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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야심찬 국민행복 민생 공약의 대표주자, 4대 중증질환 100% 보장확대와 3대비급여 대책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2월 11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3대 비급여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4년간의 건강보험과 관련한 중장기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4대 중증질환은 핵심 치료서비스 위주로, 3대 비급여 대책은 일부를 보장항목에 포함하고 축소하되, 그 차액을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질병중심의 보장확대와 공급자의 통제 없는 수가인정은 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4년 2월 발표된 3대 비급여 정책을 그동안의 보장성확대정책 평가에 기초해 살펴보고, 국민의료비 부담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선택의사제도

선택의사제도를 요약하여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1단계 : 선택 진료를 축소하고(의사수와 비용)
            축소된 병원 수익을 건강보험으로 보전(임기 내)

◦ 2단계 : 선택 진료제도 → 전문 진료의사 가산제도로 전환하고
             급여항목에 포함 (2017년 이후)
 선택 진료제도 개선 정부안과 평가
▲ [표 1] 선택 진료제도 개선 정부안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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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제 관련 수가조정내역과 평가
▲ [표 2] 선택진료제 관련 수가조정내역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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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진료제도는 병원의 수익 창출을 위한 불합리한 제도이며, 정부안은 이러한 선택 진료를 축소하는 대신 그 비용을 건강보험료로 보전해준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전문 진료의사 가산제라는 명목 하에 실질적으로는 선택 진료비로 유지해왔던 편법적 수익을 건강보험료로 대신 지불해줄 뿐이다.

상급병실료

상급병실료 정부 정책안과 평가
▲ [표3[ 상급병실료 정부 정책안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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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위 5개 병원을 제외하면 상급병실료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상급병실료 문제에서 주목 할 점은 일반병상에 가고 싶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상급병상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이다. 상급종합병원 중 11개 소의 일반병상 가동률은 실제 100%에 가깝다. 때문에 상급병실에서 일반병실로 가기 위해서는 최대 7일까지 대기를 해야 한다.

일산병원의 경우 입원 예약환자 중 상급병실 수요는 약 7.0%에 불과하며, 환자가 원해서 이용하는 비율은 6.3%~6.9%로 추정된다. 정부안대로 일반병상을 70%까지 확대한다 하더라도 대형병원 입원환자의 30%는 여전히 상급병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안으로는 대형병원의 상급병실이용문제 해소는 불가능하다. 일반 병상 일부를 확대하는 방식은 근본적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자 1인당 병원평균재원일수(입원일수)는 16.4일로 OECD 평균인 8일의 2배가 넘는다. 입원이 필요한 수술 등의 진료를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불필요한 장기입원이 잦기 때문이다. 이렇게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과잉입원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고서는 상급병실료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불가피한 상급병실이용에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등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대형병원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입원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대형병원 병상 총량제, 입원서비스에 대한 포괄수가제 등 보다 강력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이 있어야 한다.

간병비

 간병비 문제에 대한 정부방안과 평가
▲ [표 4] 간병비 문제에 대한 정부방안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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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활동 간호사 수는 인구 천 명당 4.7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수준이다. 외래이용과 입원이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진료현장에서의 간호서비스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가족이 담당해왔던 간병서비스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간호 인력부족→간호서비스 취약→가족이 간호, 간병서비스 부족을 담당→여성의 사회진출 등으로 가족 돌봄 서비스 부담증가→유료간병서비스 이용증가→간병비 부담증가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입원 시 간호서비스가 간병을 포함한 포괄적 서비스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며, 그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충원방식에서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인력부족 문제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이 그 원인이다. 임금에 비해 노동 강도가 지나치게 높고 의료기관에서 자기 결정권 등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인력확보를 위한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과 시간 선택제 정규직 일자리 및 간호 보조인력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원인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이는 매우 높은 노동 강도를 조건으로 하는 전문직 서비스 간호간병 업무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트릴 수 있는 대책이다.

그나마도 현 정부 임기동안에는 현재 진행하는 시범사업정도만 추진하고 실질적 간병비 급여확대는 임기 후로 미뤄 두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민영화를 통한 간호인력 구조조정과 현 상황이 맞물린다면 실질적 간병비 부담완화는 무효화 될 것이고, 간호 인력의 대규모 비정규직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 건너간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100%보장 공약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성 강화 공약은 실효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형병원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비급여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4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

포괄적 건강증진, 건강관리 서비스가 없어지고 대형병원 중심의 치료서비스만 발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암보장성 확대 등 2006년부터 적극적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정책이 추진되었지만 국민 의료비 부담은 여전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4대 중증질환에서 본인부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3대비급여를 포함한 비급여항목이다. 때문에 3대비급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확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작년 말 4대 중증 치료서비스 보장성을 일부 확대한다고 하고 비급여에 대해서는 14년 상반기에 대책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이번 방안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선택 진료는 이름만 바꿔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나머지는 환자 부담으로 존치시켰으며, 상급병실료는 4, 5인실 병상수가만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것에 불과하다.

간병비는 기존에 하고 있던 시범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 외에는 임기이후로 과제자체를 넘겨버렸으며 간호노동시장의 구조조정방안을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될 경우, 전체 의료비에서 20%가 넘는 4대중증질환자의 비급여 본인부담 개선률은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 확실하다.

비급여 보장항목 포함 vs 공급자 규제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킬 때 공급자 규제를 하지 않으면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수익을 키워주는 정책이 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5개 기관에 대한 쏠림 문제가 심각하며, 보장성강화는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대형병원 덩치를 키우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4대중증질환 BIg 5, 그외 상급종합, 그 외 의료기관 점유율비교
▲ [그림1] 4대중증질환 BIg 5, 그외 상급종합, 그 외 의료기관 점유율비교
ⓒ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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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부의 주장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이다. 정부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도 "현 상태의 보장성 강화는 Big5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고착화시킬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반드시 의료제공체계 개편이 동시에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3대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연구를 했던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도 환자부담완화는 필연적으로 환자 쏠림을 심화시킬 것이라 예상했고,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한 의료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필수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항상 손쉬운 선택만을 한다. 국민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중증질환 보장강화, 병원의 수가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보장성 확대만을 선택하는 식이다. 부작용을 완화하고 의료비 경감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공급체계 개선은 고려하지 않는다. 의료계의 반발을 이유로 들지만 그것은 허울뿐인 명분에 불과하다.

의료민영화를 통해 의료기관 대형화, 집중화를 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의료체계 발전상은 소수 대형병원 몇 개에 전국 모든 환자가 집중되는 세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마치 거대공룡과 같은 소수 대형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계속 병상을 지어대고 있다. 경증, 만성질환 환자도 대형병원에서 볼 수 있게 원격의료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과연 한국의 거대공룡은 의료생태계를 어떻게 짓밟게 될 것인가? 정부는 언제까지 거대공룡의 몸집을 무분별하게 불리기만 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은경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재가공된 것이므로 완결된 보고서를 보고싶으신 독자는 새사연 홈페이지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태그:#3대비급여, #박근혜 의료정책, #선택의사제, #상급병실료, #간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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