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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크라이나 침공 비판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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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교황은 2일(현지시각)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방문해 진행한 연설에서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의 동쪽에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퍼지고 있다"라며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 야만적인 시가전, 핵무기 위협은 먼 과거의 암울한 기억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오직 죽음과 파괴, 증오만을 불러온 전쟁의 찬 바람이 많은 사람의 삶을 강력히 휩쓸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인류에게 닥친 전쟁의 밤에 평화를 향한 꿈이 바래지 않도록 하자"라고 호소했다.

주요 외신은 교황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맥락상 '강력한 통치자'가 푸틴 대통령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교황청이 지금까지는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지만, 이날 교황의 발언은 새로운 차원의 분노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교황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한 것은 처음"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으나, 교황은 이를 거부하고 '전쟁'으로 규정했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초청 받은 교황 "키이우 방문 검토"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해서도 "갈수록 커지는 이주 비상사태에 대해 광범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다른 국가들이 무관심하게 방관한다면, 일부 국가가 전체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1189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또한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피란민은 400만 명이 넘었다.  

교황은 이날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 요청에 대해 고려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 답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 우크라이나 정교회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 안드리 유라쉬 교황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등이 교황의 방문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교황은 젤렌스키 대통령, 셰브추크 상급대주교 등과 전화 통화하며 이번 사태에 교황청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