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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공도중학교엔 특별한 교실 하나가 있다. 그 곳을 두고 학생들은 "노는 아이들이 가는 곳, 싸움이 짱인 아이들이 가는 곳, 무시무시한 남자 교사가 있을 것 같은 곳"이라고 상상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고, 누가 있기에 그런 걸까? 지난 6일, 바로 그 교실의 주인공인 교육복지사 손지완씨를 만났다.

교사-학생, 부모-학생의 다리...교육복지사는 어떤 일을 할까?

아이들이 그녀에게 붙여준 별명 두 개가 있다. 학교 안에선 '복지쌤', 학교 밖에선 '공도엄마'가 그것이다. '복지쌤'이란 별명은 학교의 '교육복지사'라는 뜻이다. 교육복지사는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하거나, 학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학교 안에서 돌보는 사회복지사다. 예를 들자면 양호 선생님과 같은 범례의 용어다.

손지완 교육복지사 선생님
 손지완 교육복지사 선생님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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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교실은 학교 안의 무한돌봄센터라 생각하면 이해 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문제가 생기면 상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곳이다. 학생이 처한 상황을 상담하고, 학교환경과 가정환경을 함께 고민해 학생과 함께 앞으로의 길을 찾아 나가는 것. 필요하면 외부기관(청소년 상담센터 등)을 연결하기도 한다.

이곳에선 가족여행 경험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축구 동아리를 결성해 경기를 운영하기도 한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는 전교 '허그 데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승의 날 이브'인 5월 14일에 등교하는 전교생을 전 교사가 일일이 안아주는 식이다. 이날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정이 가득 담긴 초코과자를 나누며 사제지간 정을 나누기도 한다.

학교에서 진행한 허그데이, 어색한 사제간의 벽을 허문다
 학교에서 진행한 허그데이, 어색한 사제간의 벽을 허문다
ⓒ 공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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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일선 교사는 학습과 생활지도가 주 업무인데 학습 지도만 주로 집중하다 보니 생활지도까지는 여력이 힘들 때가 많다. 이때, 교육복지사의 역할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교육복지사는 교사와 학생, 부모와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에서 그녀가 '엄마'라고 불리는 이유

공도 읍내에 나가면 '좀 논다'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있다. 그들 중엔 재학생도 있지만, 고교로 진학한 후 적응하지 못해 퇴학 당한 아이들도 있다.

'그중 한 아이가 학교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교사도 부모도 난감하다. 어떻게 알아볼 방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선 어김없이 그녀가 나선다. "야, 어제 걔 어디서 잤다니. 오늘은 어디선 잔다대? 언제 집에 들어간다니?"라고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 최소한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정보를 얻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평소 그녀가 아이들과 계속 관계를 연결 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와 연락처를 통해 아이들의 평소 상황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왜 그녀와 소통을 계속할까. 그건 바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그녀의 신뢰 때문이다. 교육복지실을 자주 방문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소위 '노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나와 만나면 벌써 서로를 알아본다. 우리가 패밀리란 걸. 호호"

그녀는 그 느낌을 잘 안다. 아이들 사이에서 '공도 엄마'라 불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녀 또한 20 대까지 이른바 '노는 청소년'이었다.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40대인 그녀에게 아직도 '반항하는 청소년'의 이미지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놀아본 사람이 놀아본 사람 심정 안다"는 그녀의 말은 진심이다.

"빡친 경험 이야기해봐라"...아이들과 소통, 어렵지 않다

"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청소년 같으니까. 내가 아직 덜 컸나 보다"

한 때 에어로빅 강사를 한 그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댄스도 곧잘 춘다. 청소년수련관 교관으로 있을 땐 청소년과 교감 할 기회가 많았다. 그녀는 "이 일이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복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아이들과 잘 노는게 답이다."

그녀의 내공이 느껴지는 말이다. 그녀에게 '무서운 10대'는 없다. 알고 보면 모두 사연 없는 아이들은 없다. 아이들에게 "졸라 빡친(매우 화난) 경험 이야기 해봐라"란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저 욕도 잘해요"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다. 뭔가를 물을 때, 주변에서 답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그 아인 행복한 아이"라고 그녀가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어떻고 저떻고"라고 말한다. 그녀에겐 자신과 함께 한 모든 학생은 모두 '우리 아이'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런 그녀의 태도에 마음을 열었으리라. 끝으로 그녀는 "각 학교마다 교육복지사가 생겨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태그:#교육복지사, #공도중학교, #손지완, #청소년,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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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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