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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을 놓고 여권 대권주자들이 '네가 뭘 아느냐'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대기업에 대한 초과이익공유제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자사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에 분배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자금지원·정부사업 참여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8일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를 지내신 분이 급진좌파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같은 날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이 뭘 아느냐. 또 그가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되받으면서 언론을 통해 격론을 벌였다.

 

2일도 홍 최고위원과 정 위원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방안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정운찬 "초과이익공유제 절대 양보 못해"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윤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사회주의적 분배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윤목표를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할 경우, 초과 이익을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처럼 이익의 일부를 협력업체에 제공하자는 의미"라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에 강제로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행하는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자는 것이어서 반시장적인 요소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대기업이 엄청난 초과이익을 남길 때 협력 중소기업은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이윤으로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의 초과이익 공유를 통해 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되고 우리 경제도 장기적인 선순환을 통해 건강한 시장경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전준비를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사무국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며 "홍 최고위원은 훌륭한 분이라 생각하지만 동반성장문화 조성과 초과이익공유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고, 동반성장위원회도 그 방향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나는 731부대를 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는 731부대가 일본 세균전 부대이고 잔혹한 생체실험 부대였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의 말은 지난 2009년 11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731부대가 뭔가요?'는 박선영 선진당 의원의 질문에 정 총리가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대답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일을 재론한 것으로, '홍준표가 뭘 아느냐'는 정 총리의 발언에 반격한 것이다. 그는 이어 "내가 국회에 있으면서 8년 동안 환경노동위원장도 하고, 기획재정위원회에도 있었다. 한 8년 그렇게 하면서 경제 관련 업무를 좀 알고 있다"고도 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익공유제도라는 것은 기업에 성과가 많이 나고 초과이윤이 많이 났을 때, 종업원들이나 임직원들에게 주식도 주고, 상여금, 특별성과금도 주는 그런 제도"라며 "노사관계에서 적용되는 제도를 노사관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협력사에도 이익을 주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현행법 제도에도 맞지 않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식의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렇게 되면 사회주의 하에서 배급하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이 있느냐. 그래서 '급진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이익공유제도라는 것은 노사관계에 적용되고, 따라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친서민' 주도권 쥐기 위한 대권 주자들의 기 싸움?

 

정 위원과 홍 최고위원의 논쟁은 표면적으로는 '이익공유제는 급진 좌파 정책' '홍준표가 뭘 아느냐'는 두 사람의 발언이 충돌한 설전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정책의 큰 방향에 대한 정책논쟁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다소 생경한 방법을 제시했다면, 홍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서민특위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개선과 중소기업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 시 납품업체가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상태여서, 각 개별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조합이 납품단가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또 특허권 침해 등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침해가 있을 경우 법원이 피해액 3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정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는 '많이 가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방식인 반면, 홍 최고위원의 주장은 '중소기업이 가진 것을 대기업이 뺏지 못하게 하는' 형태다. 정 위원장의 제안은 대기업의 자발적 선의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홍 최고위원의 안은 법의 구속력을 동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통점도 있다. 대권에 대한 야심이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한국 경제의 시급한 과제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정책에 대한 성과를 낸다면, 이명박 정부의 친 대기업 이미지를 불식하는 동시에 야당에 대항할 수 있는 친서민 여권 대권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번 논쟁은 대선 예비주자들의 친서민정책 주도권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

 

정태근 "현실 대안 찾고 국민 위로해야지, 싸울 때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논쟁 방식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비판적인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으로 '중소기업 호민관'을 자처해온 초선의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합리적인 논쟁'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한 분(정운찬 위원장)은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고, 한 분(홍준표 최고위원)은 서민정책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어서 두 분의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홍준표가 뭘 알아' '731부대도 모르면서' 이런 식으로 논쟁을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불안감을 안겨주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정 의원은 "지금 시기엔 양극화 치유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되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단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으로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줘야 할 때이지,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홍준표, #정운찬, #상생정책, #친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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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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