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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저 좀 데리러 오면 안 돼요?" 무슨 일 있냐고 하니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하다는 것. 지금 이동 중이긴 한데 조금 먼 데 있다고 하니 그럼 괜찮다고 그냥 걸어서 집에 가겠다고 했다. 처음으로 아이에게 이런 전화를 받아서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일단 일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어서 아이가 오는 길목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만나서 태웠다. 오면서 "너 왕따냐?, 왜 혼자와?" 물었다(보자마자 첫 질문이라니…. 내 수준이 이렇다). 친구 많다고 걱정하지 마라면서 '욱' 하신다. 그러더니 자기 반에 3명 빼고 모두 학원 다닌다면서 방과 후에 친구와 집 오는 방향이 반대라고도 했다.

입시학원 하시는 분 중 선행학습에 집중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랜 시간 청소년 진로 활동 하고 있는 나로서는 학교 공교육 이외에 학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학습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학원이 모두 나쁘다는 게 아니다. 선행학습이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것이니 원장님들 오해하지 마시길.

학원이 필요한 학생은 보충수업으로 보완의 개념이어야 한다. 보충 또한 학생 개인이 어떤 분야에 정말 열심히 하다가 잘 안 되는 부분에 필요한 내용에 한해서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원에 간다. 학부모도 학생도 모두 학원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서일까? 정말 학원에서 모든 학생이 공부한다고 생각할까?

학원에서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생들의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빼앗는다. 학교에서 수업 들을 때 한 번 들은 부분에 대해서는 학습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가 없다. 자신이 알지 못하면서 어디선가 한번 들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가지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까지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업에 집중력이 매우 낮아져 학교생활까지도 태만해지기 쉬워진다. 결국,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실제 흥미를 잃게 해서 학업 부진까지 가는 경우까지 있다. 이미 교육부와 전문기관에서 선행학습이 수업 태도와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아도 넘치게 많다.

공부는 억지로 할 수 없다. 돈 들이고 시간 버리고 거기에 학습 흥미까지 잃어버리는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학원 가서 서울대 입학했으면 전국에 학생 대부분은 모두 '인서울'했을 거다.

"우리나라 교육을 망가뜨리는 주범은 사교육이 맞다. 학원이 학생들을 죽인다. 나는 학원을 '가두리 양식장'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아무리 우수한 학생도 현재 대부분의 학원으로 들어가면, 그냥 양식 당하는 물고기가 되고 만다. 나는 유명강사들이 여러분들 자녀의 성적을 올려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고? 공부는 학생 자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교육업체 중 한 곳인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가 예전에 모 강연장에서 한 말이다.

최근에 '교육의봄'에서 손 대표의 강연을 시사인에서 요약해서 안내한 내용 중에도 "사교육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새로운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가 왔다"라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입시가 아닌 자기 주도적이며 행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움직이는 청소년, 청년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자신이 번 돈을 그러한 청년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한다고 했다.

선행학습 시키기 위해서 보내는 학원비와 시간을 아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찾으면서 경험하는 일에 쓰면 어떨까? '선행학습'보다 '선행경험'에 돈과 시간을 쓰라는 말이다. 공부는 습관이고 그 안에 즐거움을 주기 위한 동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집안에 문화를 모두가 책을 보고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가면 어떨까? 거실에 텔레비전 없애고 부모와 자녀가 모두 자기 책상 가져다 놓고 아이들도 자기 공부하고 부모 또한 퇴근 후 책도 보면서 자기 공부(혹은 일)하는 그런 분위기? 중간에 자녀와의 대화는 덤이겠다. 학원보다 자녀 공부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군산미래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선행학습문제, #사교육, #선행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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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길위의청년학교 #들꽃청소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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