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논란의 중심은 '일진설'에 있지 않다.

<동상이몽> 논란의 중심은 '일진설'에 있지 않다. ⓒ sbs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아래 <동상이몽>)에 '소녀 가장'으로 출연했던 출연자의 일진설이 불거졌다. 겉으로 보면 출연자에 대한 비난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일진설이 불거지자 방송사 측은 즉시 "사실이 아니"라며 담임 선생님에게 확인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출연자 보호를 위해 허위 사실에 대해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진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녀 가장이라던 출연자의 실제 생활 의혹이 일었다. 방송은 출연 학생이 아르바이트해서 가족을 부양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무리 매일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4인 가족의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는 빠듯하다. 일단 이 부분에서 많은 이들이 석연찮아 했다.

진정성

출연자의 최신형 핸드폰과 수백만 원 이상이 소비되는 교정기, 그리고 고가의 의류 등도 문제가 됐다. 물론 가난하다고 해서 최신형 핸드폰을 살 수 없거나 비싼 옷을 입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 통신비를 감당하고, 비싼 옷을 사 입으며, 분납을 한다고 해도 월 치료비가 수십만 원에 달할 교정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프로그램 중간에 전기세 몇백 원에도 벌벌 떨며 살 것도 참아가며 꿋꿋이 사는 여고생처럼 묘사를 해놓고 고가의 제품들을 줄줄이 방송에 내보내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정말 가난하다면 그런 제품을 '안'사는 게 아니라 '못'사기 때문이다. 논란의 본질을 잘못 해석하면 '가난해도 물건을 사 모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는 있지만, 논란의 본질은 그런 물건들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의 내용으로 미루어 모든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여고생이 그런 소비 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 물건들이 그 여고생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사준 것이라 해도 문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7개월 정도의 휴직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7개월 전에 딸의 교정이나 비싼 옷값을 충당해 주었다면, "해준 것이 뭐가 있냐", "아빠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패륜적인 말도 서슴지 않던 딸의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딸과 아버지의 갈등 자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만약 과장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 방송의 주제는 '소녀 가장'이 아니라 20년 동안 일하고도 딸에게 막말을 들어가며 학대당하는 불쌍한 가장에 관한 이야기다.

여고생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동상이몽> 출연자중 내가 제일 불쌍하다"며 자신의 인생을 한탄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절망적일만한 상황은 실험카메라에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이런 논란은 단순 '일진설'이 아니라 방송의 진정성 여부에 있다. <동상이몽>이 제대로 출연자를 검증하고 그 출연자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느냐, 하는 것이다.

조작됐거나, 과장됐거나

 과연 <동상이몽>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과연 <동상이몽>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 sbs


물론 방송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예능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과 똑같은 모습을 방송에서 내보낸다면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볼 시청자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과장과 첨가물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본질까지 훼손해서는 안된다.

유재석과 김구라, 서장훈은 소녀에게 장학금까지 전달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지으려 했지만, 그 이야기 자체가 이미 의뭉스러운 상황에서 그 모습은 과연 아름답기만 한 모습일까. 방송사의 잇속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방송을 신뢰하게 만들만한 진정성이다.

단순히 '소녀 가장'이라는 소재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으로 고민을 토로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웃음을 찾으려는 노력 - 이것이 <동상이몽>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 <동상이몽>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려 화제를 만들려는 성과주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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