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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시멘트 저장고가 화려한 변신을 했습니다. 옆구리에 하프도 둘러 맸습니다.
▲ 화려한 변신 폐시멘트 저장고가 화려한 변신을 했습니다. 옆구리에 하프도 둘러 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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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기간 연주합니다. 협연도 하고요. 건반을 누르면 공기가 내선을 타고 파이프까지 이동합니다. 그리고 파이프에 달린 뚜껑을 밀면 바람이 나가면서 소리가 납니다. 음색의 모티프는 뱃고동 소리입니다. 뱃고동 소리를 80개 모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멀리서 들어야 제맛입니다. 은은한 뱃고동 소리가 나죠. 오동도쯤에서 들으면 적당하겠네요."

한 평 남짓한 조그만 원통 안에서 오르간 연주하는 김성희(오르가니스트·독일 뭔헨대학 박사)씨가 소리 맛을 이야기합니다. 가까우면 바람 빠지는 소리가 섞여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하기 힘들답니다. 멀리서 들어야 제맛이랍니다. 은은한 뱃고동 소리를 화음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하기에는,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로 소리가 크다고 하니 원통형 폐시멘트 저장고가 소리 울림통이라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장고 옆에 80개의 소리통이 붙어 있더군요. 저장고가 울림통이라 생각한 것은 지나친 추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리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합니다. 그 소리가 기억납니다.

어릴 적 선잠에서 깨 눈 비비다 듣던 뱃고동소리 말이죠. 그 소리를 모아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스카이타워 음악광장 앞에서 스카이타워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스카이타워는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세 가지 특화시설 중 하나입니다.

저 멀리 스카이타워가 보입니다. 예전엔 폐시멘트 저장고로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지요. 때빼고 광내니 확 달라졌네요.
▲ 스카이타워 저 멀리 스카이타워가 보입니다. 예전엔 폐시멘트 저장고로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지요. 때빼고 광내니 확 달라졌네요.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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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멋있나요? 소리통이 모두 80개입니다. 제일 큰 통의 지름은 100센티미터이고 제일 작은 통 지름은 2센티미터 정도랍니다.
▲ 파이프오르간 하프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멋있나요? 소리통이 모두 80개입니다. 제일 큰 통의 지름은 100센티미터이고 제일 작은 통 지름은 2센티미터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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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바닷물을 먹는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박람회 행사장내 모든 물공급을 도맡아 할까요? 답은 NO.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합니다.
▲ 해수담수화시설 여수 바닷물을 먹는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박람회 행사장내 모든 물공급을 도맡아 할까요? 답은 NO.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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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2일 오후 4시 스카이타워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강동석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합니다.
▲ 준공식 2012년 4월 12일 오후 4시 스카이타워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강동석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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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애물단지, 화려한 악기로 탄생

특화시설을 간단히 소개해볼까요. 미래로의 시작을 의미하는 영어 Zero와 바다를 뜻하는 Ocean에서 머리글자 딴 Big-O와 엑스포 디지털갤러리의 줄임말로 국제관 천장에 대형 LED를 설치해 영상과 조명이 복합된 디지털해양문화갤러리를 조성한 EDG관, 그리고 스카이타워가 있습니다. 이 중 스카이타워가 박람회 개막을 30일 앞두고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스카이타워는 지난 2010년 3월까지 여수신항부지에 방치돼 있던 폐시멘트 저장고(사일로)였습니다. 높이는 67미터. 큰 덩치를 자랑했는데 회색 빛깔로 사람 눈을 저절로 찌푸리게 하는 애물단지였죠. 많은 이들이 거대한 저장고를 허물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우자고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물건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죠.

결국 회색 저장고를 재활용하기로 결정했고, 국제 현상 공모와 설계를 거쳐 2년여 만에 지금의 파이프오르간과 해수담수화시설의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맨 꼭대기엔 박람회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투명판이 있는데, 올라서니 오금이 저리더군요. 투명한 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풍경이 가슴을 오그라들게 합니다.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답니다. 67미터 높이에 옥상전망대와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특히 저장고 내부에 쌓여있던 30여 년 묵은 시멘트 찌꺼기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제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겠죠. 위험하고 어려운 공정이었답니다. 다행히 공사 관계자들의 각별한 노력한 덕분에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습니다.

또, 약속된 기한 내에 공사도 마무리 지어 여러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강동석 조직위원장은 "조직위를 비롯한 많은 참여 업체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 눈앞에 위대한 건축물인 스카이타워가 있는 것"이라며 "창의적인 도전정신과 모험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결합된 스카이타워야말로 여수엑스포의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수 찾은 관광객, 뱃고동소리 실컷 듣겠네

스마트폰을 통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합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났습니다.
▲ 연주 스마트폰을 통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합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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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기간 동안 오르간을 연주하실 분들입니다. 좌로부터 임단비, 김성희 오르가니스트입니다. 격려 많이 해주어야 합니다. 글쎄, 연주를 온몸으로 하더군요.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면서 몸을 이리저리 음악에 맞춰 흔듭니다.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 연주자 박람회 기간 동안 오르간을 연주하실 분들입니다. 좌로부터 임단비, 김성희 오르가니스트입니다. 격려 많이 해주어야 합니다. 글쎄, 연주를 온몸으로 하더군요.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면서 몸을 이리저리 음악에 맞춰 흔듭니다.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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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은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합니다. 그래서 악보도 세줄이랍니다.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니 신기하더군요. 모든 일이 알고보면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 연주 파이프 오르간은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합니다. 그래서 악보도 세줄이랍니다.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니 신기하더군요. 모든 일이 알고보면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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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준공식에는 재밌는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스카이타워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을 원격 연주하는 시연회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해 보였습니다. 이 행사는 박람회 기간 동안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에 활용될 모양입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스카이타워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저곳 설명을 듣다 고개를 숙이니 제가 투명한 판 위에 서 있더군요. 순간 아찔했습니다. 설명 들을 땐 몰랐는데 고개를 숙이는 순간 깜짝 놀란 것입니다. 저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에어컨 팬이 제게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재빨리 옆자리로 발걸음을 옮기고 별일 아닌 척 행동했습니다.

한참 설명을 듣다 아래를 봤습니다. 후덜덜...
▲ 투명판 한참 설명을 듣다 아래를 봤습니다.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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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계박람회 행사장입니다. 아직은 완벽히 손님 맞을 준비가 안됐지만 조마간 멋진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 세계박람회 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계박람회 행사장입니다. 아직은 완벽히 손님 맞을 준비가 안됐지만 조마간 멋진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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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기간 동안 전망대를 찾으실 분들은 꼭 이 투명판 위에 서 보세요. 설마 부서지진 않겠죠. 의심이 많은 분들은 절대 이곳에 서지 마시고요. 어쨌거나 박람회 기간 동안 관람객뿐 아니라 인근 여수 관광지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귓가에 뱃고동이 들려주는 음악 소리가 떠나질 않겠네요.


태그:#스카이타워, #여수세계박람회, #강동석, #파이프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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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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