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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언제 가장 맛있을까?
 막걸리, 언제 가장 맛있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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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제일 맛있을 때가 언젠지 알아?"

별 거 아닌데, 난감합니다. 지인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랄까. 사실 저도 막걸리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요즘 대세라는 백종원씨가 그러더군요. "음식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고.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지요. 그런데 나름 꽤 즐긴다는 막걸리가 언제 가장 맛이 나는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글쎄요. 일봉 성은 언제 막걸리가 제일 맛있던가요?"

지인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자신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함일까. 그는 거침없었습니다. "거의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공을 찬 후 갈증 해소를 위해 막걸리를 마시니 안다"라는 겁니다. 자기도 몰랐을 때는 "가게에서 보이는 대로 집어왔는데, 후배가 막걸리를 아무거나 가져오면 되냐?"라고 구박하더랍니다. 그의 맛있는 막걸리 고르는 비법은 간단했습니다.

"출고된 지 하루 지난 막걸리가 최고 맛있어."

진짜일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시시때때로 같이 막걸리 등을 마시는 한 지인을 떠올렸습니다. 여수주조공사 대표였습니다. 근데, 정답만 알려주는 걸 거부하지 뭡니까. 답만 알려주면 의미 없다나. 그러면서 "막걸리 공장에 오라"고 하더군요. 지난 22일 번거롭지만 겸사겸사 길을 나섰습니다.

"막걸리 발효 소리 좀 들어봐, 소리가 예술이야"

막걸리가 맛있게 발효되는 중입니다.
 막걸리가 맛있게 발효되는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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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제일 맛있는 막걸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꼬?"

지인은 공장 입구에서 제게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지인들과 연말 모임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중, 말이 나와 그렇게 됐지요. 그의 등 뒤로 '확실히 차별화된 여수 생 막걸리의 장점' 등을 알리는 홍보판이 큼지막이 붙어 있습니다. 그가 막걸리 공정부터 둘러보자고 하더군요. 수년 전 공장을 본적 있었습니다. 특별히 또 보자는데 뺄 필요 없었지요. 직원들이 땀 흘리며 찐 쌀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요거 봐. 이게 바로 막걸리 주재료인 쌀이여."
"어디 쌀 써요?"
"자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
"와우~, 고흥만 햅쌀이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찐 쌀입니다. 고흥만의 햅쌀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찐 쌀입니다. 고흥만의 햅쌀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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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찐 쌀을 한 줌 집더니, 맛보길 권했습니다. 기대치가 너무 앞섰나 봅니다. 찐 쌀은 머릿속에 그렸던 달짝지근한 맛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퍽퍽했습니다. 쌀이 입안에서 굴러다녔습니다. 그가 빠르게 이곳저곳을 설명한 듯싶더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효모를 키우는 곳이야. 발효는 15일간 이뤄져. 조용히 귀 기울여 막걸리 발효 소리 좀 들어봐. 발효되는 소리가 예술이야."

원통 속을 들여다보니 거품이 일었다 터지기를 반복합니다. 그에게는 톡톡 터지는 이 술 익는 소리가 예술이나 봅니다. 발효의 참맛을 아는 게죠. 눈을 감고 발효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게는 그저 거품 터지는 소리일 뿐. 이게 바로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과 막걸리를 먹는 사람의 차이였지요. 여수주조공사 임용택 대표와 약식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막걸리 맛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 좌우"

여수주조공사 입구에 걸린 여수막걸리 홍보판입니다.
 여수주조공사 입구에 걸린 여수막걸리 홍보판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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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가 제일 맛있을 때는 언제나요?
"출고 후 하루 지난 게 제일 맛있어. 지금은 겨울이니 1일에서 3일 사이가 맛있지."

- 하루 지난 막걸리가 특히 맛있는 이유가 있나요?
"효모가 살아 있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숙성되니 맛있는 거 같아. 또 막걸리 자체가 건강한 상태에서 마시니 맛이 좋은 거지."

- 막걸리 맛의 원천 혹은 매력은 무엇이나요?
"막걸리는 재료, 환경, 사람, 정성, 기술 등이 조화로운 게 좋은 막걸리여. 맛을 내는 걸 한 마디로 정리하면 특히 좋은 재료와 정성이야."

- 막걸리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있나요?
"그건 따로 없어. 맛있게 먹는 건 각자 기준에 따라 달라. 자기 기준에 맞게 개발해 마시면 돼. 나는 때로 머그잔에다 막걸리 따라 마시는데, 운치 있고 좋더라고."

이런 걸 모르고 무식하게 몸에 좋다는 유산균이 많다고 마시기만 했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제 나름대로 최고로 운치 있게 막걸리 마시는 법이 있습니다. 지난 4월인가, 산사에 갔다가 스님께서 내놓은 곡차 상에 반하고 말았지요. 바로 막걸리와 곶감, 김치의 조합입니다. 하여튼 막걸리, 여수 대표 맛인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굴 구이, 장어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 데침회 등과 마시며, 여수의 아름다운 경치 즐기시기 바랍니다.

제가 꼽는 최고의 곡차상은 어느 산사 스님께서 내놓은 막걸리와 곶감의 조합이었답니다.
 제가 꼽는 최고의 곡차상은 어느 산사 스님께서 내놓은 막걸리와 곶감의 조합이었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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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막걸리, #최고의 곡차상, #여수주조공사, #발효, #막걸리가 제일 맛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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