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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새해는 하버브리지의 화려한 불꽃놀이로 시작된다. CNN이 선정한 세계 1위의 불꽃놀이답게 2010년 카운트다운에도 1백만 명의 시민들이 환호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네요. 그런데 1월 10일에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해도 괜찮을까요?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

 

"늦다니요? 2010년은 아직 357일이나 남았는 걸요. 사실은 나도 새해 결심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휴가지에서 전화를 받고 있거든요. 2010년에는 부디 창조적으로 살기 바랍니다. 해피 뉴 이어!"

 

1월 8일 오후, 기자가 호주에서 활동하는 라이프 코치(Life Coach) 바바라 머레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취재를 겸해 나눈 대화다. 통화 중에 전화기 저쪽에서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왔다.

 

새해결심,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기자가 바바라에게 전화를 걸어서 새해 결심에 대해 물어본 이유는 호주 국영 abc-TV에 출연한 디킨스 대학교 봅 커민스(Bob Commins) 교수가 자기 친구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1월 2일 아침, 그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과체중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체중감량을 첫 번째 새해 결심으로 꼽았는데, 신년파티에서 신나게 먹고 마신 다음 크게 낙담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그래서 커민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고 한다. "좋다. 그게 바로 너의 실제 모습이다. 그런 너 자신에게 똑똑히 말해주어라. 다이어트는 1월 2일에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그는 이어서 "새해 결심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 새해 결심의 속성은 원래 후회스럽게 살아온 묵은해를 반성하기 위한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자기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한 자기 격려의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아내가 부르기 전에 컴퓨터 끄기

 

호주언론은 송구영신에 즈음하여 새해 결심에 관한 뉴스를 자주 보도한다. 그중에서 호주 국영 abc-TV가 보도한 '2010년 새해 결심 톱10'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순위에 올랐다.

 

1. 체중 줄이기

2. 신용카드 부채 청산

4. 자선단체 기부금 납부

6. 금연

7. 계속해서 일기쓰기

9. 공손해지기

10. 절주

 

비록 톱10에는 들지는 못했지만 자녀 엉덩이 살살 때리기, 골프 타수 속이지 않기, 침대에서 아내가 부르기 전에 컴퓨터 끄기, 자전거로 출근하기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한편 심리학자 마크 린들은 자선단체 기부금 납부가 4위에 오른 결과에 대해 "호주는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기부금 납부자가 크게 늘어나고,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통이 있는데 2010년 새해 결심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새해 결심에 호주의 사회현상이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가 비만 세계 1위, 맥주 소비량 세계 3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뚱보 1위 국가와 고주망태 3위 국가에서 체중감량과 절주가 새해 결심 톱10에 든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 되는 이유 7가지

 

새해 1주일을 지내면서 호주 언론은 '작심삼일(always lasts only a few days)'에 관한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금연을 결심한 사람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3% 정도에 머문다는 연구결과를 크게 보도했다.

 

최근 <채널7>의 '선 라이스' 프로그램은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 되는 이유 7가지를 보도했다. 미국과 호주 언론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한 리스트였는데, 진행자들은 마치 자신들의 스토리 같다면서 수다스럽게 소개했다.

 

1. 너무 크고 많은 새해 결심

2.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새해 결심

3. 글로 써놓지 않은 경우

4. 하루에 한두 번씩 확인하지 않는 경우

5. 실천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

6. 새해 결심을 가족, 친구, 직장동료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7. 서포터 그룹이 없는 경우

 

이와 관련하여 조언에 나선 전문가는 "새해 다짐은 3개 정도가 적당하고 아무리 많아도 12개가 넘으면 안 된다. 특별히 단위가 큰 결심은 몇 년 단위로 나누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결심을 지키는데 무슨 서포터 그룹이?

 

한편 7번에 언급된 서포터 그룹은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을 이르는데, 그들의 도움이 없으면 새해 다짐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어떤 사람이 체중감량을 새해 결심으로 정했는데 가족의 저녁 메뉴가 항상 고칼로리 음식인 경우, 또한 일찍 귀가하기를 실천하고 싶은데 직장상사나 친한 친구들이 협조해주지 않는 경우다.

 

주변 사람들 외에도 새해 결심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지도해주는 라이프 코치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라이프 코치는 사안에 따라 친구도 되고 인생의 조언자도 되는 멘토와 성격이 비슷하다.

 

라이프 코치라는 단어는 약 10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마치 스포츠팀 코치처럼, 어떤 사람이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 적극 개입해서 돕는 역할을 맡는다. 체중감량, 규칙적인 운동, 교우관계, 재정 문제 등도 거기에 해당된다.

 

호주에서 각광받는 신종 직업 '라이프 코치'

 

호주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라이프 코치는 지난 3년 동안 IT 직종에 이어 두 번째로 성장속도가 빠른 직종이 됐다. 미국에서 생겨난 직종이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더 활성화된 상태다.

 

라이프 코치는 해당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서 자격증을 획득해야 활동할 수 있다. 호주에는 'Life Coaching Institute'와 'The Life Coaching Academy' 등의 교육기관이 라이프 코치를 양성하고 있다.

 

라이프 코치는 주로 1대1 상담을 통해서 고객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계획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지도하고 돕는다. 특히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를 밝혀내어 스스로 변화를 창조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임무다.

 

그 임무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새해 결심을 제대로 선정하도록 지도하는 것인데,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실천 가능한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고 미래 지향적인 내용이 담기도록 조언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건 기본에 해당된다.

 

'작심 3일'이 '작심300일'로 변하도록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기간에 라이프 코치들은 가장 바쁘게 활동한다. 특히 새해 결심이 작심 3일로 끝나는 사람들이 깊은 절망감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이 기간의 주요 토픽이다.

 

"난 어쩔 수 없는 루저"라면서 고개를 푹 숙인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절망하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격려해주면, 작심 3일이 작심 30일이 되고 작심300일이 되기 때문이다.

 

1월 3일 오후, 기자는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무슨 새해 결심을 했느냐?"고 물어보았다. 제르미 해리스(32)는 "체중 감량을 결심했는데, 개들과 산책을 하다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 앞으로 오게 됐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마크 루이스(29)는 은행원인데 "업무에 매달리다보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다. 올해는 노인이 되신 아버지와 4살짜리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겠다"면서 3부자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기자는 시드니 남부 해변에서 새해를 맞았다.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문득 새들을 닮고 싶었다. "바다처럼 넉넉하게, 새처럼 자유롭게 2010년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 오랫동안 새의 날개를 응시했다.

 


태그:#새해다짐, #작심삼일, #라이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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