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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코리아국제포럼.
 제3회 코리아국제포럼.
ⓒ 코리아국제포럼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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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 (그건) 혁명이 아니다."

맘두 하바시 이집트사회당 사무총장이 28일 한 말이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운동에 참여한 좌파 활동가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28일 오후 연세대학교 제2도서관(연세·삼성학술관)에서 열린 제3회 코리아국제포럼 대담 '아랍의 봄-아랍 변혁과 민중의 민주주의'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대담은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묻고,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코리아국제포럼은 각국의 진보적인 학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이다. 이번 주제는 '전환'이다. 포럼조직위원회는 "신자유주의·자본주의를 넘어 소련식 사회주의와는 다른 그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시대의 본질적 특징을 '전환'의 개념에 담았다"고 밝혔다. 포럼조직위원회에는 21세기코리아연구소, 대안경제센터 등이 들어가 있다. 포럼은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 열린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아랍의 봄'을 좌파 시각으로 분석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권력 구조가 본질적으로 바뀌는 게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재스민 혁명'은 아직 진정한 혁명이 아니라고 봤다.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스민 혁명'은) 혁명이 아니다.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 같은 항거다. (같은 의미에서 이집트뿐만 아니라) 튀니지(에서 독재자 벤 알리를 몰아낸 것도) 혁명이 아니다. 지금 아랍은 혁명도 반혁명도 아닌 모호한 상태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이집트의 변혁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그간 축적된 구조적 모순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인의 42퍼센트가 빈곤선 아래에 있었다. 이 중 절반이 절대빈곤에 해당했다. (무바라크)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소득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내무부, 군부, 국영신문인 <알 아람> 같은 공공 부문의 급여가 기층 노동자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알 아람> 편집장의 급여가 60만 달러(약 6억 9천만 원)"라고 말했다.

'60만 달러'에 대해 문 교수가 확실한 수치인지 다시 물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두 달 전에 보도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 대목에서 문 교수는 이집트사회당이 월 200달러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무바라크 하야 후 새로 내무부 장관에 오른 사람이 자신의 급여가 30만 달러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부정부패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부정부패에선 이집트가 세계 챔피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민중, 배신감 느끼고 있다"

맘두 하바시 이집트사회당 사무총장.
 맘두 하바시 이집트사회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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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올해 초 중간계급과 기층민의 요구가 결합되면서 무바라크 하야를 요구하는 변혁 운동이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간계급이 주로 민주화와 사회 정의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층민은 경제적 처우 개선에 더 무게를 실었다고 진단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정치적 변혁을 '자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이라고 부르는 시각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SNS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중간계급 중심으로 운동이 시작된 것은 맞지만, 그것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기층민과 좌파 정당이 한 역할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무바라크 축출 후 구체제가 완전히 바뀐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집트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는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고 있고,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유력 정치 세력이 이를 묵인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현재 이집트에서 군 최고위원회, 무슬림형제단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주의 세력, 민족주의 세력, 자유주의적 세속주의 세력, 무바라크 추종 세력, 좌파 세력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각 세력 내에 다양한 분파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중 좌파가 기층 민중과 함께 혁명의 편에 서 있고, 나머지 세력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28일(현지 시각) 총선을 앞두고 이집트 곳곳에서는 '군 최고위원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군이 민중을 너무 쉽게 봤다. 민중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두 번째 봉기가 일어난 것인데, 군 최고위원회는 저항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다양한 세력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이집트에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군 최고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제시한 총선과 개헌 일정을 따라야 한다는 흐름과 '진정한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흐름이다.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전자는 반혁명 세력, 후자는 혁명 세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거와 관련, 맘두 하바시 사무총장은 "좌파만 빼고 다들 돈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며 금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좌파)에게 돈은 없지만 거리의 민중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이집트, #아랍 민주화, #재스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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