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전이 3일 일본의 본선 직행으로 막을 내리면서 이제 본격적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열린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김동주(31)와 이호준(31)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선수들의 이동도 관심사지만 무엇보다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의 매각 문제가 가장 큰 사안이 될 전망이다.

KBO의 연이은 공수표 남발

"현대 매각 자신 있습니다." 신상우 KBO 총재는 두 번이나 현대 야구단 매각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야구단의 새로운 주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

▲ "현대 매각 자신 있습니다." 신상우 KBO 총재는 두 번이나 현대 야구단 매각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야구단의 새로운 주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 ⓒ 삼성 라이온즈

현대 야구단은 1996년 창단 이후 12년간 무려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기업인 하이닉스 반도체의 지원이 끊기면서 당장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가히 '명문가의 몰락'이라고 할만하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부터 현대 야구단 매각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KBO가 남긴 성과는 '두 번의 실패'라는 초라한 결과뿐이다.

지난 겨울에는 농협(NH)이 현대 야구단 인수 의사를 비치는가 싶더니 조합원들의 반대를 견디지 못하고 구매 의사를 번복했다. STX그룹 또한 올해 정규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구매자로 떠올랐지만 두산 중공업의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악재를 맞아 야구단 인수에서 손을 뗐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대목은 KBO의 연이은 '실책'. KBO는 농협과 STX와의 야구단 매각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 유지를 간과하면서 촌극을 벌였다.


신상우 KBO 총재는 농협과의 인수 협상이 무산되기 전인 지난 1월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협상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번 주 내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KBO는 3일 뒤인 18일 농협으로의 현대 야구단 매각을 전격 보류하면서 사실상 협상 실패를 인정했다.

STX와의 매각 협상도 마찬가지였다. 신 총재는 지난 9월 말 라디오 방송에서 "빠르면 10월 초 현대 구단이 뻗어나가는 중견기업에 매각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인수 제안을 먼저 철회한 곳은 KBO였다. KBO는 지난달 21일 "STX에 했던 야구단 인수 제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KBO는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하면서도 아무런 소득을 내지 못해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조합원들의 반대(농협)와 핵심 기술 유출(STX)이라는 악재가 있기는 했지만 이 문제들이 사전에 입단속을 못한 KBO의 잘못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기업들, 적자 투성 야구단 인수 '글쎄?'

현대 매각이 이렇게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홍보효과를 노리고 연간 200억원의 적자를 감수할 기업은 몇 군데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야구단의 적자폭이 크지 않고 홍보효과가 정말 뛰어나다면 기업들은 앞다투어 현대 야구단 인수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특히 현대 야구단은 2000년대 들어 6번(2000년~2004년, 2006년)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구단으로 재정 지원만 된다면 대번에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또한 56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경우 수원에 임시로 정착한 연고지 문제를 대번에 해결하고 서울에 입성할 수 있는 적잖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끝이 아니기를 현대 야구단은 2007년을 끝으로 '현대'라는 꼬리표를 뗀다. 정작 문제는 야구단이 해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끝이 아니기를 현대 야구단은 2007년을 끝으로 '현대'라는 꼬리표를 뗀다. 정작 문제는 야구단이 해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현대 유니콘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꽤 괜찮은 구단인 현대의 가격은 이미 헐값인 80억원으로 책정돼 있는 상태이고 이마저도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문제의 중심에는 '밑빠진 독'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프로야구의 만성적자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올 초 KBO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8개 구단의 입장 수입은 고작 106억4194만1525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약 5.5%에 해당하는 5억9238만5875원은 구장 사용료로 지불되고 남은 100억4955만5650원(약 100억원)이 순수한 입장 수입이다. 여기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계권료가 약 1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선수들의 연봉만 하더라도 이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8개 구단 선수들의 연봉은 무려 298억9530만원(신인, 외국인 선수 85명 제외)이었다. 선수단의 연봉 규모가 입장 수입이나 중계권료의 약 3배인 셈이다.

더구나 야구단은 선수단 운영비를 포함해 적잖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구단들이 자체 광고나 사업 수익을 포함하더라도 결코 큰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것이 현 프로야구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같은 몸값 다른 처지, 현대와 김동주

FA 최대어 내야수 김동주는 올해 4년간 65억원의 계약을 노리고 있다.

▲ FA 최대어 내야수 김동주는 올해 4년간 65억원의 계약을 노리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일간스포츠>는 얼마 전 한 가지 재미있는 비교를 내놓았다. 80억원의 가치가 매겨진 현대는 살 사람이 없는데 정작 김동주 개인의 몸값은 6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실제로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김동주는 2004년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의 계약(4년 60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달 18일 원 소속팀인 두산은 김동주에게 4년간 62억원의 계약을 제시했지만 김동주는 그 조건을 거부하고 65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구단이 김동주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무려 80억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FA 제도 안에서는 그의 요구액인 65억원과 최대 18억9000만원(2007년 김동주 연봉 4억 2000만원의 450%)의 보상금을 감수해야 김동주를 영입할 수 있다. 현대 구단보다 비싼 83억9000만원짜리 선수인 김동주의 이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김동주는 자신의 능력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잘못된 부분이 없다. 하지만 80억원짜리 현대 구단이 당장 해체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현 상황을 떠올려볼 때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까지 지워낼 수는 없다.

KBO는 시급히 다른 구매자를 찾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공수표를 날린 KBO에 대한 야구팬과 관계자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만약 내년 시즌에 7개 구단이 운영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감수해야 한다. 지난 달 30일 KBO가 발표한 8개 구단 보류선수 명단에 의하면 총 412명의 선수 가운데 58명(약 14.08%)이 현대 소속 선수들이다. 당장 현대 야구단이 해체될 경우 이 58명의 선수는 다른 팀으로 가거나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다른 팀으로 가는 선수들의 경우 기존에 있던 선수를 밀어낸다고 보면 60명 가까운 선수들은 현대 야구단 해체로 인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지금은 불과 12년만에 4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가치가 떨어진 현대 야구단의 매각이 왜 지지부진한지, 그리고 적자구조가 뻔한 프로야구가 그나마 적자를 줄일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현실과 동떨어져 무작정 폭등하고 있는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지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고통을 기업만이 부담하는 현 상황이 현대 야구단 해체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2007.12.04 21:3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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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조조정 현대 유니콘스 KBO 신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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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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