이 힘낼 수 있도록 현실이 조금만 받쳐주길 바랄 뿐이죠."


태그:#S/W 개발자, #야근, #IT,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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