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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646일째인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이 보관 중이던 세월호 유품과 유류품 1169점(약 250상자)을 실은 이송 트럭이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도착했다. 차량 옆에 ‘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라고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646일째인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이 보관 중이던 세월호 유품과 유류품 1169점(약 250상자)을 실은 이송 트럭이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도착했다. 차량 옆에 ‘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라고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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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복, 운동화, 슬리퍼, 휴대폰, 안경, 배게. 곰 인형, 선글라스, 모자, 장난감, 기타, 디지털카메라, 세면도구세트, 화장품, 소지품과 옷가지 등이 담긴 흙 묻은 가방...'

세월호 참사 646일 만인 1월 21일 오후 세월호 참사 당시를 증언하고 기억하는 희생자들의 유품과 유류품이 전남 진도에서 안산으로 돌아왔다. 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아이들의 유품이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돌아온 것이다.  

이날 새벽 유가족, 416기억저장소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21명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수학여행 가방, 교복 등을 비롯한 유품과 일반인 승객 및 선원들의 물건을 안산으로 옮기기 위해 진도군청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해역에서 건진 가방, 교복 등은 그동안 주인을 찾지 못해 진도군이 군청사 뒤편 컨테이너에 보관해왔다. 앞서 416기억저장소는 지난 5일부터 유가족, 시민, 사진작가 등의 도움을 받아 유품 등을 전수 조사한 후 목록을 작성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께 진도군 관계자로부터 유품과 유류품 1169점(약 250상자)을 인도받아 차량 양옆에 '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 '유품과 함께 아홉분을 찾아주세요'라고 적은 펼침막을 내건 무진동 이송 트럭으로 옮겼다.

이후 진도 팽목항 등대에서 약속과 다짐의 인사를 한 후 팽목항 임시분향소에 헌화하고 12시 30분께 안산으로 출발했다.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 자녀 여행가방 찾은 엄마 통곡

21일 오후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416가족협의회 가족들과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에서 보관 중이던 세월호 유품 중 여행용 가방 캐리어 40여개를 분향소로 옮긴 후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21일 오후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416가족협의회 가족들과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에서 보관 중이던 세월호 유품 중 여행용 가방 캐리어 40여개를 분향소로 옮긴 후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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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트럭은 오후 6시께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유가족과 시민 등 100여 명이 마중 나와 비닐로 포장한 수학여행 가방 40여 개를 합동분향소로 옮긴 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여행 가방에는 아이들 이름 대신 유품 번호와 자원봉사자, 사진기록자의 이름을 적은 종이만 붙어 있었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울음을 터트렸으며, 시민들의 눈시울도 불거졌다.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추모사에서 "부서진 304명의 가방을 찾아오는데 646일이 걸렸고, 우리 아이들의 부서진 꿈을 찾아오는데 646일이 걸렸다"며 "우리가 망국의 국민인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왜 우리가 해야 하나. 국가가 하지 않아서 결국 유가족과 시민이 하고야 말았다"고 오열했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동수 아빠)은 "미안하고 죄송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우리 아이들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의 유품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따듯하게 맞아 주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정세경 엄마의 노란손수건 공동대표는 주인 잃은 여행 가방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띄우는 약속을 다짐했다.

"얘들아, 너희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겠노라고 약속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바다 속에 버려진 캐리어처럼 너희의 진실도 무너져가는 이 현실이 한탄스럽다. 하지만 이 못난 어른들이 너희들과 한 약속을 잊지 않을게. 국가가 하지 못한 거 가족들이 진실을 밝히고자 풍찬노숙하면서 버려져 있을 때 우리 시민들이 함께 손을 모으고 있단다. 얘들아 지켜봐 줘. 그리고 오늘은 캐리어에 묻은 바람과 함께 부모님의 꿈속에 꼭 나타나 주렴. 얘들아, 미안해."

추모식이 끝난 후 2학년 9반 '윤희 엄마' 김순길씨는 아이의 연분홍색 여행 가방을 알아보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캐리어를 열어 본 김씨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은 것을 알고 캐리어를 끌어안고 목 놓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다른 유가족과 시민들도 '윤희 엄마'를 에워싸고 함께 울음을 토해냈다.

"유품, 세척 후 가족에게 공개, 주인 잃은 물건은 역사기록물로 보관"

자원봉사와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에서 이송해 온 세월호 희생자 유품과 유류품을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임시 보관소로 옮기고 있다.
 자원봉사와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에서 이송해 온 세월호 희생자 유품과 유류품을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임시 보관소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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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46일 만에 안산으로 돌아 온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유품과 유류품.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임시 보관소에 보존되었다.
 세월호 참사 646일 만에 안산으로 돌아 온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유품과 유류품.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임시 보관소에 보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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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이 끝나고 자원봉사자들이 여행 가방을 합동분향소 앞 임시 보관소(가로 3m, 세로 12m 컨테이너)로 옮겼다. 이어 이송 트럭의 문이 열리고 아이들의 생전의 꿈과 희망이 손때와 함께 고스란히 담긴 하얀색의 유품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품 상자에는 '세월호 유류품-관리번호, 접수 일자, 품명(신발 등), 특징, 수량' 등을 기록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유가족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은 250여 개의 유품 상자를 임시 보관소로 차례대로 옮겼다.

유품 상자를 옮기던 자원봉사자 김판영(58, 자영업자)씨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 그냥 있을 수 없어 다녀왔는데,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태는 마음으로 다녀왔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와 기억저장소는 보관소로 옮겨진 유품과 유류품을 이른 시일 내에 세탁·세척을 거쳐 온·오프라인에 공개할 계획이다. 유품 중에는 아이들의 교복 등 옷가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찬 4·16기억저장소 팀장은 유품 이송의 의미에 대해 "자식의 살점 같은 소지품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은 참사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다짐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주인을 찾는 것을 넘어 진실을 찾고, 침몰한 대한민국을 찾아내는 하나의 작은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안산으로 옮긴 유품과 유류품은 더 이상의 훼손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탁과 세척을 한 후 당분간은 분향소 앞 임시 보관소에 보존하면서 가족들에게 공개할 것"이라며 "416 가족협의회와 논의해 주인을 찾은 유품과 유류품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계하고,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은 기억저장소에서 역사기록물로 보존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유품 유류품, #세월호 유품 안산 합동분향소 이송, #세월호 유품 안산 보관, #416기억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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