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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판사들도 잇단 회의…부산지법·수원지법 판사들 '수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를 위해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예상을 깨는 치열한 토론 분위기 속에 7시간 넘게 진행된 끝에 마무리됐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의 진행으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는 사법부 차원의 검찰 고발 방안을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12시까지 진행하기로 한 오전 회의가 오후 1시까지 진행됐고, 오후 2시에 재개한 회의는 오후 5시20분께 마무리됐다.

최고참 판사들로 구성된 간담회인 만큼 상당수 법원장들은 신중론을 내세워 사법부 차원의 검찰 고발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법원 내부구성원 간 갈등만 확산돼 사법 불신 여론도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사법부 차원의 검찰 고발이 이뤄질 경우 수사 과정에서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고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고발보다는 추락한 사법부 신뢰를 높이고, 사법부 내부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참 법관에 해당하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지난 5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부가 나서 관여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면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전·현직 판사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법원장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의견은 사법부 독립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고참 판사들은 신중론 일색일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검찰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법원장들의 토론이 한동안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현안과 관련된 주장을 자유롭게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간담회가 진행되면서 법원장들의 발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고 전했다.

법원장들은 간담회가 끝나는 대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법원장들의 토론과 별개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을 시작으로 4일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인천지법 거쳐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부산지법 소속 부장판사 44명 중 25명이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전·현직 담당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비롯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중견 법관 그룹에 해당하는 부장판사들이 '형사상 조치 필요성'을 단체 명의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의 부장판사들은 지난 4∼5일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수사 촉구안은 결의하지 못한 채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독립 저해 행위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만 의결했다.

부산지법의 부장판사들이 '형사상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내자, 같은 법원의 단독판사 12명(정원 15명)도 회의를 열어 부장판사들과 같은 결론을 냈다.

또 오후에는 수원지법 소속 판사 150명 중 78명이 비공개 판사회의를 열고 "엄중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양승태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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