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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경남민언련에서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의 축약본이며, 전문은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홈페이지(http://www.ccdm.or.kr/xe/index.php?mid=moniotr_2022&document_srl=309817)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대선후보가 지역 유세마다 혈연, 지연을 앞세우며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것은 그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를 비판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의 잘못도 크다.

이번 선거보도에서도 후보의 연고와 지연을 강조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매체에서 빠짐없이 후보와 지역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그와 관련된 후보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보도가 발견됐다.

CJB청주방송 24일 리포트 <큰절하고 노래 부른 '충청사위' 이재명>에서는 아예 제목부터 '충청사위'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내용은 더욱 적나라하다. "원래 사위 보면 반갑죠?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했는데, 사위는 처갓집이 제일 편합니다"라는 이 후보의 인연 강조 발언 장면을 보도에 그대로 옮겼다.

전체 리포트 분량 중 선거 공약 및 홍보 관련 내용이 단 두 줄 뿐, '마을주민들이 씨암탉 대신 달걀을 선물했다'라는 등 선거 유세인지 처가댁 방문인지 헷갈릴 정도의 내용이 리포트로 담겼다.
 
CJB청주방송 24일 리포트 <큰절하고 노래 부른 '충청사위' 이재명> 중, 혈연을 뜻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CJB청주방송 24일 리포트 <큰절하고 노래 부른 "충청사위" 이재명> 중, 혈연을 뜻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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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CJB 보도 말미에는 "충주 유세에서는 지역 정책보다는 지역과의 끈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라면서, "(중략)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50분 동안 (유세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역 연고를 강조하며 정책을 등한시한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최악의 보도다.
     
MBC충북 24일 리포트 <이재명 1박 2일 충북 유세.. 처가 충주 공략> 중, 혈연을 뜻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MBC충북 24일 리포트 <이재명 1박 2일 충북 유세.. 처가 충주 공략> 중, 혈연을 뜻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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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충북도 24일 보도된 리포트의 제목(<이재명 1박 2일 충북 유세.. 처가 충주 공략>)에서부터 이재명 후보의 처가가 충주임을 드러냈다. 해당 보도에서는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한 내용이 CJB 보도보다는 덜했지만, "장인의 고향", "충청의 사위" 등 혈연을 강조하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한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리포트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행보도 함께 거론됐는데, 윤 후보 역시 "부친의 고향"이 충남인 점을 내세웠다며 혈연에 기반한 지역연고를 강조하는 내용을 리포트에 담았다.

KBS충북의 24일 보도 <이재명 이틀째 충북 행보…진보계열 선거전 동참>에도 리포트 초입에 "부인 김혜경 씨의 고향", "충북의 사위를 자처한" 등 관련 단어가 두 번 언급됐으나 사실 전달 차원에서 타당한 수준으로, 내용상 지역주의를 조장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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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권역 신문사의 사정도 같았다. 기사에는 "충북의 아들", "충청의 사위"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칭하는 "충북의 딸"까지 등장했다. 모니터 대상 4사의 경우 5일간(21일-25일) 각 신문사 당 평균 3.5건의 지역주의 강조 보도가 발견됐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각 매체의 관련 보도 건수마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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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선 후보가 사돈의 팔촌 연고까지 끄집어내어 지연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옮긴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5조(계층, 종교, 지역에 따른 보도)는 "방송은 선거와 관련하여 계층, 종교, 지역에 따른 지지 또는 반대를 조장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매 선거마다 언론은 이와 같은 보도를 반복 생산하고 있다. 유권자의 알 권리는 후보와 지역의 연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약임을, 언론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달은 '충실', 검증은 '부실'

방송은 5일간(21-25일)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적 충실히 전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받아쓰기 보도'에 한정되어 있을 뿐, 이를 비판·검증하고 분석하는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MBC충북 <뉴스데스크> (위) 2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래) 24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 대담
 MBC충북 <뉴스데스크> (위) 2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래) 24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 대담
ⓒ MBC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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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충북은 지난 2월 15일부터 <선택 2022> 기획보도 시리즈를 통해 대선후보들의 충북 공약을 집중 보도했다. 15일 <대선 후보의 충북 공약 ①이재명>, 17일 <대선 후보의 충북 공약 ②윤석열> 등을 차례로 보도하며 각 후보들이 내놓은 충북 지역 공약을 정리해 제시했다. 이어서 이번에도 21일 <대선 후보의 충북 공약 ③심상정>, 22일 <대선 후보의 충북 공약 ④안철수> 리포트를 통해 각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서로 간의 차이점도 짚었다.

또한 MBC충북은 저녁뉴스 <뉴스데스크>에 4당의 대표를 차례로 초청하는 6분 내외의 대담 시간을 편성했다. '충북 공약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이 대담에서는 2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4일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출연해 각 당과 후보의 충북 관련 공약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사전제작 형식으로 날카로운 점검과 비판은 없었으나, 각 당 공약과 기조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MBC충북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대표도 시간이 조율되는 대로 스튜디오에 초청하겠다고 설명했다.
  
CJB청주방송 <8뉴스> (위)22일 김동연 새로운 물결 당시 후보, (아래) 23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 스튜디오 출연 장면
 CJB청주방송 <8뉴스> (위)22일 김동연 새로운 물결 당시 후보, (아래) 23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 스튜디오 출연 장면
ⓒ CJB청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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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청주방송도 4당 대표를 스튜디오에 초청해 충북 공약을 들어보는 시간을 편성했다. 22일에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당시 대선후보(현재 후보 사퇴)가 23일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대담 순서를 편성한 점은 좋았으나, 2분 50초 내외의 시간 동안 충분한 내용을 이끌어내기는 힘들었다. CJB 역시 사전제작 형식이었다.

특히 CJB는 다른 언론사에서 언급하지 않은 청년 의제를 각 후보들에게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김동연 후보에게는 청년 정책을, 송영길 대표에게는 당내 청년 공천 문제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물었다.

KBS충북은 청주 상당지역구 네 후보들의 공약을 담은 리포트를 차례로 보도했다. 각 후보들의 공약을 전달하는데 그쳤으며, 검증이나 분석 내용은 없었다.

충청타임즈는 유일하게 기획 기사로 충북 공약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22일<현안 나열에 재탕 수두룩 … 유권자 냉담>, 23일<청주권 SOC사업·산업육성 편중>, 25일<대통령 당선 후 말 한마디면 될까 … "불 보듯 뻔한 空約"> 등 총 3일에 걸쳐 보도된 '대선 확대경' 기획보도에서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충북 공약을 소개했다.

태그:#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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