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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 출신의 박수찬 한울중 교사의 영림중 공모교장 임명 제청 문제를 두고 빨리 교장 제청을 하라는 영림중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 그리고 어떻게 하든지 이를 안 하려는 교과부(장관 이주호)의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에도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요청에 따라 박교사를 교장으로 추천하였으나 교과부는 이런 저런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교장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또 다시 절차를 거쳐 영림중에서 박 교사를 공모교장으로 추천하였는데 이번에는 정치후원금 27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형사 기소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한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교과부가 교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사례는 유례가 없는 사태이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보도자료를 내고 박 교사의 교장 임용 제청을 요구하고, 곽노현 교육감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여전히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즉 직위해제자는 교장 승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교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직위해제 운운은 교과부의 월권이자 판례 무시 불법 행위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6조에는 "징계의결 요구, 징계처분, 직위해제 또는 휴직 중인 경우 승진임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교장 승진에 이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검찰 기소 사실로 교장 임용할 수 없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후원금 27만원을 이유로 기소된 박수찬 교사는 이미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징계시효 2년을 지났기 때문에 징계를 할 수도 없는 것이 명확하다.

만약 박수찬 교사가 형사 기소를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한다면 그 때는 조금 달리 볼 여지는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는 중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언뜻 보면 박 교사도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직위해제가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형사 기소를 이유로 한 직위해제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공무원의 결격사유) 상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유죄선고 즉, 금고 이상의 형 또는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 선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 등으로 이미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직위해제처분취소]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두15412 판결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사자가 당연퇴직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박수찬 교사가 기소된 사건은 이미 1심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고,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껏 벌금 30~50만원의 선고가 내려진 상태이므로 당연퇴직형을 받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아예 없다.

박교사만 직위해제? 행정의 평등원칙·자기구속의 원칙 위배하는 위헌

또한 이번 사건을 이유로 직위해제를 할 수 있느냐는 정당성과 별도로 박수찬 교사만을 직위해제한다면 이는 우리 헌법 제11조가 정한 평등의 원칙 등의 위반으로 보인다. 국가를 비롯한 행정기관이 권한 행사를 함에 있어서 따라야 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자기구속의 원칙 등이다.

평등의 원칙이란 행정기관은 특별한 합리적 사유가 없는 한 행정객체인 국민을 공평하게 처우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평등의 원칙은 우리 헌법 제11조(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가 명문으로 규정한 원칙인데, 여기서의 법은 국회 제정 법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 법률, 시행령, 조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당연히 징계나 직위해제가 해당된다.

행정권의 행사에 있어서 지켜야 하는 또 다른 원칙으로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법리)"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재량권의 행사에 있어 행정청이 동일한 사안에 있어서 제3자에게 행한 것과 동일한 결정을 하도록 스스로 구속당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같은 행위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처분을 했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부작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치후원금 기소를 이유로 박 교사만 직위해제한다면 그것은 우리 헌법이 정한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평등의 원칙과 자기구속의 원칙 모두를 위반한 위헌임이 분명해 보인다. 즉, 박수찬 교사를 직위해제 하려면 함께 기소된 1,400명의 교사들을 모두 직위해제 해야 하며, 다른 이들을 직위해제 하지 않으려면 박수찬 교사 역시 직위해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미 동일한 사안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280명의 교사에 대해서 전국 16개시도 교육청 중 어느 한 곳도 직위해제를 한 곳이 없어서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만 직위해제 하는 것도 자기구속의 법리상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또 다른 근거는 헌법이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헌법재판소 판례(헌재 1997.5.29 [96 헌가 17]. 同旨:1990.11.19[90 헌가 48]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으로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며, 여기의 불이익에는 형사절차상의 처분에 의한 불이익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기본권제한과 같은 처분에 의한 불이익도 입어서는 아니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딜레마 '아무도 직위해제 못한다'... 결국 교장 제청 해야

우리 교육공무원법 등 현행법상 형사 기소는 교장 임용 제외 사유가 되지 못한다. 또 교과부 장관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박 교사를 직위해제 할 수도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직위해제를 하더라도 그 권한은 서울교육감에게 있는데,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직위해제할 가능성은 "0%"로 보인다.

두 번째, 형사 기소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직위해제 하는 것도 박교사의 기소가 기껏해야 벌금 30~50만 원 정도의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 제33조가 정한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대법 판례나 법리상 직위해제를 할 수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놔 둘수도 없어 직위해제를 하라고 자꾸 강요하자니 헌법이 규정한 일반원칙인 행정의 평등원칙·자기구속의 원칙에 어긋나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백보 양보하여 곽 교육감이 직위해제를 결심했을 때에도 이런 시비는 똑같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교과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법적 근거가 미약하여 월권 논란에, 대법 판례 위반, 나아가 위헌 논란까지 이는 상황에서 마냥 임용 제청을 거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시간을 끌 수는 있어도 결국 교과부도 박수찬 교사의 영림중 공모교장 임용 제청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교과부가 이런 위헌 논란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태그:#영림중, #공모교장, #곽노현, #임용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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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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