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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고백' 한 여성의 용기 있는 고백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나온 서지현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 얘기입니다. 앵커 옆에 앉아 비 맞은 어린 새처럼 떨며 8년 동안 가슴앓이를 토해내던 서검사의 아픈 고백이 생생합니다.

인터뷰를 보며 처음에는 그 대상이 가장 깨끗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검찰이라는 데 절망과 분노가 일었고, 차츰 작은 떨림으로 잔잔하게 얘기하는 서검사의 모습에 내 가족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아 연민이 일었고, 시간이 지나자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렸던 글을 읽으며 나를 포함한 주변에 많은 남성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여자에게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라던 E선배(유부남이었다)나,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꺼예요'라고 행패를 부리던 F후배(유부남이었다)나,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에고 우리 후배 한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아대던 G선배(유부남이었다)나, 노래방에서(중략)'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부장이나,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 따위의 미친 말을 지껄여대더니 다음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 H선배(유부남이었다) 따위가 이따금 있기는 했지만...그럴 때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랫입술을 꾸욱 꾸욱 깨무는 것뿐이었다.'  –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발췌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나 또한 저와 비슷한 말을 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저 글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을지라도 혹시 내 말이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며 바라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찰은 제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지 말고 반드시 철저한 수사와 사건 관련자들의 처벌을 바랍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뻔뻔한 모습에 화가 납니다. 반성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변명하기 급급하고 이 상황만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재수 없이' 걸렸다는 반응 같아 더욱 불쾌해집니다. '재수 없다'는 명사 뒤에 붙어서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운수 따위가 순탄하지 못하고 나쁘다'라는 의미와 '마음에 들지 않고 기분이 나쁘다'라는 의미입니다. 혹시 이번 사건을 '재수 없이 걸렸네'라는 생각으로 대처할 생각이라면 당신들은 정말 '재수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두 번째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와 지속적 관심입니다. 서 검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일이 없었나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또한 성폭력 범죄를 나의 가족 일이라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문제 있는 검사였다', '정치계에 입문하려 한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이후 검찰 내에서 퍼지고 있는 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서 검사를 지키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찰의 구조적 문제. 1월31일 jtbc 뉴스룸 화면 캡쳐
▲ 서검사의 용기있는 선택 검찰의 구조적 문제. 1월31일 jtbc 뉴스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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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이 땅에 사는 남성으로서 철저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길 제안합니다. 여전히 이 땅은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도 이 나라에서 여성들은 남성중심의 구조적인 틀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합니다. 그 여성들은 남이 아닌 바로 내 가족입니다.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시각으로 내뱉는 무의식적인 한마디 말이나 행동이 한 여성에게는 평생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남성들은 명심하였으면 합니다.

나 또한 이 글을 통해 반성합니다. 혹시 나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 드리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 동의하시는 분은 '#나도 반성 ME TOO'에 동참해 주십시오.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일부 컨텐츠 (#나도 반성 ME TOO 동참 호소글) SNS(페북,카스)에 인용했습니다. SNS글과 본 기사의 일부글은 중복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태그:##나도 반성 ME TOO, ##ME TOO, #서지현검사, #안태근, #최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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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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