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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지방선거는 모두 다섯 차례 치러졌다. 역대 최고 투표율은 제1회(1995년 6월 27일) 때의 68.4%였다.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던 지방선거는 2002년 6월 13일에 치러진 제3회였다. 겨우 48.4%가 나왔다.

그뒤로 치러진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조금 증가했다. 제4회(2006년 5월 31일)의 51.6%를 지나 최근에 실시된 제5회(2010년 6월 2일)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54.5%에 이르렀다. 하지만 투표율이 늘었다고 해서 그것이 전체적으로 민의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최근 제5·6회의 투표율 산술평균은 53%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율을 제고할 수 있는 사전투표가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다. 새로 도입된 사전투표제에 따라 전체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는 날도 최대 3일로 늘어나게 되었다. 언론이 이번 지방선거를 '3번의 기회', '3일 투표'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투표일이 3일로 늘어난 만큼 전체 투표율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사전투표제를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기존의 부재자 투표와 혼동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탓이 클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공식블로그를 따라 사전투표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투표소 8배 늘고, 시간도 늘고... 투표율 오를까?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6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체험관 운영 및 시연회에서 한 시민이 사전투표 체험을 하고 있다.
▲ "별도의 신고 없이 가까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세요"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6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체험관 운영 및 시연회에서 한 시민이 사전투표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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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일인 6월 4일에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사전 투표기간인 5월 30일(금)과 31일(토) 2일간 별도 신고 절차 없이 전국 읍·면·동 단위당 1곳과 군 부대 밀집지역 20곳 등 총 3506개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면 된다. 이는 제5회 지방선거 당시의 부재자투표소 413개소보다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사전투표소에서의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기존 부재자투표의 6시간(오전 10시 ~오후 4시)보다 2배가 늘어난 것이다.

사전투표는 기존 부재자 투표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해 나온 측면이 강하다. 지난 선거까지는 출장이나 여행 등 개인 사정이나 부득이한 회사 업무 등으로 선거 당일에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미리 부재자 신고를 해야 투표할 수 있었다. 부재자 신고를 한 선거인은 우편으로 받은 투표용지를 들고 지정된 부재자 투표 장소로 가 투표를 해야 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제 아래서는 선거인이 자신의 주소지로 등재되어 있는 선거구에서 투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지참하고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장소로 가기만 하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제에서 가장 편리한 것은 별도의 사전 신고 절차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선거 당일 이런저런 사정이나 사유 등으로 투표를 하기 힘든 선거인은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 5월 30일과 31일 2일에 걸쳐 전국 읍·면·동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로 가 곧장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제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유권자 전체를 하나로 통합한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각 지역 투표구별로 선거인명부를 따로 작성해 관리했다.

투표소 거주자 아니어도 신고 없이 투표 가능

사전투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선거인이 사전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신분증명서(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등)를 제출하면 제일 먼저 '관내선거인'과 '관외선거인'으로 나누어진다. 관내선거인은 선거인 자신의 주소지 읍·면·동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관외선거인은 관내선거인을 제외한 사람을 가리킨다. 자신의 주소지 읍·면·동이 아닌 다른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원래 주소지가 아닌 타 지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났다가 사전투표를 하는 사람, 선거법상 주소지인 자신의 집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나 직장 근처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사람도 관외선거인으로 분류된다.

관내·관외선거인은 각자 제시한 신분증명서와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받는다. 이어서 손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입력한 뒤, 투표용지발급기로 투표용지를 발급받는다. 이때 관외선거인은 투표용지와 주소라벨이 붙은 회송용봉투를 함께 받는다.

그뒤 관내·관외선거인은 공통적으로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관내선거인은 기표한 투표지를 안 보이게 접어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관내선거인의 이러한 투표 방식은 선거 당일에 실시하는 일반투표와 큰 차이가 없다.

관외선거인은 기표한 투표지를 회송용봉투에 넣어 봉함한 뒤, 그 회송용봉투를 투표함에 넣는다. 관내선거인의 경우와 달리, 관외선거인의 투표지는 개표를 위해 자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선관위로 우편 송부가 이뤄져야 한다. 관외선거인에게 따로 회송용봉투가 주어지는 까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제 홍보 내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제 홍보 내용.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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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제를 공간적인 한계를 극복한 세계 최초의 선거 시스템이자 가장 발전한 제도로 짐짓 추켜세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전투표제에 거는 기대감도 무척 크다. 이번 6·4 지방선거의 관리 총책임자인 문상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6·4지방선거의 투표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전국 단위 선거로는 사상 처음 도입되는 사전투표제가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크게 기대하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전히 대한민국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와 사전투표제, 연휴 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에서도 사전투표제와 연휴는 서로 연동하는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전투표는 선거일로부터 5일 전 이틀간 치러진다는 규정에 따라 5월 30일과 31일 2일에 걸쳐 행해진다. 31일은 토요일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선거 당일에 투표하기 힘든 직장인이라면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마음 놓고 투표할 수 있다.

연휴 변수도 흥미롭다. 평일인 5일을 연차휴가로 신청하면, 선거 전날인 3일(화요일) 퇴근 이후부터 특별휴일로 지정된 선거 당일(4일)을 포함해 일요일인 8일까지 최대 5박6일간 연휴를 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월 30·31일 양일에 걸쳐 있는 사전투표 날에 유권자들이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체 투표율도 늘어날 확률이 높다.

3일간 풀뿌리민주주의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면...

지방선거는 공공연한 오명(?)을 안고 있다. 정치적 비중이 큰 전국 단위 선거들 중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게 나오는 선거의 전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현실정치적인 권력 논리만 따르자면,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그 중요도가 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제5회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4.5%였다. 2012년 12월에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 때의 75.8%와 비교하면 20여%p가량 적은 수치다. 하지만 2012년 4·11 국회의원총선거(총선) 때의 투표율 54.2%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2008년 4월 9일에 실시된 제17대 총선의 투표율 46.1%보다는 무려 8%p나 더 높다. 최근 두 번의 총선(제18·19대)과 지방선거(제4·5회) 투표율의 산술평균을 따져 보아도 50.2% 대 53.5%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더 높게 나온다.

그렇다고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최일선에서 일할 정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대선이나 총선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에 상대적으로 가장 근접한 선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차대한 선거에 유권자 절반 정도가 투표권을 포기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총체적인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5·30 지방선거나 5·31 지방선거로 불러도 좋겠다. 실질적인 투표일이 3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라는 사전투표제 덕분이다. 중앙선관위의 바람마따나 시·공간적 제한을 극복한 사전투표제로 선거인의 투표 기회가 대폭 확대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크게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 3일간 풀뿌리민주주의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면 더욱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h.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제6회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제, #관내선거인, #관외선거인, #풀뿌리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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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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