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빨간색이 정열적이다.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다. 다육식물 '불꽃'이다.
 빨간색이 정열적이다.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다. 다육식물 '불꽃'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쉽게 키울 수 있어서다. 이 다육식물은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다. 줄기나 잎에 수분을 많이 머금은 덕분이다. 생명력도 강하다. 번식력도 좋다.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색깔도 다양하다. 계절 따라 색깔과 모양도 달리한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고 통통하게 자란다. 가을에 붉게 물든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엔 빛을 찾아 목대를 길게 뺀다. 독특하고 기이한 수형도 이때 만들어진다.

진정한 팔색조다. 세밀하고 신기한 생김새도 매력적이다. 그만큼 예쁘고 앙증맞다. 이 다육식물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우울증 같은 치료식물로도 쓰인다. 밤에 산소를 내뿜어 공기정화 식물로도 각광을 받는다. 애완동물에 빗대 '애완식물' '반려식물'로 불리는 이유다.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 보편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는 다육식물 '그리니'다.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 보편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는 다육식물 '그리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다육식물의 분갈이를 하고 있는 유영진씨. 원예치료를 통한 사회복지를 꿈구며 귀농했다.
 다육식물의 분갈이를 하고 있는 유영진씨. 원예치료를 통한 사회복지를 꿈구며 귀농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다육식물에 반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서 '다육꽃사랑 식물원'을 운영하는 유영진(45)씨다. 노인장기요양병원을 운영하다가 귀농했다. 원예치료를 통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서다. 치료용 원예작물로 선택한 건 다름 아닌 다육식물이다.

5년 전 귀농한 유씨는 부모를 모시며 농사를 지었다. 벼농사와 함께 다육식물을 재배했다. 농사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해본 덕분이었다. '농사는 정직하다'는 믿음을 갖고 부지런히 일했다.

다육식물 재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 스스로의 노력으로 하나씩 터득해 나갔다. 지금은 6600㎡에 벼를, 넓지 않은 밭에 쌈채를 재배하고 있다. 그만큼의 면적에 30∼40종의 다육식물과 와송을 가꾸고 있다. 그 사이 농업인후계자로 선정되고 영농조합법인도 만들었다.

귀농인 유영진 씨의 다육식물 판매장. 땅끝마을 해남의 대흥사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귀농인 유영진 씨의 다육식물 판매장. 땅끝마을 해남의 대흥사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유영진 씨의 다육식물 전시장 풍경. 소품으로 쓰인 하얀 고무신이 눈길을 끈다.
 유영진 씨의 다육식물 전시장 풍경. 소품으로 쓰인 하얀 고무신이 눈길을 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흥사로 가는 길목에 다육식물원도 개설했다.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1000여 종을 갖췄다.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면서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반응은 좋다. 여행객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심심찮게 발길을 하고 있다.

다육식물 재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판매도 쏠쏠하다. 다육식물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몇 천 원에서부터 수십, 수백만 원짜리까지 있다. 품종의 희귀성이나 돌연변이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식물은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농사는 정직하거든요. 일한 만큼 수확이 나오고, 보람도 가져다주잖아요. 당장 큰 욕심 없어요. 다육식물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신뢰를 쌓으려고 합니다."

유씨의 말이다.

유영진 씨가 다육식물의 분갈이를 하며 뿌리를 잘라내고 있다.
 유영진 씨가 다육식물의 분갈이를 하며 뿌리를 잘라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유영진 씨가 전시장을 찾은 손님에게 다육식물 키우는 요령을 설명해 주고 있다.
 유영진 씨가 전시장을 찾은 손님에게 다육식물 키우는 요령을 설명해 주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다육식물 시장 전망도 밝다. 지금까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보급됐다면, 이제는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관상용에 머물던 데서 정원용으로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가 체험농장을 운영하려는 이유다. 앞으로 식물원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복지와 연계시켜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복지가 별 건가요? 지역주민들과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공부하는 자세로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고, 변함없이 봉사하는 자세로 살려고 합니다."

부지런히 분갈이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다육식물과 함께 할 그의 앞날이 그려진다. 어쩌면 이게 '평생복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 이 식물이 반려식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 이 식물이 반려식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육식물, #유영진, #해남, #귀농, #반려식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