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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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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활동가의 쉼터 역할을 해왔던 '꿀잠'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꿀잠대책위'(대책위)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로 지은 집, 꿀잠을 지켜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해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 문정현 평화바람 신부 등 그간 꿀잠에 머물렀던 이용자들도 함께 했다. 김미숙씨는 지난 2018년 12월 아들 용균씨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를 하다 사망한 뒤 서울에 올라와 싸움을 이어갈 때 꿀잠에서 생활했다. 

김씨는 "계속되는 투쟁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꿀잠에 오게 됐다. 그때 꿀잠에서 정성을 다해 숙식을 제공해줘, 안정되게 버틸 수 있었다"라며 "그런데 난데없이 내쫓길 위기에 놓였다니, 사람을 살리는 장소를 더 만들어도 시원치 않은데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 너무나 부당하다. 영등포구청은 지금 당장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서울에 올라와 상경 투쟁을 할 때 100일간 꿀잠에서 머물렀다"면서 "꿀잠은 한순간에 무너진 저를 100일 동안 버티게 해준 공간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 공간은 사라져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 29일 3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유서에는 경마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다단계 갑질구조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유족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마사회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문 기수가 떠난 지 99일 만에야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꿀잠이 처음 제안된 건 2015년 8월이었다. 이후 2000여 명의 시민이 모금에 참여해 7억 6000만 원이란 돈이 마련됐고, 꿀잠을 열 수 있었다. 2017년 개소 후 매해 4000여 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이용해오고 있다. 하루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1층은 식당과 장애인 쉼터, 2층은 인권교육센터, 3층은 사무공간, 4층과 옥탑은 숙소 및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하는 문화교육공간과 전시공간, 치과진료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영등포구청 "꿀잠 측 의견 포함된 재개발안, 서울시 심의위 제출 예정"
 
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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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현 신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꿀잠’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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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이 자리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은 2009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꿀잠이 개소한 이듬해인 2018년부터 재개발 관련 일처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3월 재개발조합 설립인가가 떨어졌고, 그해 8월과 9월에 걸쳐 정비계획변경 동의서 모집이 이뤄졌다. 이에 김용균 재단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재개발조합에 '꿀잠 존치' 입장을 전달했고 조합으로부터 "향후 사업절차에 따라 꿀잠 측 입장이 반영되도록 전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등을 적극 검토한다"라는 내용의 답을 받았다. 

해를 넘겨 지난 3월에는 대책위, 재개발조합과 영등포구청이 함께한 3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꿀잠이 공공재임을 밝히며 '존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구청은 '꿀잠 위치가 (재개발구역) 중앙에 있어 현실적으로 존치가 어려우니 대토 등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토(보상제)는 공공택지에서 토지수용 시 현금 대신 새 개발지의 땅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꿀잠 측 의견(존치)을 포함한 주민들의 안을 서울시 심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 대토 등을 포함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토지소유자 등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최대한 꿀잠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영등포구청 앞 회견에 참석키 위해 제주 강정마을에서 올라온 문정현 신부는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와서 잠자고 쉬는 쉼터가 바로 꿀잠"이라며 "그런데 이런 보금자리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다. 원주민들은 가혹하게 내몰린다.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신부는 고 백기완 선생과 함께 꿀잠 설립 당시 서각과 붓글씨 전시회를 열어 꿀잠 건립에 힘을 보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 입구 벽에는 건립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 입구 벽에는 건립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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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모여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꿀잠’을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모여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꿀잠’을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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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지하 1층 전시공간에는 100여 일간 구슬 땀을 흘리며 꿀잠 짓는데 함께 노동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꿀잠’ 지하 1층 전시공간에는 100여 일간 구슬 땀을 흘리며 꿀잠 짓는데 함께 노동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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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은 비정규직노동자, 해고노동자, 문화예술인,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위해 치과 진료를 돕고 있다.
 ‘꿀잠’은 비정규직노동자, 해고노동자, 문화예술인,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위해 치과 진료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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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4층 쉼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냉장고와 전자렌지 등 취사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꿀잠’ 4층 쉼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냉장고와 전자렌지 등 취사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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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4층 쉼터에는 샤위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꿀잠’ 4층 쉼터에는 샤위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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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은 사회 활동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로 휴식 및 재충전, 치유, 교육과 문화 활동,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꿀잠’은 사회 활동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로 휴식 및 재충전, 치유, 교육과 문화 활동,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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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꿀잠, #영등포구청, #재개발, #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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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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