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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과 벤치, 그리고 멀리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 연포해수욕장 솔밭과 벤치, 그리고 멀리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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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의 솔밭은 정취로 가득하다.
▲ 연포해수욕장 연포의 솔밭은 정취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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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이 펼쳐지다

바다를 생각할 때면 먼저 여름이 떠오른다. 백사장의 색색의 파라솔과 바다에 둥둥 떠 있는 튜브들의 향연, 그리고 밤바다의 낭만 속에서 들려오는 통기타 소리 등. 무엇보다 인파로 가득차 때로는 번잡스럽기 그지없는 바다의 여름 풍경은 사계절을 가진 우리에겐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다행인 것은, 복잡다단했던 여름바다의 모습이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서 고즈넉하고 쓸쓸해지며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차가워서 더 맑아보이는 푸른 하늘과 그에 걸맞게 깨끗해지는 바닷물의 조화는 인적이 드문 탓으로 더욱 알싸한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연포는 특히 여름보다는 그밖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데 그것은 크기가 작은 해수욕장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인파와 차량으로 꽉찬 연포의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백사장에 들어서기 전 바로 솔밭을 만날 수 있다. 군데군데 잘라내어 밀집을 방지한 터라 각각의 소나무들이 충분한 공간을 유지하며 멋진 자태를 뽐낸다.

구성진 솔밭은 200미터에 달하는 백사장의 거의 끝에서 끝으로 이어진다. 나무 사이사이로 걷다보면 솔향에 취해 바람이 차다는 것도 잊을 수 있다. 서해는 안면도의 소나무밭도 유명하지만, 연포의 그것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는 소나무밭의 운치는 가히 서해안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조개와 불가사리.
▲ 연포해수욕장 조개와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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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백사장.
▲ 연포해수욕장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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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과 어우러진 솔밭.
▲ 연포해수욕장 백사장과 어우러진 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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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이 참으로 곱다

연포의 백사장은 고운 모래로 이뤄져 있다.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해와 남해안 유수의 해수욕장에 비해 꽤 아기자기하다. 우리가 갔던 올 3월에는 늦게까지 머문 추위로 인해 옷깃을 여며야 했다. 하지만 백사장은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게 잘 정돈돼 있었다.

노랫말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의 낭만은 차가운 바다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찬 공기는 또 다른 설레임을 준다. 뒤를 돌아봐도, 저 멀리 앞을 봐도 인적이 없는 추운 날씨의 바다 풍경은 일견 을씨년스럽다.

그러나 또 다시 파라솔이 펴지고 튜브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름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아마도 그것은 깊고 푸른 바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산은 험하지만 늘 곁에 나무가 있어 외롭지 않아 보이고, 바다는 굴곡없이 고른 평탄한 모습임에도 쓸쓸함과 고즈넉함이 애잔함을 자아낸다.

방갈로들, 색채의 향연이다.
▲ 연포해수욕장 방갈로들, 색채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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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향연을 벌이는 오래된 방갈로

언뜻 보면 유럽 어느 마을같아 보이는 색채를 지닌 방갈로들이다. 지붕과 창의 색이 다채로운데 아마도 안쪽의 모습은 그리 호화롭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네 리조트들의 소박함은 외국의 그것에 비해 때로는 아쉬운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방갈로의 외양에라도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곳의 노력이 엿보인다.

문득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낡은 지붕을 수리한 다음 어떤 색을 칠하면 좋을까 서로 의논하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 승강이도 벌이고 언쟁도 벌이고. 그리고 마침내 다양한 색을 지붕과 창에 다 칠하고선 의외의 결과에 다들 놀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리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색을 골랐을까!"라고 말이다.

해가 지는 연포, 그림자가 쓸쓸하다.
▲ 연포해수욕장 해가 지는 연포, 그림자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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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정취를 더하다

연포는 '서해쪽의 바다는 뻘로 돼 있어서 개운한 느낌이 없다'거나, '바닷물이 잿빛일 것'이라는 우려를 깨끗이 씻어주는 바다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수평선이 전해주는 끝모를 공포감, 혹은 위압감도 덜하다. 마냥 순해 보이는 바다지만 그래도 가끔은 바람이 몹시 불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멀리 보이는 섬들이 저 먼 바다에서 몰아치는 파도를 조금은 막아줄 거라 믿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가매 조금씩 조금씩 깎여 조개껍질들과 함께 다시 모래를 이룰 것이다.

해가 지는 연포는 소나무와 저 멀리 방갈로 등의 그림자로 그렇게 덮여가고 있었다. 온통 어두워져 솔밭과 모래밭, 그리고 바닷물의 경계가 없어지면 낮엔 잘 들리지도 않던 고요한 바다의 소리가 조금은 크게 들려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뒤돌아 모래사장을 걸었다.

덧붙이는 글 | ▲ 위치 :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 | 개장 : 1971년 | 욕장 : 길이(1.6km)·폭(200m) | 거리 : 태안에서 13km
▲ 연포는 그리 크지 않은 해수욕장으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의 어느 곳에서나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백사장은 고운 모래와 소나무밭으로 그 정취를 더한다. 주차를 하고나면 바로 앞으로 솔밭이 펼쳐지는 터라 이동하기도 쉽다. 근처에 레저하우스와 비치하우스 등의 숙박시설도 있다.



태그:#연포, #연포해수욕장, #서해바다, #솔밭,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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