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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실내 스키장에 초대를 받아서 승합차에 보육원 아이들을 태우고 한참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들이에 신난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떠들기도 하면서 즐겁게 스키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자리 바로 뒤에 앉은 6살 지영이가 나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처음에는 차안이 시끄러워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어서 뭐라고 했는지 되물었다. 지영이는 옆에 있는 아이가 들을까봐 아주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국장님… 내 집 알아요?"

연고자가 있는 아동들이 자기집에는 뭐가 있고 뭐가 있다고 자랑을 하던 중이었던 모양이다.

지영이는 2살 때 부모로부터 버려져 영아원에서 자라다가 6살이 넘어 보육원으로 왔기 때문에 자기 집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런데 친구들이 떠드는 얘기를 듣고 있으려니, 자신의 집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몇 달 전 지영이의 부모를 찾아보려고 지영이가 발견됐던 버스터미널에 지영이의 동의 하에 포스터를 만들어서 붙였지만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래서 지영이게게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사실은 그렇지만, 난 아이가 가지고 있을 희망을 깨기 싫었다.

"어 지금 찾고 있는데 아직 못 찾았거든, 계속 찾고 있으니까 찾으면 바로 얘기 해줄게."

지영이 부모를 찾기 위해 지영이의 동의를 얻어서 지영이가 발견되었던 노포통 시외버스 터미널에 부착한 포스터다. 터미널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부착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 지영이 부모를 찾기 위한 포스터 지영이 부모를 찾기 위해 지영이의 동의를 얻어서 지영이가 발견되었던 노포통 시외버스 터미널에 부착한 포스터다. 터미널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부착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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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들은 지영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곤 "네~"라며 큰 소리로 대답하는 지영이.

연고자가 있는 아이들은 명절이나 방학 때면 연고자들이 찾아와서 아이들을 데려가서 지내다 온다. 그 모습을 보는 무연고 아동들의 표정은 시설에서 오랫동안 일한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그때마다 시설에서는 남아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공연장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것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 해주고는 있지만 그 마음의 큰 빈자리는 채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키우지 못할 상황이면 아이를 버리지 말고 시설에 맡겨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부모에게서 버려져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아동과 현재는 형편이 어려워 잠시 동안이나마 부모와 같이 생활 못하지만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아동은 표정부터 다르고 아이가 받는 심리적인 상처의 정도도 틀리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동을 유기 했더라도 아동을 데려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시설에 계속 보호하는 방법도 있으니 한순간의 실수로... 아니면 죄책감으로 아동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면 아동에게 평생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아동을 찾아주길 바란다. 혹 형편이 되어 아동을 가정으로 데려갈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연고자의 존재만이라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현재 인가된 모든 시설의 무연고 아동은 실종아동전문기관(www.missingchild.or.kr)과 경찰청 실종아동 찾기센터(www.182.go.kr)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 발생년도나 추정연령 발생장소 등을 입력하면 사진을 포함한 아동의 정보를 검색 할 수 있다.

또 아동이 부모 찾기에 동의 한 경우에 한하여 경찰서에 의뢰하여 부모를 찾기위한 목적의 DNA 샘플도 등록하기 때문에 아동을 찾기 원하는 연고자는 전국 어디나 가까운 경찰서에 찾아가서 연고자의 DNA 샘플을 등록하면 아동을 찾을 수 있다.


태그:#아동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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