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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설 직전인 5일,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를 총 망라한 국정과제 보고를 발표했다. 이 국정과제는 일부 수정과 보완을 거쳐 25일 취임식 이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인수위,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보고 발표

 

인수위는 작년 12월 26일 구성된 후 올해 1월 초 57개 중앙행정기관 업무보고 청취를 필두로 하여 정부부처 통폐합과 영어몰입교육 등 숱한 논쟁을 유발시키며 활동해왔다. 이번 보고는 인수위 활동의 일차적인 총결산이며,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을 정책으로 재구성한 국정 운영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발표된 보고에는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로 구성된 5대 국정지표와 핵심과제 43개, 중점과제 63개, 일반과제 86개로 분류된 192개 국정과제가 담겨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이라 밝힌 43개의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방향을 살펴보자.

 

친 대기업정책 정책 그 자체

 

최우선 순위로 제기된 ‘활기찬 시장경제’의 12개 핵심 과제 가운데 상위 5개 과제는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으로 채워진 친(親) 대기업 정책 그 자체이다. 특히 올해 안에 금산분리 완화와 산업은행 민영화 수순을 구체적으로 밟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두 번째 지표인 ‘인재 대국’은 대학자율화와 영어교육 대폭 확대가 교육정책 그 자체로 등치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평생학습계좌 제도가 새롭게 보이기는 하나, 이는 “군 사병의 봉급을 2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이를 평생학습계좌에 넣어준 뒤 제대 후 등록금으로 쓰게” 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 참고로 개인학습계좌는 서구에서도 가장 실효성이 적은 평생학습방식 중 하나다.

 

전혀 글로벌 하지 않은 남북관계, 한미관계

 

세 번째 지표인 ‘글로벌 코리아’에서는 개방화를 외치며 영어 몰입교육을 주창했던 것과 달리 매우 소극적이고 협애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틀을 상정해 놓고 있다. 특히 핵심과제인 ‘국방개혁 2020 보완추진’은 한미 사이에 이미 확정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 경제 분야의 핵심과제가 아니라 글로벌 코리아의 핵심과제로 선정되어 있는 지점도 어울리지 않다.

 

네 번째 지표인 ‘능동적 복지’는 후보 시절 이야기 한 서민정책이나 복지정책을 나열한 수준이고, 마지막 지표인 ‘섬기는 정부’ 역시 현재 추진하는 정부조직개편 외의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위한 과제는 순위 밖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비정규직 보호,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 평생교육 등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들에게 긴요한 과제들은 핵심과제 목록에 들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중점과제 수준에서도 밀려나 “새 정부 출범 후 수정, 보완 또는 변경이 필요한” 일반과제에 기재되어 있다. 과연 “국정지표와 전략목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작은 정부, 큰 시장”(중앙일보 2008년 02월 06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당선인은 “믿어지지 않지만 골프장 하나 만드는데 부처와 지방자치 단체로부터 받는 도장이 770개라고 한다”며 각종 규제와 정부의 비효율성을 성토했다. 골프장 건설에 도장을 7700개 받는다 해도 시원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점은 제쳐두자. 대신에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 많은 규제와 절차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골프장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10년간 각종 규제들은 이미 대부분 풀렸다. 우리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것이 과연 큰 시장과 친 시장을 지향하는 시장 규제의 완화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태그:#국정과제 보고, #이명박 정부, #인수위, #친기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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