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것은 슈팅뿐! 이제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할 때!'

 

2009~2010 KCC 프로농구에서 이동준(30·187cm)의 초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아직까지 팀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위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부쩍 좋아진 경기력을 보이며 소속팀 전주 KCC 이지스의 새로운 '비밀병기'로 뜰 기세다.

 

그는 현재 5경기에서 평균 7.4득점(3점슛 성공률 42.9%), 1.6어시스트, 1.2리바운드, 0.8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리그를 호령하는 쟁쟁한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썩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자신의 선수 생활 동안 최고의 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만년 기대주 이동준은 올시즌만큼은 드래프트 상위지명자의 가능성을 보여줄수 있을까?

과연 만년 기대주 이동준은 올시즌만큼은 드래프트 상위지명자의 가능성을 보여줄수 있을까? ⓒ 전주 KCC 이지스

 

두 번 실패는 없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집어삼켜라!

 

이동준은 2007~08시즌 13경기에서 3.3득점(3점슛 성공률 50%)을 기록하며 가능성 있는 벤치자원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이름 값에 구애받지 않고 백업 멤버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는 허재 감독의 눈에 들었다는 것은 이동준에게 분명 행운이었다.

 

하지만 부담감이 컷던 탓일까, 괴물신인 하승진을 주축으로 장신군단을 완성하며 무엇보다 슈터가 절실했던 지난 시즌, 이동준은 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허 감독은 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픈찬스에서의 정확한 외곽슛만을 원했을 뿐이지만 한번 안 들어가기 시작한 3점슛은 시즌 내내 터지지 않았다.

 

결국 시즌 초에 주어졌던 기회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만 갔고 이동준은 15경기에서 평균 1.1득점(3점슛 성공률 21.4%)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해야만했다. 팀은 우승했지만 이동준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동준에게 원했던 임무는 강병현-조우현 등과 함께 전자랜드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정선규(29·180㎝)가 채워주었다. 정선규는 작은 신장, 시즌 중 트레이드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찬스에서 배짱 좋게 외곽슛을 성공시키며 벤치의 핵심조커로 떠오르게된다.

 

지난 시즌 워낙 부진했던 탓에 올 시즌을 앞두고 이동준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초반처럼 슈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좋은 활약을 해준 정선규-조우현등이 중용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자칫하면 이동준의 선수 생활 자체가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동준에게도 또다시 기회가 왔다. 올 시즌부터 용병이 1명씩밖에 뛰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벤치 멤버들에게도 좀더 출전시간이 확보된 상황에서 라이벌(?) 조우현-정선규 등이 동반부진을 거듭한 것. 설상가상으로 주전 스몰포워드 추승균(35·190cm)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이동준의 가능성을 높이사고있던 허감독은 초반부터 기회를 많이 주었다. 본래 슈팅감각은 뛰어난 선수이니 만큼 자신감 회복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이동준은 이번만큼은 허감독의 믿음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2번째 경기였던 삼성전에서 6득점으로 감을 잡기 시작하더니 다음번 KT&G전에서는 팀이 기록한 3점슛 3개를 혼자 꽂아 넣는 등 14득점 2리바운드 1스틸로 펄펄 날았다.

 

이날 KCC의 외곽슛이 워낙 안 터져 어려운 경기를 해야만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동준이 터트린 3개의 3점슛은 그야말로 알토란같았다.

 

이동준은 이후 2경기에서도 각각 9득점, 8득점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4·221cm)-마이카 브랜드(29·207cm)-아이반 존슨(24·200.3㎝)등의 컨디션이 살아나며 특유의 높이농구가 점점 위력을 떨치고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동준의 슛감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상대팀들 입장에서는 KCC를 상대하기 더욱 버거울 것이다.

 

어찌 보면 이동준은 운이 굉장히 좋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슈터들이 변변한 기회도 얻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려나 사장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좋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중용되고있기 때문.

 

여기에는 어느 정도 신장을 갖춘 슈터가 부족한 팀 사정도 작용을 한 것은 물론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는 뚝심을 가지고 밀어주는 허감독의 성향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고있다는 평가다. 이동준 입장에서는 현재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이동준은 2002 드래프트 당시 전체 4순위로 원주 TG 액서스(현 원주동부)에 지명된 상위순번 유망주 출신이다. 비록 당시에는 뛰어난 유망주가 적었다는 평가지만 장신 가드로서의 이동준은 많은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그보다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은 슈터는 박종천(경희대·192㎝)이 유일했으며 고려대의 왼손 슈터 오용준을 비롯해 연세대의 고탄력 슈터 전병석, 한양대의 양동인과 명지대 서병원 등이 모두 그에게 밀렸다. 아마 때부터 잠재력 하나 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동준은 올시즌만큼은 상위 순번 출신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자신감을 찾아가는 '저격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009.11.08 10:45 ⓒ 2009 OhmyNews
기회를 잡아라 환골탈태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 이동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