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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30주년을 준비하며 경실련이 세 번째로 만난 분은 강철규 전 공동대표님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부패방지위원장을 역임하시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해서 많이 알려지셨는데 경실련 창립 멤버이십니다. 경실련 창립 당시의 이야기와 경제정의연구소 설립 이야기 등 30년 가까이 지난 오래 전 이야기지만 창립 초기 활동들을 생생하게 나눠주셨습니다. 경실련 창립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뜁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교육자, 공직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재벌개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해서도 고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인터뷰는 7월 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진행했습니다... 필자 주

강철규 경실련 전 공동대표
 강철규 경실련 전 공동대표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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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 창립 당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서 전문가, 학자, 종교인 등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해서 조그만 연구실에서 책상 놓고 시작한 모임이 경실련으로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창립 당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1989년 6월 발기인대회를 했는데, 그 이전에 3-4개월 전부터 뜻있는 사람들이 나라 경제가 이래선 안 되겠다고 모였어요. 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인 3저 호황(저금리•저환율•저유가)으로 경제가 막 성장을 했어요. 87년 6.10 항쟁 이후 88년에 노태우 정부가 들어섰는데, 그 무렵부터 부동산 투기가 대단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전 국토가 투기장화되고 전 국민이 투기꾼이 되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너나 할 거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땅 살 데 없나 집 살 데 없나 하고 다녔으니까. 노태우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서해안고속도로 개발 및 신도시 개발공약을 많이 해서 그래요.

그 과정에서 실제로 넓은 땅을 많이 산 건 재벌들인데 거기에 편승해서 전 국민이 근로해 돈 벌려고 생각 안하고 전부 땅 투기해서 일확천금 노려서 돈 벌려고 했단 말예요.

그래서 뜻있는 학자들, 종교인들, 시민, 전문가들이 이래선 안 되겠다며 몇 사람씩 모이기 시작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늘어났어요. 우리가 뭘 해야 되냐? 이 땅이 일한 만큼 대접받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시민연대를 하나 만들자 해서 준비를 3개월 했어요. 그리고 6월 3일 발기인대회를 YWCA회관에서 했어요.

발기인대회 끝나자마자 투기를 막지 못하면 나라가 끝난다는 생각으로 7-8명 교수들이 숭실대학교 이진순 교수 방에서 매주 두 번씩 모여서 토론을 했어요. 여러 사람이 참여했어요. 경제학자, 부동산업자, 시민운동가 등등. 그렇게 모여 공부한 걸 종합 정리해서 8월 중순에 여의도 백인회관에서 최고의 공개세미나를 했어요. 하루 종일 세미나하면서 내세운 3가지 해결책이 토지공개념 3법이었어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를 제도화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경실련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떴다 알려지면서 11월에 정식으로 창립총회를 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경실련이 생겼다고 볼 수 있지요."

- 창립 이후 초기에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경실련문고라는 책을 냈어요. 89년에 김태동 교수의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라는 책이 처음 나왔고, 91년에 나하고 최정표, 장지상 교수가 공저해서 <재벌, 성장의 주역인가 탐욕의 화신인가>라는 책을 냈는데 많이 팔렸어요.

재벌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대토론회가 열렸어요. 전경련에서 세 사람, 경실련에서 세 사람이 나와서 하루 종일 재벌 문제로 토론을 했었어요. 책을 쓴 다음이니까 자료가 많았어요. 전경련은 전경련대로 재벌을 대변하면서 열띤 토론을 했죠. 이튿날 모든 신문에 대서특필로 나갔고, 경실련이 많이 유명해졌어요.

재벌 다음에 했던 게 금융실명제인데, 찬반 논쟁이 많았어요. 경실련 많은 사람들이 찬반토론회 나가서 금융실명제 도입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전경련에서는 금융실명제 하면 나라 망한다고 난리가 났었죠. 우리나라는 도장문화인데 투자가 안돼서 망한다고 그랬었어요.

93년 8월 15일 전격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도입을 발표했죠. 아마 사진 찾아보면 있을 텐데 경실련 사무실에서 축배를 들며 사진을 찍었었어요."

- 경제정의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하기도 하셨는데, 연구소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니까 땅을 가진 땅 부자들이 경실련을 좌파 정도가 아니라 빨갱이 단체로 보는 비판이 있었어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기업을 비판한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 기업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경제정의에 기여하는 기업은 상을 준다는 아이디어를 낸 거죠. 그래서 경제정의 지표를 만들고 기준에 맞는 기업들을 상을 주기 시작했어요.

당시 미국에서 갓 공부하고 돌아온 학자들이 그 모델을 만들었어요. 김평기 원광대 교수, 홍길표 백석대 교수, 전병화 연구소 연구부장 등입니다. 그 모델에 강장기업 데이터를 전부 넣어서 결과를 뽑고, 주위 평판도 검증하고 재차 확인해서 선정된 기업을 자신 있게 발표해서 상을 줬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 대표님은 어떻게 경실련 운동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원래 학생 때부터 데모를 많이 했어요. 65년 한일회담 반대 단식투쟁, 75년 민청학련 다음에 일어났던 서울의대 사건에서는 내가 배후자라고 잡혀서 1년 서대문에 가 있기도 했어요. 60년대 대학 때는 투쟁을 했고, 민청학련 때는 우리가 앞에 나서는 건 아니었고 관련자들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이유로 보안사 가서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갔었어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라고 있었는데 거기 세 친구가 나한테 사회주의 경제와 남북문제에 대해 배웠다고 한 거예요. 만나서 얘기도 하고 시국토론도 하긴 했는데 이 친구들이 붙잡혀가면서 그렇게 됐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대학 졸업하고 한국은행 다녔었는데 재판받고 하느라 그만두고 나중에 뒤늦게 유학 가서 공부해서 학계로 가게 됐죠.

87년 이후는 민주화가 한 단계 성공, 도약을 했다고 봤어요. 근데 소위 학생운동 시민운동은 전부 민주화, 반독재 투쟁이었어요. 반정부 투쟁, 비합법적인 투쟁은 독재 시절에는 할 수 있었지만 87년 헌법이 여야 만장일치로 가결돼서 된 거잖아요. 시민들이 다 나와서 넥타이부대까지 나와서 한 건데 그 법을 일단은 지켜야지. 그래서 이제부터는 시민운동에 대한 개념도 바꿔야겠다. 앞으로 현실문제를 가지고 대안 있는 시민운동을 하고 법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하자 해서 경실련 운동에 함께하게 됐죠.

비판도 있었어요. 사이비 시민단체 아니냐. 저항도 하고 투쟁도 하고 그래야지 무슨 법 테두리 안에서 한다는 거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판이 사라지고 참여연대가 95년에 나오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는 단체들이 계속 나왔죠."

강철규 전 경실련 공동대표와 지난 7월 9일 여의도중소기업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철규 전 경실련 공동대표와 지난 7월 9일 여의도중소기업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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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시절에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셨는데, 경제력 집중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95년인가 경실련 안에 시민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시민이 공정거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시도 하고 비판도 하자 해서 변형윤 선생님이 대표하실 때 생겼죠. 그 때 시민공정거래원회 초대 위원장 했었던 인연이 하나 있고,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3년 3월에 공정거래위원장이 됐어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되는 일은 시장경쟁을 보호하는 거예요. 시장의 경쟁자인 어느 기업을 보호하는 게 아니고 경쟁체제를 보호하는 것이 공정위예요. 공정거래법 1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역할의 키워드가 다 나와 있어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에요.

경제적 자유가 중요해요. 존 스튜어트 밀의 '타자 위해의 원칙'이 시장에서도 적용돼야 해요. 내가 나의 생명, 재산, 이런 것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자유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는데 타자를 해치지 않아야 해요. 시장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하되 남에게 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재벌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중소기업이 어떤 분야에 들어오려고 하는 걸 못 들어오게 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시장에서 쫓아낸다든가, 특허권을 다 구입해서 박살내버린다든가, 무슨 부품 공급을 다 금지시켜서 못하게 한다든가 등등 이런 것들이 전부 타자위해의 원칙에 위배되는 거라는 거죠.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적발해서 지키게 만들게 만들어주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지요.

또 하나는 공정성을 지켜야 해요. 재벌이 위법했을 경우는 법무팀 변호사들이 수백 명 있으니까 빠져나가요. 가난뱅이 중소기업은 걸려놓으면 재판 비용을 못 대거나 유명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서 여지없이 감옥에 간단 말이에요. 이런 게 소위 불공정한 거예요. 법률장벽을 어떤 사람은 뛰어 넘고 어떤 사람은 못 뛰어넘는 거죠. 시장이 자유의 원칙을 지키고, 공정성을 지켜서 결국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도록 하는 것이 공정위가 할 일이에요."

- 공정위 하실 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하시는 것?
"공정거래 역사상 임기를 다 채우고 나간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을 다 못 채우고 끝났는데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퇴임식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스탠딩으로 강당에 서서 차도 마시면서 강 위원장 3년 재임 중 10대 업적을 뽑았다고 해서 저도 1위가 뭘까 궁금했어요.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사 사건 아닐까 했는데, 그건 2위더라고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위법 판정하고 과징금 부과하고 시정명령 내린 적이 있었어요. EU에서 한번 하고 우리가 두 번째 한 거니까 세계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었죠.

그럼 1위는 뭘까 했는데, 소비자원을 경제기획원에서 공정위로 가져온 것이더라고요. 소비자보호원이 경제기획원(재경부) 소속이었는데 제 재임기간에 공정위 소속으로 가져와서 산하기구가 됐거든요. 공정위는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고 소비자나 기업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소비자호보원이 들어오면 후생을 증대하고 보상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숙원사업이었는데 안 되다가 가져온 거죠. 공무원들한테는 그게 제일 좋았나 봐요.

또 하나는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세워서 로드맵을 만든 거예요.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2004년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는데, 그런 내용을 포함해서 시장개혁 3개년 계획 만들어서 실천했었어요."

"김상조 공정위원장 '갑질 제거' 성과... 제도개혁은 미완성"

- 언론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제2의 강철규'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하는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소위 '갑질 제거'라고 하는, 재벌이 아니라도 가맹사업자라든가 유통업자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 즉시 처벌하고 발견하고 시정하고 하는 일은 일정수준 성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들을 공정하고 자유롭고 자율경쟁을 위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제도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봐요.

그 제도개혁의 핵심이 될 만한 것들이 뭐냐면 독과점(기득권자) 경제권력 재벌들 이 사람들이 쳐놓은 진입장벽이 있어요. 시장 안에 못 들어오게 만들고 있는 사람 배척해서 밀어내고 자기들이 독과점하면서 중소기업이 할 영역까지 해 나가고 있거든요. 이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되는데 앞으로 지켜봐야지요."

- 한편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재벌개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 된다고 봐요. 경제적 자유억압이 되고 있는 사례가 뭐가 있는지 시민사회가 그걸 찾아내는 거죠.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내서 발굴하고 이 불공정한 사태를 고발하고, 해결책은 시민단체가 대안을 내면 더 좋지만, 못 하더라도 정부가 해라, 학계가 해라 제시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이 고발을 자꾸 하는 게 중요해요. 구체적 사례를 많이 발굴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게 힘이 있어요.

경제정의,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 뭐가 잘못돼 있는지 그걸 찾아내서 자꾸 지적해야죠. 원칙적인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 30주년을 맞는 경실련 회원과 임원, 상근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30년이면 긴 시간이에요. 경실련 회원들, 활동하는 상근자, 임원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원조 시민단체라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상당히 중요해요. 소위 민주화 투쟁 이후 시민운동 개념이 바뀌었잖아요. 그 원조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어요.

한꺼번에 엄청난 획기적인 걸 한다는 거보다도 그간의 축적된 활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서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 어떤 제도개혁이 필요한지 관심을 갖고 그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벽돌을 하나씩 쌓아간다는 기분으로 하나씩 성과를 낸다면 앞으로 또 30년을 내다보면서 힘 있게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강철규 경실련 전 공동대표
 강철규 경실련 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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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월간 경실련 7-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월간경실련 , #강철규 , #공정거래위원장,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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