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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는 녀석이 15년 전 작은 딸입니다.
▲ 작은딸 앞에 있는 녀석이 15년 전 작은 딸입니다.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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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고지서 우편이 아닌 우표가 제대로 붙은 연애편지 같은 그런 편지였다. 수신인은 큰 딸이었다. 저녁에 큰 딸에게 전해주었더니 씨익 웃으며 정성스럽게도 뜯는다. 궁금하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는데 웬 학생 사진이 몇 장 나오고 장문의 편지가 나온다. 사진 속의 학생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너무도 정성스럽게 쓴 편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편지를 읽던 딸이 갑자기 큼직한 눈물을 떨군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한참 후에 딸이 편지와 사진을 들고 와서 보여주는데 결국은 나 역시 편지지 위에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사연인즉 딸이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XX복지관을 통해서 한 달에 몇만 원씩 소녀가장을 도와주었던 모양이다. 원래는 수혜자와 직접적으로 연결을 안 시켜주는데 그 학생이 복지관을 통해 어렵게 부탁을 해서 연락처를 알아냈다는 사연과 학생의 장래희망 등이 적혀 있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딸아이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번 달 월급 타면 주소도 알고 했으니 비싼 것은 아니더라도 코트나 하나 사서 연말 선물로 보내야겠단다. 내가 뭔 말을 하겠는가? 허허 하고 웃을 수밖에!

뒤에 있는 녀석이 15년 전 큰딸의 모습이지요.
▲ 큰딸 뒤에 있는 녀석이 15년 전 큰딸의 모습이지요.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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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서도 많은 돈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써왔다는 그 마음가짐에 아버지인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역시 내 딸이었다. 이날 저녁 나는 자식 제대로 키웠다는 나름대로의 위안과 그런 딸이 대견스러워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아마 지금쯤 딸은 그 예쁜 학생의 코트를 고르느라 제 동생과 동대문을 돌아다니고 있겠지 싶다. 그까짓 추위인들 대수랴? 마음이 훈훈한데! 내가 이렇게 마음이 따듯한 딸만 둘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다.

그 학생의 사진은 밝히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딸들의 15년 전 어릴 적사진으로 대신한다. 파~ 하하하~~~ 정말 신난다. 이렇게 신나는 일에 눈물은 왜 찔끔거리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태그:#소녀가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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