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꿀잠 입구 앞에서 김소연 운영위원장이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꿀잠 입구 앞에서 김소연 운영위원장이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 양대범

관련사진보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공간인 (사)꿀잠은 영등포역 인근 4층짜리 빌라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다. 노동자 숙박시설, 사무실을 모두 갖추고 있고 1층 카페에는 청소 노동자, 대리운전기사 등 휴식공간이 필요한 노동자가 자유롭게 쉬다 간다.
   
차별 없는 노동환경을 만들고자 애쓰는 꿀잠의 김소연 운영위원장을 지난 4일 만나 비정규직이 겪는 노동현실을 짚어봤다.

코로나19와 비정규직 노동자
 
꿀잠 3층 연대사무공간
 꿀잠 3층 연대사무공간
ⓒ 양대범

관련사진보기

 
- 코로나19로 비정규직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현장에서도 체감이 되나?
"체감이 된다. 최근 꿀잠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자리를 잃은 여행업계 청소노동자, 대리운전기사가 주를 이룬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퍼지며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도 꿀잠을 예전보다 더 이용한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어떤 사람들이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가?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피해를 크게 입는다.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노동자는 사용자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 때 노동조합이 없어서 악소리도 못 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집회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것도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 최근에 직접 참여한 노동운동이 있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파업에 함께했다. 상담사들이 건보 본부가 있는 원주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 하는 것을 도왔다. 원주시가 집회에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해 도보행진을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상담사들은 7박 8일에 걸쳐 청와대까지 걸어갔고 10일 오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면담을 가졌다.

정부는 건보 고객센터 상담원을 사회안전을 지키는 필수노동자라고 인정했지만 정작 상담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상담원 한 명이 하루 140콜 이상을 처리하며 화장실 가는 시간 5분이 아까워 기저귀를 차고 근무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보다 40% 이상 노동 강도가 강해졌지만 상담원들은 건보 소속이 아닌 민간위탁 소속이라 극심한 경쟁과 임금착취를 겪고 있다."

- 건강보험공단 상담사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한의사 선생님이랑 건보 공단 상담사 진료를 같이 갔다. 상담사들이 꾸부정하게 앉아서 근무하니 허리, 목, 팔목이 가장 아프다고 한다. 또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물을 마실 시간이 부족해 목이 마르다고 했다. 노동강도가 낮아지고 휴식이 보장되길 바랬다.

상담사 80% 정도가 우울증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비정규직은 5년, 10년 일해도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최저임금을 받는다. 상담사들은 건보가 직접고용을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길 원한다."

'비정규직 제로' 향한 전진
 
4층 숙소
 4층 숙소
ⓒ 양대범

관련사진보기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험으로 들어온 정규직을 역차별하는 불공정한 제도라는 반대도 상당하다. 김소연 위원장의 의견은 어떠한가?
"시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방식 자체가 공정한 제도인지 고민해야 한다. 97년 IMF 외환위기를 겪고 98년 파견법이 통과되며 비정규직이 한국 노동시장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금의 청년들이 좁은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으나 비정규직이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똑같은 업무를 한다면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 한 회사 안에서 일하면 그 회사의 소속이어야 한다는 인식. 이게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비정규직도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내 노동운동의 취지다."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인가?
"꿀잠같이 비정규직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노동자끼리 연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와 함께해주는 정규직, 일반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소연 위원장의 노동운동

- 언제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나?
"내가 노동자라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을 하며 살아왔다.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활동을 한 게 아니다. 1992년도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가 2000년에 망했는데 퇴직금도 안 주고 사장은 도망갔다. 그래서 파업투쟁을 했다. 2010년에는 기륭전자에 파견근로자로 다녔는데 임금체불 등 여성노동자들을 차별해서 이를 시정하고자 투쟁했다. 내 삶을 살아가다 불의를 마주쳤을 때 외면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뿐이다."

- 사회문제에 눈을 뜬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2학년 때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사회 분위기가 개혁적인 경향이 강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꼽자면 정화여상 재학 당시(1987년) '사학비리 척결 사립학교 민주화 운동'이 첫 사회운동 경험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상고로 진학했는데 학교 교육의 질도 낮고 비리가 심했다. 

1987년에 올림픽 관련 행사가 많아서 행사인력으로 불려갔는데 옆 학교 친구들은 빵도 먹고 교통비도 지원받았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어떤 지원도 없어서 알아보니 사학재단에서 학생들에게 줄 비용을 착복했다. 그때 사학재단을 비판했던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분 발언이 막히자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항의했다. 전교생이 시험거부(백지동맹)도 했다. 결국 교장이 물러났고 이때 학생회 선거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륭전자 노동자로 살아가던 김소연 위원장은 회사의 불법파견, 열악한 공장 상황 등에 분노해 지난 2005년 기륭전자분회를 결성해 투쟁했다. 김소연 위원장을 포함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1895일간 비정규직 철폐 운동을 했다.

결국 2010년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사회적 합의가 국회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이 야반도주를 하고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김소연 위원장은 철야농성과 오체투지 등 다시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 기륭전자 노동운동을 하던 당시 고공농성과 단식투쟁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고공농성이나 단식투쟁을 하게 된다. 내 죽음으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요구하는 게 목숨을 걸어도 해결 안 되는 문제인가. 임금을 수백만 원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일터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소박한 요구가 목숨을 걸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비참한 마음이 들었고 상황에 몰리면 그렇게 하게 된다."

- 꿀잠도 기륭전자 노동운동을 하며 떠올린 아이디어인가?
"맞다. 10년 넘게 기륭전자 노동투쟁을 하며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깨달았다. 일상으로의 노동운동을 하려면 노동자를 위한 연대공간이 필요하다. 상경투쟁하는 지방 거주 노동자와 해고노동자를 위한 숙박 및 회의 공간 만들기에 2015년부터 착수했고 2017년에 꿀잠을 열었다."

태그:#꿀잠, #비정규직, #쉼터, #노동운동, #해고노동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상의 맥락을 짚어내겠습니다.

모두의 삶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