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이뤄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 으로 값진 승리를 거둬내었다. 전반 42분 기성용 선수의 왼발 슛과, 후반 35분 오범석 선수가 얻어낸 행운의 추가골로 승리를 장식한 대표팀은 이로써 26경기째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의 세네갈전 승리를 알리는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

대표팀의 세네갈전 승리를 알리는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 ⓒ 대한축구협회

26 경기 무패 기록 달성

 

 현 대표팀은 매 경기가 끝나갈 때 마다 새로운 무패 행진 기록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한동안계속 되던 무승부로 인해 비난을 받아온 대표팀은 최근 강팀과의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오고 있으며, 오늘밤 보여준 모습은 국내 축구팬들의 흥을 절로 돋아주었다.

 

 과거 대표팀을 맡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수와 미드필더, 그리고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간격이 30m를 넘지 말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공수 간격의 조밀함을 강조하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 대표팀의 경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훌륭하였다. 과거 긴 패스에 의존하던 플레이가 아닌 후방에서 시작되는 짧은 패스가 공격진에게까지 이어졌으며, 서로와의 간격을 좁힘으로써 개인 기량이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압박 수비를 가하고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히려 수비 진형에서의 계속되는 의미없는 공 주고받기와 긴 패스에 의존한 세네갈 대표팀의 모습은 우리가 벗어난 과거 '재미없는 축구'의 허물을 떠오르게 하였다.

 

 또한 오늘 승리는 아프리카 공포증을 날려보내 주었다. 한국은 유난히 아프리카 팀들을 상대로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2006년의 경기에서도 가나를 상대로 패하였고,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는 토고를 상대로 간신히 역전승을 거두었을 뿐이다. 불과 몇일전의 청소년 대표팀 역시 아프리카 팀에게 2패를 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경기를 통해 대표팀은 끈끈한 팀웍으로 세네갈을 압도하며 수치상으로도, 겉으로 보기에도 경기를 지배하였다. 이로써 대한민국 대표팀은 남미, 호주, 아프리카 출신의 팀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으며 내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만날 팀들을 대비한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쳐나가고 있다.

 

수비수 차두리의 대표팀 재승선

 

 세네갈전을 앞둔 대표팀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차두리 선수의 대표팀 승선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옮긴 뒤 첫 태극마크를 단 차두리 선수는 전후반 내내 완벽에 가까운 수비와 공격에 걸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경기 시작 직후부터 전반 중반까지 보여준 이청용 선수와의 우측면 돌파는 계속해서 득점 기회를 창조해 내며 대표팀의 날카로움을 더해주었다. 국내 리그를 거치지 않고 유럽에서 계속해서 활약해온 그의 힘과 스피드 모두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들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러한 차두리 선수의 모습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외쳤고, 그가 상대 선수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볼을 따낼때면 운동장에 환호가 울려퍼졌다. 후반 33분, 오범석 선수와의 교체가 이루어지던 순간의 함성은 가히 골이 들어간 이후의 함성과 맞먹을 정도였다.

 

 현 대표팀은 그 어느때 보다도 측면 수비수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오른쪽 수비수의 경우, 김동진, 오범석, 김치우 선수 등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며 가장 치열한 경쟁구도를 만든다. 내년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게 이러한 경쟁구도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테크니션" 트리오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에 게시된 기성용 선수의 프로필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에 게시된 기성용 선수의 프로필 ⓒ 대한축구협회

 현 대표팀의 테크니션을 세 명 꼽으라면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이견 없이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선수를 언급할 것이다. 오늘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역시 이 세 테크니션의 활약은 눈이 부셨다.

 

 재미있게도 세 선수는 모두 FC 서울 출신의 선수들로, 오늘 경기를 맞아 과거나 현재 본인의 홈 구장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세 선수 모두 최근 국내외의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벌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던 것 또한 사실이다.

 

 기성용 선수와 이청용 선수는 위치를 불문하고 정확한 킥을 이용하여 전방의 박주영 선수에게 계속해서 볼을 배급해주었고 박주영 선수는 볼을 따내 다시 다른 선수에게 볼을 전해주는 물 흐르는 듯한 플레이가 계속 되었다. 이러한 패턴으로 경기가 시작된 직후 이청용 선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살짝 골대를 넘어가기도 하였고, 전반 42분의 이청용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기성용 선수는 통쾌한 왼발 슛으로 경기 결과를 결정지은 첫 골을 득점하기도 하였다.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에 게시된 이청용 선수의 프로필

대한축구협회 누리집(kfa.or.kr)에 게시된 이청용 선수의 프로필 ⓒ 대한축구협회

 특히 최근 볼튼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청용 선수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돌파하며 세네갈 수비진을 단 한 순간도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의 활약은 단연 눈부셨으며, 오늘 밤 필드 위의 선수들 중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조합의 실험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마친 대표팀은 값진 승리 뿐만 아니라 평가전 본래의 목적인 여러 조합의 실험이라는 목표도 이룰 수 있었다.

 

 후반전을 시작하며 허정무 감독은 한번에 세 명의 선수를 새로 내보내었다. 이근호, 김정우, 기성용 선수를 빼고 설기현, 김남일, 조원희 선수를 내보낸 것이다. 또한 허감독은 후반에 염기훈 선수와 고요한 선수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동시에 2010년 월드컵에서 함께 할 새로운 인재 물색 또한 멈추지 않았다.

 

 또한 전술 상에서의 새로운 실험도 눈에 띄었다. 줄곧 투톱을 고집해온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4-2-3-1의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박주영 선수의 원톱 포메이션을 점검하였다. 또한 다소 공격적인 조합인 기성용, 김정우 조합을 뺴고 김남일 선수와 조원희 선수를 투입함으로써 보다 수비적인 더블 보란치를 시도해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표팀의 한계와 나아갈 길

 

 26경기 무패 기록이라는 수치가 말하듯,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매일 같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대회를 앞두고 승리하는 법을 깨우쳤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겹경사에 취해 지난 기록을 보며 부족한 점 까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 경기를 마친 대표팀에게선 두 가지 아쉬운 점이 느껴졌다.

 

 첫 번째 한계는 바로 투톱의 부조화이다. 기록과 결과 만을 두고 본다면 박주영, 이근호의 공격 조합은 과거의 어느 조합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내막을 들춰보면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박주영 선수가 떨어뜨려 주는 공을 이근호 선수가 놓치는 모습이 매 경기 빈번하게 등장하였으며, 두 선수가 한 곳에 겹쳐 서로 부딛히거나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세네갈전에서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발전을 위해 결과론적인 해석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에서 인지 허정무 감독 역시 이근호 선수를 빼고 원톱을 시험해 보거나 이동국 선수의 기량을 재어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희소식이 갖는 두 번째 한계는 바로 '홈 경기 이점(Home Advantage)'이다. 지난 해 부터 계속 되어온 무패 경기는 모두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진 경기이다. 최근 연승을 거둔 평가전(파라과이전, 호주전, 세네갈전) 모두 상암경기장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월드컵에는 홈 경기가 없다. 매 경기 원정경기라는 느낌을 받으며 경기를 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회가 시작되기 이전에 대표팀은 다양한 원정 경기를 통하여 이 모든 것이 단순히 '홈 경기 이점'의 결과는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오늘 오후 대한축구협회(KFA)는 11월에 이뤄질 덴마크와의 유럽 원정 일정을 발표하였다. 이 기회를 통해서 태극 전사들이 우리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워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10.15 08:58 ⓒ 2009 OhmyNews
축구 대표팀 세네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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