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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노사정의 합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장관급)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임명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현재, 정치권은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들로 시끌시끌하다. 

김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했다. 신영복을 제일 존경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외에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수령에 충성한다'란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일각에선 노사 화합을 도모해야 할 경사위 위원장으로서의 자질 문제를 지적하며 해촉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분은 70년대 말 80년대 노동 현장을 뛴 사람이기 때문에 진영에 관계 없이 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판단해서 인사를 했다"라며 감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지난 18일 "양심에 따른 소신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한편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모독죄 및 위증죄로 김문수 위원장을 고발하는 안건을 환노위에서 통과시켰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 하종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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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노동운동에 매진해 온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김문수 위원장 임명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하 교수와의 일문일답. 

-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김문수 전 지사를 임명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대통령은 김문수 위원장이 경사노위 위원장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임명했겠죠. 그런데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동안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지 않아서 제대로 역할을 못 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든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해야죠. 김문수 위원장을 임명한 걸 보면서 민주노총 등 앞으로 노동계와 대화할 의지가 과연 있는 건지 의구시이 들었어요. 김 위원장이 국회에서 물의를 빚은 발언을 한 뒤에 윤 대통령이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노동 현장에서 뛴 분'이라고 감싸는 발언을 한 거잖아요. 하지만 김 위원장이 뛰었다는 그 노동 현장이 벌써 수십 년 전 일입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많은 노동운동가와 네트워크가 있다'고 하는데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 중에도 극우 세력이 된 사람들이 있어요. 아마 그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김문수 위원장이 했던 발언들은 어떻게 보세요?
"본인이 실제 그렇게 생각해서 말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유튜브 등에 출연하면서 과장된 표현에 매우 익숙해져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바탕에 깔린 배경을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어요.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을 하다가 보수 정치인이 되면, 본래 보수 세력이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극우적인 발언 하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보수 세력 안에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돌출적인 발언 해서라도 극우 세력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죠. 또 자신의 과거 운동권 경력 때문에 보수 세력이 별로 신뢰하지 않을 거라는 자격지심이 있어서 훨씬 더 극우적 발언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 어떤 발언이 가장 문제라고 보세요?
"물론 이번에 국회에서 했던 발언들도 큰 문제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김문수 위원장이 이런 말들을 했어요.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 군대와 십자가 군대가 대한민국을 살릴 가장 강력한 힘이다'라거나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거나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 '원칙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말도 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경사노위 위원장이 됐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죠."

- 국민의힘은 일 한 걸 평가해야지 사상 검증하는 건 안 맞는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김문수 위원장은 사상 검증하기 이전에 이미 그런 발언을 통해서 자신 극우 보수적 사상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준 거죠. 최소한 중도 보수라면 몰라도 극우 보수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 경사노위 위원장을 맡게 되고 그 사람의 주장이 실현되면, 그것이 단순히 노동자들에게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상당히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심지어 국가 경제에도 유익하지 않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어느 정도 유지가 돼야 경제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 중에 가계소득 비중이 너무 낮은 게 문제예요. 경제 성장의 성과를 기업이 너무 많이 가져가요. 통계를 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그런 현상이 가장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기업이 가진 돈을 노동자 쪽으로 많이 옮겨 놔야 국가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고 1인당 소득은 세계 6위인 경제 선진국이지만, 출생률은 세계 최저로 낮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로 높은 상황이잖아요. 그런 것들도 어찌 보면 경제 성장의 성과를 기업이 너무 많이 가져가고 있으니까 나타나는 결과거든요. 노동자들의 소득이 점점 많아져야 출생률도 높아지고 자살률도 낮아질 텐데, 노동자의 권리를 위축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경사노위 위원장이 되면 나라 경제에도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거죠."

- 김문수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제 생각에도 김문수 위원장보다 더 나은 사람이 새로 선임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경사노위 위원장을 교체하거나 김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윤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은) 노동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강행될 것에 대비해서 노동자들은 아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겁니다."

- 어떤 준비요?
"노동운동이 본래부터 해왔던 중요한 활동들이 있잖아요. 그걸 '과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조직도 열심히 하고, 노동운동이 노동자들과 더 밀착되도록 노력도 해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요. 그동안 노동운동이 해 왔던 여러 가지 덕목들을 정말 신발 끈을 조인다는 심정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겁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 하종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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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은 어떤가요?
"물론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측면도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이렇게 커진 나라는 없어요. 우리 사회에 지금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대기업 정규직이 돼서 우월한 지위를 갖는 건 그동안 노력한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고, 열악한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이 돼서 고생하는 건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형벌'처럼 여기고 그것이 마치 '공정'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가치관이 형성돼 버렸거든요.

다른 나라에도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크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경제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는데도 살기 가장 두려운 사회가 된 거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차이를 좁히도록 노력을 해야 돼요. 그런데 정부와 기업 등 사회 지배 세력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당신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라고 자꾸 부추기면 그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기업 경영자 등 보수 세력의 지지자가 되는 거죠."

- 한국 노동 문제, 어떻게 전망하세요?
"당분간 노동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던 파견 노동 허용 업종의 범위를 확대한다든지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개혁 정책이 몇 가지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윤 정부안에서 기업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보수 정부는 기업의 민원 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한국 사회에는 형성돼 있어요. 지구상에서 분단이라는 특별한 정치 상황이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데, 이북에 집권하고 있는 정당의 명칭이 '노동당'이고 발행하는 신문도 '노동신문'이니까 우리 사회에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 시각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거든요. 그럼에도 시민들은 '내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노동문제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란 의문을  품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노동자들이 지금 과도하게 지나친 대우를 받는 건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좀 더 향상되고,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사회 전체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너무 크다고 해서 정규직의 소득을 낮추는 방식으로 차별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옳은 처방이 아니에요.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잘해야 하는데, 성인군자들이나 가능한 일을 그나마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노총' 같은 단체입니다.

민주노총을 대기업 정규직의 상징처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진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를 비난하는 모습은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 어용노조들은 전혀 활동하지도 않고 지배 세력과 맞서지도 않으니까 욕먹을 일이 없는 거죠. 민주노총이 비난받는 것은 그나마 활동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정규직이나 교사나 공무원들의 소득도 조금씩 인상하고 비정규직과 영세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소득은 더욱 빠른 속도로 인상해서 차이를 좁히는 방향으로 가야 돼요. 노동자의 권리가 지금보다 좀 더 강화되는 게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하종강, #김문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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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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