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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백종임(68ㆍ소원면), 안종배(73ㆍ남면), 정소제(75ㆍ태안읍)씨.
▲ 사진 왼쪽부터 백종임(68ㆍ소원면), 안종배(73ㆍ남면), 정소제(75ㆍ태안읍)씨. 사진 왼쪽부터 백종임(68ㆍ소원면), 안종배(73ㆍ남면), 정소제(75ㆍ태안읍)씨.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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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30분이면 출근해 꼬박 하루를 청소만 하는 '청소의 달인'들이 있다고 해서 들른 곳은 바로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이다.

길게는 27년 동안 터미널에서 일하다보니 터미널에 뼈를 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들이 있어 태안버스터미널이 향기롭기까지 하다.

지난 2일 이날도 어김없이 대걸레를 들고 하루 종일 총총걸음으로 터미널 곳곳을 누비는 이들 발견. 청소반장 안종배(73·태안군 남면)씨를 필두로 정소제(75·태안군 태안읍)씨와 백종임(68·태안군 소원면)씨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27년차 터미널지기 안종배씨는 충남고속 소속 환경미화를 담당하며 팀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터미널을 찾는 고객들에게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조성에 구슬땀을 흘린다. 이에 질세라 10년 동안 터미널을 지켜온 안방마님 정소제씨는 늘 웃는 인상이 인상적인 분이다. 이제는 매일같이 찾는 터미널이 내 집인양 편하다고 말하는 정씨.

화장실을 사용하는 고객들마다 칭찬일색인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터미널로의 출근을 약속한다. 가장 막내이자 터미널 신참 8개월차 백종임씨는 얼마 전 출근길에 터미널 문에 찧인 눈가 멍으로 웃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그래도 내 직장, 내 일터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세 사람에게 하루 평균 600~700명의 고객들이 드나드는 터미널 청소의 고충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안씨는 올해부터 전면 시행 길에 오르는 금연구역에 대해 입을 연다. 실내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 때문에 애로가 크다고. 정씨는 오후 6시 퇴근 후 이튿날 출근하면 어김없이 터미널 2층에 널브러져있는 쓰레기더미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탈청소년들이 밤 11시까지 불을 밝히는 공간인 이곳 터미널을 찾아 스스럼없이 침을 뱉고 과자나 술 등을 먹는 통에 아침이면 난리통 속 청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다 손자 손녀같은 아이들이지만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어지럽혀 놓을 때면 속상할 때가 많죠."

한참 일을 배우느라 눈코 뜰 새가 없는 백씨는 보람을 찾는 일터로 터미널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반장 안씨가 이들을 대표해 고객들에 대한 새해인사를 건넨다.

"올해는 터미널을 찾는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성공 이루시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언제 어느 때 찾아도 기분 좋은 터미널 환경을 위해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들이 있어 오늘도 터미널이, 또 터미널을 찾는 설렘과 희망이 이 공간에 숨 쉬고 있는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버스터미널, #충남 태안, #환경미화원, #쓰레기,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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