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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진짜 일꾼'이라 할 수 있는 북구청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배광식 후보, 무소속 구본항, 무소속 권효기 후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없다. 구본항, 권효기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북구는 금호강과 함지산을 기준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뉜다. 강북인 칠곡 지역은 신도심으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젊은 층이 많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이 특징이다. 강남 지역은 구도심으로 과거 산업화 시기엔 잘나갔으나 이후 급격히 낙후되었고 노령인구가 많이 거주한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칠곡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강북구로 분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칠곡에 거주하는 김흥수(남, 54)씨는 "사실상 북구는 칠곡(강북)이 먹여 살리고 있지 않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박효경(여, 26) 씨는 "노원동(강남) 같은 경우는 비 오면 침수되는 지역도 있다"며 그런 낙후 지역 좀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구청장에게는 이질적인 북구를 통합하고,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져 있다.

현직 새누리당 이종화 구청장이 내리 3선을 해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북구 부구청장이었던 배광식(54) 후보와 대구시의회 의장 이재술(52) 후보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다. 결과는 배광식 후보의 승.

새누리당 배광식 후보는 이재술 후보와의 경선에서 당원 투표는 밀렸지만 장애인 가산점 10%와 여론조사에 앞서 승리를 하게 되었다.
 새누리당 배광식 후보는 이재술 후보와의 경선에서 당원 투표는 밀렸지만 장애인 가산점 10%와 여론조사에 앞서 승리를 하게 되었다.
ⓒ 구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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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출신의 관료인 배광식 후보는 이재술 후보와의 경선에서 당원 투표는 밀렸지만 장애인 가산점 10%와 여론조사에 앞서 승리를 하게 되었다. 장애를 갖게 된 사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강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지만 2002년도에 재발하게 된다. 이때 국내에선 치료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2004년도에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로 향한다.

아직 도입되지 않은 항암제 처방을 받고, 종양 제거 수술을 다시 받았다. 제거 수술을 받을 때 전이를 우려하여 눈과 코의 일부, 안면 일부를 제거하게 했다. 그래서 한쪽 눈을 잃고 장애 판정받게 된다. 다행히 암은 완치된다. 사람들이 건강을 의심할까 봐 지난해에는 마라톤 10km 완주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공직생활과 암 투병, 회복 후 출마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담아 <북꾸러운 광식씨>라는 자서전을 출판하기도 했다.

기존 이종화 북구청장. 올해 3월, 임기를 3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해 7월 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 이종화 북구청장. 올해 3월, 임기를 3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해 7월 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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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의 주민들은 전임 새누리당 이종화 구청장이 3선을 함으로써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임기 말엔 레임덕 현상도 심했다. 이종화 청장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의 이행률이 45.4%에 그쳐 대구 8개 구,군 단체장 평균을 한참 밑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3월, 임기를 3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해 7월 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올해 3월엔 'LPG 충전소허가 특혜의혹'으로 대구시 감사와 경찰의 내사를 받기도 했다.

이는 부구청장을 지냈던 배광식 후보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있었던 '국립대구과학관 채용비리사건'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합격한 24명 중의 11명이 고위공직자 자녀, 퇴직 공무원, 언론사 기자의 배우자였는데, 이 중 대구시 신성장정책관실 곽영길 서기관과 배광식 부구청장의 자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곽영길 서기관은 면접을 주도한 주무부서의 장이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배광식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전임 구청장의 레임덕이 상당했다.
"공약을 내 걸 때 지역의 여건을 자세히 분석했어야 했는데 그게 좀 부족해 공약이행률이 낮았던 것 같다. 구청 조직 문화를 개선할 생각이다. 구청장 개인의 능력보단 900명의 직원 능력을 모아서 큰 효과를 내겠다. 구청 직원이 전문적인 판단하에 의사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그렇게 하면 책임 있는 행정이 이루어져 비리 문제도 크게 줄 것이다. 핵심은 공무원의 업그레이드이다."

- 당시 부구청장이었지 않나?
"남구에서 2년, 수성에서 4년 부구청장으로 일했다. 부구청장은 한계가 있다. 의견은 충분히 개진하지만, 정책 결정과 방향은 구청장이 하는 것이다."

- 아드님이 국립대구과학관 비리에 연루되었던데 지금은 뭐하시나? 
"대구테크노파크에서 계약직으로 일 하고 있다. 고위공무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에 유감을 표명한다. 공무원으로서 한 점의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 경찰, 당과 대구시의 검증을 다 거쳐서. 저는 문제가 없는 걸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 선거 막바지다. 어떤가?
"북구가 그동안 침체되어 있다.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구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구청장은 입 구(口) 자에 들을 청(聽)자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에서 권위만 세우는 게 구청장이 아니다. 현장 위주로 가서 구민의 이야기를 듣겠다. 구청이 강남에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강북으로 출근하겠다.

일단은 새누리당 배광식 후보가 유력해 해보인다. 대구는 워낙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민심도 크게 변하지 않아 보였다(관련 기사: "여당 뽑아야 박근혜 편해" vs. "그래서 대구가 이 꼴 났다" ). 하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무소속인 구본항, 권효기 후보가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인지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무소속 권효기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권 후보는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으로 출마해 2만 737표를 획득(14%)했다.
 무소속 권효기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권 후보는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으로 출마해 2만 737표를 획득(14%)했다.
ⓒ 구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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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기 후보(72)는 98년 제2대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0년 16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지난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이번 선거까지 계속 출마 중이다. 98년도 북구의원으로 당선되었으나 이후는 다 낙선하였다. 경북대(대구 북구)에서 만난 이수정(여, 25)은 "권효기 후보에 대해서 아는 건 없지만 저 어렸을 때부터 계속 선거에 나와서 이름은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직업란에 서비스업, 학력은 무학이라고 밝혔다. 유세현장에 찾아가 "무슨 서비스업을 하시며 무학이라고 밝히셨는데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답변을 회피했다. "계속 출마하시는데 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권 후보는 그저 "주민자치제 만들려고 구청장 출마했다"며 스스로 지방자치 전문가라고 자처했다.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으로 출마해 2만 737표를 획득(14%). 지역에선 꽤 득표력이 있다.

무소속 구본항(57) 후보는 영남대 행정대학원 졸업한 행정학 석사이고, '14대째 북구 토박이'인 점을 강조한다. 구 후보는 98년도 1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북구의원에 출마해 당선된다. 98년 2대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대구 시의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다. 2002년 3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대구 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다.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에 꾸준히 나섰지만 모두 낙선한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친박연합 소속으로 북구청장으로 출마하여 40,116표를 획득, 무려 27%의 득표율을 보였다.

무소속 구본항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직후 약 3개월간 칠곡 지역의 진입로인 국우터널과 팔달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출퇴근길 인사를 했다. 사진은 구 후보의 선고공보물에서 발췌.
 무소속 구본항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직후 약 3개월간 칠곡 지역의 진입로인 국우터널과 팔달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출퇴근길 인사를 했다. 사진은 구 후보의 선고공보물에서 발췌.
ⓒ 구본항 후보 선거공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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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이색 선거 운동으로 주목받았다. 예비후보 등록 직후 약 3개월간 칠곡 지역의 진입로인 국우터널과 팔달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출퇴근길 인사를 했다. 이게 무당파와 정치무관심층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숙(여, 50)씨는 "출근길 마다 구본항 후보가 인사하는 걸 보았다"며 "성실한 모습이 보기 좋아 그를 지지 하기로 마음 먹었다" 고 말했다. 김씨는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정치에도 관심 없어서 투표를 안 할 생각이었으나 구 후보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의 절대 우세에다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는 구본항 후보도 사실상 여권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찍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배광식 후보 유세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은 도대체 뭐하나? 제 1야당이라는 게 후보도 못 내고…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구색 맞춰서 장사하는데 선거 의지가 있는 거냐 없는 거냐"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태그:#대구, #북구청장, #6.4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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