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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대학교수라지만, 나는 삐끼, 앵벌이와 다름없다."
"신입생 유치 때문에 학생 모집 영업을 뛰고 있다. 구걸해서 먹고 산다. 그런데 교수직을 유지하려면 구걸해 번 돈을 다시 학교에 토해야 한다. 다단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말, 제보를 위해 <오마이뉴스>와 만난 교수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서울에 있는 S대학원대학교 교수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대학원대학교는 2003년에 개교한 대학으로, 고등교육법 제30조에 의거해 학부 과정은 없고, 석·박사 과정만 있는 교육기관이다. 현재 총 3개의 학과를 두고 있는데, 학생 수는 석·박사 과정을 합쳐 230여 명에 이른다.

S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 학생 모집 실적이 반영되는 교수 연봉 체계 ▲ 일부 교수의 비상식적 연봉 책정 ▲ 재임용을 위해 돈으로 메우는 업적평가 점수가 바로 그것이다. 제보한 교수들은 "S대학원대학교의 이런 정책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교수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 돈을 바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대학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었지만, 법적으로나 규정상으로나 문제가 없다"라면서 "개인이야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이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조직이 있어야 개인도 있다"라는 입장이다.

[문제①] "학생 유치 실적이 연봉에 반영된다"

S대학원대학교 정문.
 S대학원대학교 정문.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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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학원대학교에는 두 종류의 교수가 있다. 하나는 정년트랙 교수, 다른 하나는 비정년트랙 교수다. 정년트랙 교수는 65세 정년까지 임용이 보장된 교수, 비정년트랙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교수(계약직)를 뜻한다. 여기서 정년트랙 교수는 성과연봉제와 고정연봉제 교수로 나뉜다(비정년트랙 교수는 연봉이 특정 금액으로 고정돼 있다).

성과연봉제 교수들은 '학생 모집 실적이 반영되는 교수 연봉 체계'를 문제삼는다. 이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S대학원대학교는 석·박사 과정 전공을 2개 학과로 신청했다가 17개 학과로 변칙 증설한 것이 적발돼 교육부(당시 교과부)로부터 2007년부터 3년 동안 '학생 모집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신입생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된 2010년부터 특이한 연봉 책정 기준을 도입했다. 기본 연봉을 '당해년도 등록금 수입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한 것.

A교수는 "2010년의 경우, 학생 1인이 내는 등록금의 40%를 교수 기본 연봉으로 책정했다"라면서 "당시 등록금이 약 400만 원이었는데 학생 10명을 모집하면 1600만 원을 받는 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2012년, 이 대학교는 교수 연봉 책정 기준을 바꿨다. 기본급(본봉)과 성과급을 급여의 두 축으로 삼았는데, 복수의 교수에 따르면 "기본급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학생 유치 실적이, 성과급에는 매학기 학생 유치 실적(모집 학생수, 논문지도 학생수 등)이 반영돼 매우 유동적"이라면서 "학교 측에 산출 근거와 방식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설명을 듣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입학지원서를 살펴보면, 이 대학은 '지원자 설문조사'에서 지원자에게 어느 교수(직원)의 추천을 받았는지 묻는다. 교수들은 "그곳에 내 이름이 많이 적혀야 실적이 올라간다"라고 입을 모았다.

성과연봉제 교수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복수의 교수들은 "학생 모집 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은 1600만 원에서 4000만 원 내외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과거 학생 모집 실적이 좋았던 교수는 기본급이 높게 책정돼 7000만~8000만 원대 연봉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 교수 돈벌이 도구 돼버려"... "개선책 모색 중, 고통분담 이해해달라"

S대학원대학교는 입학원서 지원자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인이 누구인지' 묻는다.
 S대학원대학교는 입학원서 지원자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인이 누구인지' 묻는다.
ⓒ S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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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을 유치하고, 재학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 S대학원대학교의 교수들은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고 말했다. A교수는 "2010년부터 2~3년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영업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변 인맥이 고갈되더라"면서 "나중에는 재학생들에게 '혹시 주변에 석·박사 취득하고 싶은 사람 있나 알아봐달라' 부탁하면서 학생을 모집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과에 있는 B교수는 "결국 학생들 면면을 보면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상황이 이러니 학위 취득, 논문 지도에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학생은 교수 돈벌이 도구에 불과한 존재가 됐다"는 C교수는 "한정된 학생 수를 두고 교수들이 등록금을 나눠 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면서 "학생 유치를 두고 교수들 간의 갈등까지 생긴다"라고 전했다.

S대학원대학교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학교 교무처 D처장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대학원대학이 불황을 겪고 있다"라면서 "어느 교수가 직접 나서서 학생을 유치하는 걸 하고 싶겠나. 하지만 대학의 존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D처장은 "신입생을 받지 못했던 기간이 있어 재정이 바닥이었다. 궁여지책으로 학생 등록금의 일부를 교수 연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라면서 "2012년 교육부 감사 이후 지금의 연봉 체계가 완성됐다. 최초 임용시 연봉, 호봉, 지도·논문 실적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으며 당시 교수들도 찬성했다. 이사회 승인도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수가 연봉 책정 기준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개선책을 찾아내 조치하고 있다"라며 "학교의 재정난 극복과 발전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보한 교수들은 "2012년 당시 교수들은 학교의 연봉 책정안을 반대했다"라고 반박했다. 서로 이야기가 다른 지점이다.

[문제②] "협상조차 없이 고정된 임금"... 계약서상에 세부 내역 명시 안 해

고정연봉제 교수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이 교수들은 문자 그대로 임금이 고정돼 있다. 이들은 임용 때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3600만 원을 받고 있다(정년트랙 교수 기준, 비정년트랙 교수는 1800만 원 고정).

고정연봉제 교수도 학생 유치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E교수는 "물가상승률도 반영이 안 되는 임금이다. 그동안 연봉 협상 같은 것조차 없었다"라면서 "학교가 학생 유치를 독촉해 영업을 뛰지만, 성과급 등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학교에서 같은 일을 하는 교수들의 연봉 체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D처장은 이에 대해 "학교에 임용된 교수의 임금·계약 형태는 모두 다르다"라면서 "임금협상을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여건이 되면 협상할 수 있겠지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학교의 규정상 학교는 "보수의 합리적인 책정을 위해 표준생계비 및 물가의 변동 등에 대한 조사를 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S대학원대학교의 교수 재임용 계약서. 보수에 대한 부분은 "연봉계약제로 별도의 계약을 한다"라고 명시된 게 전부다.
 S대학원대학교의 교수 재임용 계약서. 보수에 대한 부분은 "연봉계약제로 별도의 계약을 한다"라고 명시된 게 전부다.
ⓒ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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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교수를 비롯한 복수의 교수들은 자신의 연봉에 대한 세부 정보를 모른다. D처장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라고 반박했지만, 이 대학은 교수들에게 재임용 계약 당시 별도의 연봉 계약 문서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수들은 "학교가 개인 연봉 산출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청해도 거부했다"라고 주장했다.

C교수는 "재임용 계약서를 보면, 성과연봉제 교수 계약서엔 '보수는 연봉계약제로 별도에 계약을 한다'라고, 고정연봉제 교수 계약서엔 위 문구에 '3600만 원'이라는 액수만 추가돼 있을 뿐"이라면서 "내가 받는 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계산돼 있는지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법상 교수의 임용이나 급여에 대한 건 대학 자율에 맡긴다(사립학교법 53조의 2)고 하지만, 이건 기본도 안 돼 있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제③] "돈으로 메우는 업적평가"... 매년 수백만원 내는 교수들

S대학원대학교가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규정집 중 교수업적평가 부분. 기준점수를 만족해야 한다. 보직교수는 기준점수가 제공된다.
 S대학원대학교가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규정집 중 교수업적평가 부분. 기준점수를 만족해야 한다. 보직교수는 기준점수가 제공된다.
ⓒ S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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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S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은 매년 교수 업적평가시, 모자란 연구·벤처 영역 점수를 메우기 위해 사비를 내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교수들은 학교 발전기금·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냈다.

이 대학의 교수업적평가는 ▲ 연구·벤처(120점 기준) ▲ 교육(100점 기준) ▲ 봉사(100점 기준) 영역으로 나뉜다. 복수의 교수들은 각 영역당 기준 점수를 넘겨야 재임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연구·벤처 영역에 있다. 이 영역에는 외부·대여연구비 수주, 학술논문 발표, 산학협력, 기타(재정기여, 취업 등) 평가 요소가 있다. A교수는 "국외 저명학술지(SCI급) 논문은 한 편에 10점, 국내 저명학술지(KCI급) 논문은 편당 8점"이라면서 "60점을 받으려면 SCI 논문을 6개 써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평가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연구·벤처 영역 중 학술논문 평가에 대해 '최소 10점을 넘어야 재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정해놨다.

또한 그는 "대학원대학이라는 특성상 전일 수업하는 학생이 없어 외부연구(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기 매우 어렵다"라면서 "교수들이 학생들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지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기준을 적용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벤처 영역 업적평가의 기준 점수 120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라면서 "평가 요소 중 '재정 기여'가 있는데, 연봉의 5% 이상 재정 기여시 10점을 인정해줘서 결국 학교에 돈을 보내 점수를 채운다"라고 밝혔다. 이 대학에 제시한 재정기여 항목은 ▲ 산학기금·발전기금·장학기금 등 출연시 ▲ 강의실 대관 유치시 수익금 ▲ 평생교육원 강의 수익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수들은 자신이 재임용 시기 즈음에 학교에 돈을 보낸 내역을 공개했다. 한 교수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총 2000만 원 가까이(한 해 평균 약 400만 원)를 발전기금 명목으로 내기도 했다. 교수들 대부분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돈을 냈으며, 어떤 교수는 연봉의 절반을 대학에 이체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이게 다 업무평가 부족 점수를 채워 재임용을 통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교수업적평가 중 연구·벤처 영역 점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발전기금을 출연했다. 개인정보를 위해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빨간색 동그라미 안을 보면 일곱 자리 숫자(백만원 단위)의 금액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교수들은 교수업적평가 중 연구·벤처 영역 점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발전기금을 출연했다. 개인정보를 위해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빨간색 동그라미 안을 보면 일곱 자리 숫자(백만원 단위)의 금액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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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학원대학교 "발전기금을 교수들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D처장은 교수들의 주장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작은 규모의 대학이다 보니 전공별 업적평가를 세세하게 두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개인별로 유불리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모든 요구를 다 반영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 기여에 대한 것은 정부나 기업의 과제 유치 등 다른 요소도 있다. 특정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발전기금 등을 교수들에게 강요하진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규정에 "전 영역의 기준 점수를 만족해야 하며, 합계 기준 점수도 만족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C교수는 "부족한 점수를 채우기 위해 발전기금을 내는 형편이다.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교수업적평가의 형평성도 논란이다. 이 대학의 규정은 "본부 보직자(처·실장급 이상)로 재임 중인 교원은 재임 동안의 기간에 대해 교육·연구·봉사·벤처연구(학술항목 10점 포함) 영역의 기준점수를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C교수는 "보직교수도 교수업적평가 대상이긴 하나, 기준점수가 제공되기 때문에 사실상 면제되는 것과 같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에는 처장인 보직교수가 2명인데, 이들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보직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D처장은 "보직 교수는 여러 가지 봉사를 하기 때문에 예우 차원에서 기준점수가 제공되는 것이다. 수많은 대학이 그렇게 한다"라면서 "제공되는 기준 점수 외에도 연구·벤처 영역 점수를 충족시키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복수의 교수들은 S대학원대학교의 이런 정책이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A교수는 "대학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좋겠다"라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에서 더 이상 비윤리적·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S대학원대학교를 둘러싼 논란을 알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학 교수들의 민원이 있었고, 교육부는 대학에 이사회 보수규정 등의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라면서 "요청한 자료를 받아본 뒤 법률상, 규정상, 계약상 문제가 있는지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의 의견을 구해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대학원대학교, #대학원대학, #석사, #박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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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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