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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
▲ 메타세콰이아 한없이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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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미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어는 겨울이 왔을 때인데 아직도 사방에 가을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가을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를 들렀다. 가을나들이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입구에 들어서니 양쪽에 도열하고 서있는 메타세콰이아가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로 여행객을 환영해주었다. 황홀했다. 그 아름다운 그 길을 따라 들어가니 메타세콰이아 뒤로 조성된 곳에는 각종 꽃나무들이 아직도 가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많은 나무들 중 수양단풍이 특이했다. 가을이 한창 절정일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수양단풍은 모양이 공작단풍을 닮았다.

산림자원연구소 안내도
▲ 안내도 산림자원연구소 안내도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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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는 농사일로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다. 그럴 때 한 번이라도 집에 들어와 아이를 만져줄 때와 너무 바빠서 들어오지 못했을 때 아이의 살결이 다르다고 하셨다. 잠시 짬을 내서 들어와 만져주고 간 날은 살이 통통한데 못 들어오는 날에는 힘이 하나도 없이 흐물흐물 축 처져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그렇듯 벼도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정성들여 키운 나무
▲ 아름다운 나무들 정성들여 키운 나무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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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무들
▲ 가을이 남아있는 정경 아름다운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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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아있는 가을
▲ 고운 단풍 아직도 남아있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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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가꾼 정경이 아름답다
▲ 곱게 단장한 모습 정성으로 가꾼 정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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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로 만든 산
▲ 山 향나무로 만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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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들어오는 산림자원연구소의 모든 나무들이 일반 나무들과는 다르게 자라고 있음을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나무들은 각자 제자리에서 아름다운 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 연구원들의 정성어린 손길과 사랑을 받고 자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왼쪽에서는 커다란 핑크빛 애기동백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서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고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은 지는 모습도 처연할 만큼 아름답다. 그 빛깔이 얼마나 고운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핑크 동백꽃은 처음 보는 색깔이었다.

지는 모습도 아름다운 애기 동백꽃
▲ 애기 동백꽃 지는 모습도 아름다운 애기 동백꽃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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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가지가지의 나무들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서있어 숲속학교로 아주 좋았다. 평소 산이나 거리를 지나면서 알듯 말듯 했던 나무들의 이름을 외우며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걸었다. 그러자 갑자기 김춘수의 시가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았던 나무들이 이름을 불러주자 마치 오랜 친구처럼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는 역사도 깊다. 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에 자리하고 있는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연혁을 보면 1937년에 임업시험장이 설치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10년 후에 치산사업소가 설립되었고, 1991년에는 완도수목원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98년에는 산림환경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하고 완도수목원을 통합하여 2008년에 산림자원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오랜 세월의 흐른 만큼 세월의 더께가 사방 곳곳에 묻어있었다. 
                     
산림자원연구소는 산림자원과 임업에 관한 시험연구사업으로 산림자원의 조성과 이용은 물론 산림환경과 생물학적 방제 등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각종 시험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색 있고 볼거리가 풍부한 완도수목원을 함께 관장하고 있어 그 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완도수목원은 국내 최대의 난대림 집단자생지로서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감탕나무 등 난대성 식물 750여종이 자생하고 있는 수목원이다. 산림자원연구소와 수목원이 떨어져있어 따로 가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산림자원연구소만으로도 하루 볼거리가 충분하여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정성을 먹고 자라나는 꽃들
▲ 온실안의 꽃들 정성을 먹고 자라나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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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은 석류
▲ 석류 빨갛게 익은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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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곱다
▲ 현호색 온실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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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마저도 아름다운 선인장
▲ 선인장 가시마저도 아름다운 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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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자원연구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모습이 모두 아름다워 언제 찾아가도 좋은 곳이나 가을 막바지에 내게 다가온 모습은 색달랐다. 깊어가는 가을을 오롯이 품고 있는 넓은 뜰을 음미하며 천천히 걷고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롭게 만날 수 있음에 한없이 행복했다. 곳곳에 널따랗게 조성된 잔디가 있어 소풍나들이 장소로는 물론 구경하다 힘들면 앉아서 편안하게 쉴 수 있어 좋았다. 온실 안에서는 갖가지 야생화며 희귀종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정성을 들여 가꾸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다. 작은 분에서 자란 석류나무는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빨갛게 익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전나무, 향나무, 잣나무 등 각종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곳곳에서 하늘까지 키를 높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다양한 수목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나무들과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음엔 눈이 내리는 날 다시 와야겠다.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나무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 위하여. 그리고 봄이 오면 또 무수히 피어나는 꽃을 보기 위하여 봄에 다시 찾아오리라. 사계절 언제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마음만 먹으면 수시로 찾아와 몸과 마음을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태그:#산림자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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