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을 보시는 어머니가 젊은이들이 부르는 복음성가를 음정·박자를 무시하고 따라 부르신다. 당신도 틀리는 것을 아시는 것 같다. 엉키는 발음과 꼬이는 혀 앞에 혼자서 웃으며 신나 하신다. 손뼉도 치고 책상을 두드리시며, 재미있어 하신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목소리가 크시다는 점. 목소리가 힘차고 크다는 것은 건강하시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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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폰 끼고 음악들으시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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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뒤로 가서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그랬더니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시원해! 아, 좋네."
"시원하세요? 조금 더 해드릴게요."
"아냐, 아들 힘들어."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차고 강하기까지 하다. 컨디션이 좋으신 모양이다. 어머니에게 같은 동영상을 세 번 틀어드렸다.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부르신다.

"어머니! 좋으세요?"
"난, 노래가 좋아."
"그러세요? 그럼, 날마다 노래 부르시게 해드릴게요."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인다. 동영상을 다 보신 어머니를 지정석으로 앉으시도록 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칭찬하듯이 어머니를 칭찬해 드렸다.

"어머니 목소리는 너무 예쁘세요."
"내가 이뻐?"
"젊은 학생들처럼 너무 목소리가 곱고 맑으세요."
"난 노래가 좋아."
"그러세요. 노래 많이 부르면 좋아요. 어머니."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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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디 박물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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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정, 박자 무시한 '어머니표' 노래

어머니에게 막대사탕을 드렸다. 무엇이라도 드리면 곧바로 드시는 법이 없다. 꼭 같이 먹자고 권하신다.

"나눠 먹어?"
"저희들은 아까 먹었어요."
"같이 먹어."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아 보여 적극적인 교제를 하고 싶었다.

"어머니, 노래 한번 불러 보세요."
"노래?"
"아무거나 젊었을 때 불렀던거요."
"노래? 음..."
"잘 생각해 보세요. 이런 것 생각 안 나세요?"

내가 선창을 했다.

"노오란/샤츠 입은/말 없는/그 사람이~"

어머니가 조금 따라 하시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결국 찬송가를 같이 불렀다. 그런데 같이 부르다가 일부러 노래를 멈췄다. 생각 즉, '뇌운동'을 하시도록 만든 상황이다. 어머니의 독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음정·박자가 무시되는 것은 물론 찬송가에 "노란 샤츠 입은"의 가락이 뒤섞여 어머니 작사 작곡의 노래가 나온다.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어머니의 음정·박자를 무시한 노래가 행복 웃음을 가져왔다.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아프고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어머니도 웃으며 계속 노래를 부르신다. 어머니의 만들어진 노래가 좋아서 웃는 줄 아시는 모양이다. 소파를 손바닥으로 치시며 박자를 잡더니 이번에는 손뼉까지 치신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음을 만드는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치매! 빠이빠이"

치매는 뇌가 이상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뇌 운동'을 시키면 치매가 느려진다. 나는 어머니에게 '퍼즐요법', '책 읽기', '연필로 손녀에게 편지쓰기', '생밤 까기', '손빨래하기', '설거지하기', '음악듣기', '대화하기', '영화 감상하기', '옛 추억 찾아내기', '처음 본 사람들과 대화하기', '손잡고, 눈을 보며, 스킨십하기', '행복한 말 따라하게 하기' 등등. 무엇이든지 어머니의 뇌가 움직일만한 것들을 찾아서 시행했다. 특별히 어머니 가슴에 손을 대개 해드리고, 시행한 '행복한 말 따라하게 하기'는 필수 코스였다. 이런 말들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건강하다."
"오늘, 기분 좋다."
"나는 힘이 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치매는 사라져라."
"치매! 빠이빠이."

이런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말, 생각을 만지는 말이 지우개를 이기는 '기억잉크'가 되어, 분명히 어머니의 치매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우리 독수리 가족들도 규칙적으로 시행하기를 소망한다. 치매환자 가족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사랑의 십자가'가 필요하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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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매장에서 웃으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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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증상 테스트

TV를 보다가 치매증상을 진단하는 전문의의 방법을 보았다. 왼손을 펴놓고 오른손으로 주먹, 칼날(손 날 세우기), 보자기(손등이 보이게)를 해보는 것이라 했다.

어머니에게 그 행동을 하도록 해보았다. 어머니의 치매증상이 어느 정도 인지 테스트하고 싶었다. 노력한 결과에 대해 어머니를 칭찬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하고 싶었다.

"어머니, 이렇게 해보세요. 따라서 해보세요."
"이거, 이거야?"
"주먹, 칼날, 보자기. 주먹, 칼날, 보자기."

처음에는 한 가지, 두 가지만 기억하다가 반복시켰더니 세 가지 모두를 곧잘 하셨다. 속도를 붙여서 빨리 하신적도 있다. 순서가 바뀌지만 재미있게 하신다. 나도, 식구들도 어머니를 위해 모두 함께 유치원생이 되었다. 이처럼 어머니를 위한 '뇌 운동'은 우리 가족, 특히 나의 중요한 일과였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어머니는 확실히 치매가 느려졌다. 의사도 어머니에게 '치매'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웃으며 꺼려했다. 의사의 '진단질문'에 날짜 가는 것만 빼고는 비교적 대답을 잘 하셨다. 틀려도 대답을 자신 있게 하셨다. 의사도 놀라워했다. 아마 내가 만든(?) 여러 '생활치료법'이 효험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어머니의 증상은 이제 '치매'라는 단어보다 '기억력 감퇴' 정도로 상향조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치매노인을 둔 가족들에게 이 작은 방법들을 권한다.

치매노인을 위한 '뇌 운동' 아이디어 15가지

1. 두뇌 활동 활성화시키기
-드라마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린다.
2. 인내심 기르기
-퍼즐을 중도에 포기하면 끝까지 하시도록 만든다.
3. 새로운 기억 만들기
-실수한 부분은 반복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해 드린다.
4. 듣고 답하기
-(시집 간 딸과) 전화 통화를 자주 하게 한다.
5. 주는 마음 만들기
-애정을 줄 수 있는 상대(손주)와 자주 접하게 한다.
6. 좋은 말 만들기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는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
7. 감사 마음 만들기
-식사 후 (가족 모두 함께) "감사합니다."를 하게 한다.
8. 시간 개념 만들기
-날짜와 요일, 시간을 수시로 말하게 하고 따라한다.
9. 의사 표현하게 하기
-드시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자주 묻는다.
10. 기분 전환하게 하기
-잘 기억하는 일, 실수가 없을 때 넘치는 칭찬을 한다.
11. 사랑 마음 만들기
-(손톱, 발톱을 깍아드리며) 애정 표현을 한다.
12. 청결 마음 만들기
-목욕을 자주 하도록 권하고 해드린다.
13. 독자 행동 방지하기
-아들(식구들) 말만 들으셔야 한다고 반복 강조한다.
14. 음악치료 하기
-헤드폰을 통해 좋은 음악을 듣게 한다(이어폰보다 헤드폰을)
15. 출입 확인하기
-부모님 방문에 종(풍경)을 달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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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 친구와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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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장수병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환일 정도로 치매가 대세(?)가 되고 있다.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포함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20%가 치매환자라고 볼 수 있다. 10명중 2명은 치매라는 통계다. 이것은 곧 결혼을 하게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되면, 노인층인 양가부모 중 적어도 1명은 치매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치매는 장수병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에서 치매는 피하기가 쉽지 않은 불청객이 되었다. 그런데 본인만 피해가면 되는 불청객이 아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피해야 할 불청객이다. 이 불청객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쟁에서 이기는 첫 걸음은 적을 아는 것이다. 치매를 알아야 한다.

가족들이 생활 속에서 치매를 연구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시한 여러 아이디어들이 누군가에게는 별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생활 속에서 치매와 싸우며, 부딪치며 배우고 찾아낸 '어머니 모시기 보석들'이다. 예를 들면 '치매와 동거'해야 한다는 제안은 가족들에게도 편안함을 만든다. 치매를 인정하고, 달래면서 살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