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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은 한민족이 '반도인'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어쩔 수 없는 열패감이 깊어만 가던 그때, 그래도 민족의 저력을 세상에 떨친 이들은 있었고 조선 대중은 그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마라톤의 손기정이 그러했고, 무용의 최승희가 그러했다. 그리고 또 하나, 선구적인 뮤지컬로 동아시아 무대를 누빈 조선악극단이 그러했다.

4월 1일부터 서울 한남동 소재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드레스서클에서 열리는 전시 '대륙에서 춤추고 열도에서 노래한 조선악극단'은 바로 그 전설적 무대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자리이다.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의 협력으로 국립예술자료원과 인터파크씨어터가 함께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조선악극단 관련 사진 20여 점과 몇 가지 관련 음원, 그리고 조선악극단 개관 및 연보로 구성된다.

1933년에 오케레코드 연주단으로 활동을 시작해 1948년까지 15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펼친 조선악극단은, 한반도는 물론 만주, 일본, 중국까지 아우른 국제적인 공연단체였다. 단장 이철의 지휘 아래 작곡가 김해송·박시춘·손목인, 가수 고복수·김정구·남인수·박향림·백년설·송달협·이난영·이인권·이화자·장세정, 무용가 김능자·김민자·조영숙·홍청자, 배우 이복본·이종철 등이 함께 빛낸 무대는 말 그대로 올스타의 향연이었다.

왼쪽부터 이준희, 김능자, 이난영, 장세정, 서봉희.
▲ 조선악극단의 마스코트, 저고리시스터즈 왼쪽부터 이준희, 김능자, 이난영, 장세정, 서봉희.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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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은 독보적 기량의 C.M.C(조선 뮤지컬 클럽)악단, 다양한 퍼포먼스를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아리랑보이즈와 저고리시스터즈, 최초의 대중예술 전문교육기관인 오케음악무용연구소 등의 흔적을 보면, 조선악극단이 단순한 스타들의 집합소 이상으로 탄탄한 기획력과 조직력을 갖춘 단체였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조선악극단의 활동상과 명성에 비하면 출품된 자료의 수가 턱없이 적기는 하나, 기록매체에 거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 20세기 전반 공연예술의 특성상 이 정도 자료가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철의 조카인 김영재 재일대한체육회 고문, 조선악극단 기타리스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작곡가 손석우, 오케음악무용연구소 제1기생 출신인 무용가 강윤복 등의 자료 제공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전시 마감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전시 공간 사정상 평일은 18시 이후, 주말은 12시 이후 관람이 가능하다(월요일은 휴관). 교통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이용이 편리하다.

한편, 국립예술자료원과 유정천리는 이번 전시 외에 오는 6월 '원로 예술인의 증언으로 보는 그때, 우리의 노래: 한국 대중가요 고전 33선'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수집된 고전 대중가요 관련 희귀 진본 자료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태그:#조선악극단, #국립예술자료원, #유정천리, #블루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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