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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에 LG U+(유플러스)가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후불제 카드 전화 요금을 산정하면서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썼습니다. LG U+가 제 아들이 인터넷 전화에 걸었던 전화 요금을 인터넷 전화에 거는 요금(10초당 8원)을 적용하지 않고, 시외전화 요금(10초당 15원)을 적용한 것을 몇 달간의 다툼 끝에 환불받았다는 사연이었습니다(관련기사: 후불 전화카드 쓰는 군인, 요금 의심해보세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보도된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제 아들이 복무하는 부대에 상급부대로부터 '부당요금 피해자 접수와 피해구제 안내문'이 공지로 내려왔다는 사실입니다. 안내문이 담고 있는 사례 역시 제 아들이 경험한 것과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답니다.

공지문을 본 아들 녀석이 약간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더군요. 아들 녀석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도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고 뿌듯해 하더군요. "하지만 확인 절차가 너무 번거롭고 까다로워 다른 병사들이 환불 요청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급 부대의 신속한 조치, 신기했다

후불 카드 전화 광고 영상
 후불 카드 전화 광고 영상
ⓒ LG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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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사이에 부대로 공지문이 내려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LG U+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작성하겠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인지, 아니면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이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통신회사와 군부대가 신속하게 대응을 했더군요.

며칠 전 다시 휴가를 나온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니 많은 군 장병들이 자신들이 거는 전화가 인터넷 전화인지, 일반 집 전화인지 확인을 잘 해보지 않는답니다. 게다가 요금 내역서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복무 중인 부대에서 실제 피해를 접수하는 경우는 한 명도 없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또한 아들 말에 따르면 일반 장병들이 인터넷 전화에 건 요금과 일반 전화에 건 요금, 시외전화에 건 요금이 제대로 과금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통화 내역서를 받기 위해서는 일과 시간에 팩스로 신분증 사본과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병들이 일과 시간에 신청서를 출력하기도 쉽지 않고 작성한 신청서를 우체국에 가서 팩스로 보내는 것도 여간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나마 고참 장병들이라면 짬을 내서 신청서를 보낼 수 있지만, 신참 병사들의 경우에는 요금제도도 잘 모르고 통화 내역서를 신청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제대를 6개월여 앞둔 병장인 제 아들도 통화 내역서 신청 절차가 번거로워 항의하는 일을 포기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군 장병들이 이용하는 후불 카드 요금에 대해서 좀 더 쉽게 고객센터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접수를 받고 본인 확인을 거친 후에 통화 내역서를 보내주면 되는데, 직접 신분증 사본과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소비자의 통화 내역 요청을 막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어렵게 신청한 통화 내역도 집으로 보내 주기 때문에 휴가를 나가기 전에는 직접 확인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부대에도 우편물이 배달되는데, 집으로만 보내 통화내역 확인을 어렵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군 장병 후불 전화 개선 제안
▲ 군 장병 후불 전화 통신회사 서비스와 요금을 살펴보고 장병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 군 장병 후불 전화 고객센터 이용 쉬워져야 한다.
▲ 군 장병 후불 전화 통화 내역 신청 간소화해야 한다.
▲ 군 장병 후불 전화 통화 내역, 부대로 보내줘야 한다.


부당요금 확인 절차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다"

LG U+ 상담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후불카드 요금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부대에 설치된 일반 공중전화에서 거는 요금과 부대 내 <사이버 지식 정보방(피시방)>에서 거는 요금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복잡한 요금 체계도 개선하고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병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통신사는 많지만, 부대마다 특정 통신사가 지정되면 개인별로 통신사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하여 선택권이 제한되는 점이 불합리합니다. 제 아들이 근무하던 부대의 경우 올봄까지 A 통신사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LG U+로 모두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아들에 따르면 A 통신사 전화 요금이 더 싼데도 불구하고(일반 공중전화 기준) 병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LG U+로 모두 바꿨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LG U+의 부당 요금 징수 사례를 보면 부대 내에 모든 통신사 전화가 설치되고 사병들이 자유롭게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G U+ "070 번호 사용 안 하면 인터넷 전화 요금 적용 안 해주겠다 "공지

최근에 변경된  LG U+ 요금 공지와 인터넷 전화 요금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
 최근에 변경된 LG U+ 요금 공지와 인터넷 전화 요금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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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LG U+가 앞으로는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번호이동한 인터넷 전화(시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시 시내/시외통화로 과금 됩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이 내용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지해 놓고 앞으로 군 장병(소비자)들이 인터넷 전화 요금을 적용해 달라고 하면, "홈페이지에 시내/시외전화 요금을 적용한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발뺌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단서조항의 법적 효력은 더 따져봐야 합니다. 예컨대 가입 당시부터 약관으로 정해져 있고 소비자가 그 약관에 동의하였을 때만 효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아울러 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가입 당시 약관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약관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의를 받아 바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장병들이 홈페이지 공지사항만 보고 부당한 요금 적용에 대한 항의를 지레 포기하게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해 놓고 인터넷 전화 요금 적용을 요구하는 장병(소비자)들의 민원을 차단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LG U+ 처럼 큰 회사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한심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 장병들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유사한 피해 사례를 찾아내고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운동을 벌여야 할 까닭이 생겼습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LG U+, #LG, #후불전화, #후불통화, #군인 전화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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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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