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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주 작은 형용사' 표지
 책 "아주 작은 형용사" 표지
ⓒ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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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한지 11년이 지났지만, 스스로가 한국어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시인이면서 한국어에 자신이 없다니. 그래서 이번에 차근차근 한국어 문법에 대해서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문법을 잘 안다는 것이 시 쓰기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국어를 최전방에서 다루는 시인이면서 문법을 모르고 시를 쓴다는 창피함에서 한발자국 벗어날 수 있을 듯합니다.

김재원 아나운서의 산문집은 그래서 저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수 있습니다. 산문집의 목차를 열면 여러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형용사'입니다. 형용사는 동사와 함께 용언에 속합니다.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입니다.

형용사나 동사, 부사 등과 같은 '품사'를 우리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물어보면 정확히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품사의 사용방법이 한국어 품사가 아니라 영문법의 품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영문법과 한국어 문법을 혼동하여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김재원 아나운서의 산문집 제목인 '아주 작은 형용사'라는 문장에 형용사가 있을까요? 어떤 단어가 형용사라고 생각되십니까. '작은'이 형용사입니다.

다만, '작은'은 명사(체언)를 꾸며주는 관형어입니다(부사어는 동사와 형용사를 꾸며줍니다). 참고로 명사, 대명사, 수사를 체언이라고 부릅니다. 동사 형용사의 어간에 '~ㄴ'을 붙여 관형어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이라는 단어는 '작다'라는 형용사에 '~ㄴ'이 붙어 관형어가 되었습니다. 

시에서 형용사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왜냐하면, 시에서 화자의 마음가짐과 같은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어로 적절한 형용사를 골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시인이라면, 그의 문장은 누구보다 매끄럽게 읽힐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 형용사를 얼마나 아시나요? 시인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은 단어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작은 형용사>에서 익숙하지 않은 여러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1장 '가느다란'에서는 '느른한'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맥이 풀리거나 고단하여 몹시 기운이 없다', '힘이 없이 부드럽다'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어쩌면 느른함은 일상의 부수적인 감정이 아니라 필수적인,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참고 견디며, 일상의 서랍 속에 깊이 묻어 둬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릅니다." (71쪽)

<아주 작은 형용사> '느른한' 중에서

4장 '큰 투표함'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보입니다. '타끈한'과 '푸만한'입니다. '타끈한'이란 '치사하고 인색하며 욕심이 많다'라는 의미입니다. '푸만한'은 '배 속이 그득하여 거북하고 편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느른한'이나 '타끈한', '푸만한'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단어입니다. 어쩌면 평생 몰랐을 단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느끼는 푸만한 느낌.
내게 무언가 버려야 할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 (247쪽)

<아주 작은 형용사> '푸만한' 중에서

'느른한'과 같이 어려운 형용사도 있지만, 김재원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형용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위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형용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용사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바로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재원 아나운서는 이 책의 부재로 '그리운, 연약한,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재원 아나운서는

1995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6시 내 고향>, <강연 100℃> 등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아침마당>, <문화공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지은 책으로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마음 말하기 연습>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형용사 - 그리운, 연약한,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

김재원 (지은이), 걷는사람(2022)


태그:#김재원아나운서, #걷는사람, #아주작은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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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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