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월 9일. 오랜 투쟁과 기다림 끝에 국민들은 마침내 새 시대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를 치렀다. 촛불 민심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로 패배해야했던 문재인에게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자구도 가운데에서도 41.1% 라는 적지 않은 지지율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2위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의 격차도 역대 최고 격차치인 557표차를 넘기며 여유있게 선전했다. '헌정사상 최초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이 배출한 대통령', '역대 최다 투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 등등. 벌써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 앞에는 유례가 없던 독특한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가장 특수한 상황에서 선출된 대통령인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소망 또한 남다를 것임이 분명하다. 촛불 민심이 그를 향해 던진 아낌없는 한 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광장의 국민들은 '광장의 대통령'이 되겠다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모습의 나라를 기대하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신분일 당시 가장 주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은 바로 '일자리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하며, 현재 국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고있는 '실업문제'에 대해 과감한 한 수를 둘 것을 장담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앞장서 간접 고용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대를 돌파하며 '일자리'는 어느새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갈급한 요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를 더 이상 사기업에게 맡기지 않고 공공부문이 과감히 늘리겠다는 공약은 개인의 능력문제로 치부되던 취업 문제를 이제는 국가의 책임으로 끌어오겠다는 각오, 국가의 앞장 선 고용률 증가가 민간의 고용율 증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앞장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공약은 노동문제로 몸살하고 있는 시대의 요구를 읽어냈다고도 볼 수 있다.

근로현장의 외주화와 노동자들의 가혹한 작업량 문제는 매년 끊이지않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당장 지난 5월 1일 후보자들의 막바지 유세가 한창이던 때에도 거제에서 발생한 크레인사고로 5명의 현장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직접 유가족들을 찾아 '삼성중공업'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고 노동현장의 환경개선에 책임을 다하겠다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공부문'이 앞장서 좋은 일자리와 근로환경을 창출하겠다는 그의 공약에, 국민들이 걸고있는 기대감은 절박하다.

두 번째 해결과제로는 '안보' 문제가 빠질 수 없다. 문재인 정권 앞에는 전 정부가 채 수습하지 못한 '사드배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여전히 '사드배치 반대'를 위해 투쟁중인 소성리 주민들과 미국 국방부의 첨예한 갈등, 그에 대응하는 중국의 경제보복까지가 모두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현 정부의 과제다.

'자유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드러내놓고 '좌파를 척결하자'라는 구호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던 홍준표 후보의 예상외의 선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전히 일부 국민들에게는 북한과 핵에 대한 두려움이 나라의 통치자를 결정하는 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홍준표 후보의 상당한 지지율이 증명하고 있다.

'저를 지지하지 않으셨던 분까지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는 취임사처럼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 아픔 속에서 만들어진 전쟁에 대한 왜곡된 두려움까지도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 앞에 당면했다.

세 번째로 민심이 문재인을 향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약자의 인권을 보듬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사람이라는 기대감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매번 규모를 키우며 계속됬던 촛불집회 속에서 사람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부르짖었다.

'결국 가진 자들만 잘 사는 나라다'라는 암묵적 울분은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명백한 사건을 통해 범국민적인 분노로 표출되었다. 믿고있던 원칙과 신뢰,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허망하게 무너뜨려버린 희대의 국정농단사태 앞에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열망의 함성을 내질렀다.

참사의 피해자, 여성, 노동자,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의 여러 사각지대에서 목소리를 묵살당해왔던 사람들은 광장에서야 비로소 누려 마땅한 자신의 권리를 목청껏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시민들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부' '약자고 소수자인 나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사람'을 갈망하게 되었다.

촛불정국이 한참 타오르던 그 시기부터 차기 대통령으로서 암묵적 지지를 받아오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촛불 민심'의 방향을 이해한 듯 '원칙이 통하는 나라'의 '따뜻하고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을 내세웠다.

당선이 확정되고 난 뒤, 세월호참사의 아픔이 담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채 광화문으로 가장먼저 발걸음을 향한 그의 행보는 앞으로 대통령 문재인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는 신호탄인 듯했다.

촛불민심의 분노가 뜨겁게 타오르던 작년 말, JTBC 손석희 앵커는 뉴스 브리핑 중 이런 말을 남겼다. "그들은 저급할지라도 국민은 위대했다." 지칠 줄 모르는 우직한 평화시위로 위대한 국민은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렸다. '새 시대' 를 열망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마침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고, 새로운 사람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혔다.

지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비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자리엔 새 세상에 대한 열망이 회의감을 이기고 피어났다. 광장의 역사를 써낸 위대한 주권자들은 대통령 문재인에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맞잡은 문재인은 지금 '광장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 위에 서있다.


태그:#19대대선, #문재인대통령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