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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온 알렉스씨가 부인과 함께 지리산댐 반대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그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경남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에 살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알렉스씨가 부인과 함께 지리산댐 반대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그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경남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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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 댐을 만든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에요. 제가 살던 오스트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립공원엔 특별한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댐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국립공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알렉스(34)씨는 부인과 함께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 살고 있다. 주로 번역과 독일어, 영어를 가르치며 살고 있는 그는 "지리산 마을이 좋아" 2년째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있다.

그가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을 마다않고 "마을 주민 여러분과 같이"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분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지리산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6일 오후 3시 30분 의탄분교에는 지리산 품아래 사는 영호남 주민 약 300명이 모여 한 목소리로 '지리산댐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이른바 '운봉 4개면 주민들'이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운봉면, 아양면과 전북 남원시 산내면 주민들이다. 운봉 4개면 주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리산 자락을 함께 끼고 형제처럼 살아오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과 상수도 민영화라는 계획에 맞추어 '낙동강 취수원 대이동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에 따라 부산경남의 식수원인 낙동강은 포기하고 지리산댐 건설을 착수했다"며 "강에서 벌어질 토목사업에 눈이 멀어 '부산사람들도 지리산물 먹게 해주겠다'며 거짓요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6월 '낙동강유역 종합취수계획' 변경안에 지리산댐을 신규댐 후보지로 끼워놓았다. 또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6월 8일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된 수량은 대구 공급은 가능하지만 부산은 지리산물을 주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지리산댐 건설을 기정사실화했다.

경남 함양 마천면과 운봉면, 그리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 주민 약 300여 명이 지리산댐 반대집회를 열었다.
 경남 함양 마천면과 운봉면, 그리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 주민 약 300여 명이 지리산댐 반대집회를 열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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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땅에 살다가 고향에 묻히게해주세요'.... 지리산댐 건설예정지인 경남 함양 마천면의 한 주민의 절실한 호소가 담긴 피켓.
 '고향땅에 살다가 고향에 묻히게해주세요'.... 지리산댐 건설예정지인 경남 함양 마천면의 한 주민의 절실한 호소가 담긴 피켓.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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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앉아 '댐 만들지 마요'라는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산내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앉아 '댐 만들지 마요'라는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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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지리산권 주민들은 "정부의 지리산댐 추진계획은 지리산댐 건설예정지인 경남 함양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망치는 사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리산댐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일대다.

즉 댐을 짓기 위해서는 마천면 인구 절반이 이주해야 하고 토지가 수몰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함양군의 토지세와 재산세 등 세금수입이 감소하고 농산물 생산판매액이 감소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민들은 "지리산이 내어준 천혜의 관광자원인 칠선계곡과 용유담 등을 수몰시키면서 댐을 지어 수상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것은 개가 웃을 일"이라며 "지리산 고운동 계곡을 수몰시켜 산청 양수발전댐을 만들었는데 지금 그곳에 고인 물 보러오는 관광객이 있냐"고 되묻고 있다.

실상사 주지인 재연 스님이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실상사 주지인 재연 스님이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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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귀농학교 수강생들이 '농사 지으러 왔더니 어부가 되라 하네'라는 펼침막을 들고 지리산댐 반대집회에 참가했다.
 실상사 귀농학교 수강생들이 '농사 지으러 왔더니 어부가 되라 하네'라는 펼침막을 들고 지리산댐 반대집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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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댐 반대 피케을 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밝고 다채롭다.
 지리산 댐 반대 피케을 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밝고 다채롭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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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면에 사는 김판봉(64)씨는 "지리산댐이 제일 싫은 이유는 고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라며 "대대로 조상을 모시며 살아왔는데 부산사람들한테 지리산물 먹이기 위해 우리가 고향과 조상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슬픔을 가져야 하나"고 한탄했다.

선시영 지리산댐 반대 마천면 대책위원장은 "지리산은 너와 나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산"이라며 "자연생태계가 살아야 우리 인간도 살 수 있는데 천혜의 생태계까지 파괴해가며 누구 좋자고 지리산댐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게 지리산댐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강석 남원시의회 의장도 "이 뜨거운 날씨에 영호남 주민들이 함께 모인 이유는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한다는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라며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취소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실상사 주지인 재연 스님은 "지리산댐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에게도 욕심이 있고, 우리에게도 욕심이 있다"며 "하지만 나쁜 욕심으로, 나쁜 일 하는, 나쁜 놈들 욕하는, 나쁜 일로 지금 우리가 모였지만 지리산 골짜기며 계곡을 잘지켜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잔치를 벌이자"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유한봉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여기 우리 아이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이 아이들이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나중에 고향을 잃어버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누굴 위해서 이 아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 엄청난 일을 벌이냐"고 정부를 질타했다.

초등학생들이 '지리산댐 NO'와 자신들의 손바닥이 찍힌 펼침막을 들고 어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지리산댐 NO'와 자신들의 손바닥이 찍힌 펼침막을 들고 어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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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금순 할머니가 '이 목숨 다 바쳐 지리산댐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리산댐 건설예정지를 향해 걷고 있다.
 허금순 할머니가 '이 목숨 다 바쳐 지리산댐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리산댐 건설예정지를 향해 걷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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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이 주민들과 함께 엄천강 따라걷기를 하고 있다. 도법 스님은 주민들과 함께 지리산댐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도법 스님이 주민들과 함께 엄천강 따라걷기를 하고 있다. 도법 스님은 주민들과 함께 지리산댐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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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리산권 영호남 주민들은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오수근 남원시 지리산댐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이 반대해서 세워진 댐은 없다"며 동강댐 건설계획 무산 등을 예로 들며 "목숨 걸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5천억 원이라는 사업비가 들어가는 정부의 지리산댐 건설계획. 지리산권 영호남 주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식수원이 부족해진 부산시민들에게 지리산물 마시게 하기 위해 지리산댐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안맞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태그:#지리산, #4대강, #영호남,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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