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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재보선 투표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장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진 가운데, 2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도착한 최 의원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최 의원은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이라며 "만약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최구식 "저는 전혀 모릅니다" 10.26재보선 투표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장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진 가운데, 2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도착한 최 의원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최 의원은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이라며 "만약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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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기획본부장은 이번부터 스핀 닥터(Spin Doctor)제를 도입할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7월 22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을 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한 말이다.

경찰이 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등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분산서비스공격(DDoS)한 범인이 최구식 의원의 9급비서(운전기사)인 공아무개(27)씨라고 발표하면서 홍 대표의 '스핀 닥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홍 대표는 "영국의 보수당이 (대처 정부로) 14년 동안 집권하고 있을 때 노동당의 피터 만델슨이 스핀 닥터 역할을 맡아서 노동당의 조합주의, 파괴주의 색깔을 완화시키고 집권에 성공했다"며 "이번 홍보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 특권정당, 웰빙정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피터 만델슨이 한 스핀 닥터 역할을 해달라"고 최 의원에게 주문했었다.

최구식, '스핀닥터' 임무 수행했나

홍 대표는 '스핀 닥터'를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1984년에 사설에 쓰면서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팩트(fact)를 '돌리거나 비튼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단순히 '홍보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이라는 게 본래 의미에 가깝다. 노엄 촘스키가 '스핀'을 "'가진 자'들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이 만약 최 의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한나라당의 스핀 닥터'로서 업무중 '최대치'를 수행한 셈이다.

최 의원은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관련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황당한 심정"이라며 "보좌진과 주변을 상대로 확인해 봤지만 제 운전기사가 그런 일에 연루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 쪽에 따르면, 운전기사 공씨는 최 의원과 동향으로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8월께부터 일했다. 공씨는 지난달 21일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직의사를 밝혔고, 28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공씨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범인이라는 말은 어제 처음 들었다"며 "공씨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씨는 현재까지 범행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으나 실제로 공격을 진행한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강아무개씨 등 직원 3명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강씨는 공씨의 요청을 받고 선거 당일 새벽 1시께 실제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 잠시 마비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일을 운전기사 시켰겠나" vs. "누굴 믿고 그런 일 했겠나"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최 의원이 시킨 것이라면, 그런 큰일을 27살짜리 운전기사에게 시켰겠느냐"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연봉 약 2000만 원 받는 9급 비서가 무슨 이유로, 누구를 믿고 이런 사건을 일으켰겠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와 디도스공격을 실행한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강씨가 만난 시기는 길어도 1년을 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은 또 이 홈페이지 제작업체가 주민등록증 제작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갖고 있다.

경찰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방식의 사이버 공격을 가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와 IT업체 직원 3명을 적발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원우, 이석현 의원이 방문해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한나라당 인사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철저한 수사 촉구 경찰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방식의 사이버 공격을 가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와 IT업체 직원 3명을 적발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원우, 이석현 의원이 방문해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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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파악을 위해 경찰청을 방문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근거로 "공씨와 강씨가 단순한 친분관계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며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이 업체와 공씨 사이에 어떤 금전적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핵심이고, 이를 위해 경찰도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들 외에 또다른 관련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씨와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3인 모두 최 의원과 동향 출신이라는 점도 관련 의혹을 확산시키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조선일보>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문화부와 정치부에서 근무하다 2002년 차장 대우를 끝으로 언론계를 떠나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의 언론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어 박관용 국회 의장의 공보수석비서관을 거쳐 17대 총선에 처음 국회에 들어왔다. 18대에는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뒤 복당했다.

'대선자금 차떼기' 이상 타격될 수도

그는 지난 7월 22일 당 홍보본부장을 맡은 뒤 "앞으로 1년이 대한민국 100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이제, 그의 디도스 공격 관련 여부는 '한나라당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를 뿌리채 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최 의원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면 한나라당에게는 '대선자금 차떼기' 이상의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태그:#디도스 공격, #스핀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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