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8 05:05최종 업데이트 22.12.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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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 대통령실 제공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의의 판이 커졌다. 국민의 힘 정우택 의원과 김선교 의원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을 발의하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교육부도 정개특위에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반대했던 교육부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입장을 바꿨다.

실제론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

먼저 정우택 의원과 김선교 의원의 발의안을 살펴보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안을 보면 말이 좋아 러닝메이트제이지 정확히는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이다. 시도지사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때 지명한 교육감 후보자 서류를 포함하고 이를 선거 과정에서 알리게 된다. 시도지사의 선거 공보물에 교육감 후보자로 누구를 정했다고 밝히거나 교육 공약이 일부 포함되는 방식이 된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시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의안에는 크게 3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후보자의 선거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교육감 후보자 1인 평균 지출액은 10억 6천여만 원인데, 시도지사 평균 지출액이 8억 9천 3백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감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다.

둘째, 관심 부족에 의한 무효표가 발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밝힌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90만 3249표인데 시도지사 무효표는 35만 828표다. 시도지사보다 2.6배가량 많았다. 시도지사는 정당과 연관하여 투표가 진행되지만 교육감 후보는 그렇지 않다. 이름만으로 투표를 해야하다 보니 관련 정보를 모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셋째,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분리 현상 극복이다.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교육철학 차이로 인한 긴장과 갈등 사례가 발생한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통합에 대한 지속적 요구다. 

직선제 폐지 주장의 다섯 가지 문제점

이러한 직선제 폐지 주장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헌법 31조 4항과 교육기본법 제5조에서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당의 경선 과정과 지원을 거쳐 당선된다. 통상 정치를 이야기할 때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사용한다. 교육 영역은 상대적으로 정당과 정치의 요소가 덜했는데 교육의 정당 내지는 정치의 예속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긍정 의미보다는 부정 의미가 강해진다.

교육 과정이나 학생들의 발달단계, 교육 행정의 특성, 장학(獎學)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한 학습과 이해가 부족한 시도지사가 본인이 임명한 교육감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을 때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거부하기 쉽지 않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에 앞장서서 반대했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직선제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갈등, 대화와 토론, 설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명제 교육감들은 시도지사의 지시를 따라야 할 뿐 구조적으로 소신을 펴기 어렵다.

그러한 문제가 무상급식뿐일까? 예컨대 시도지사가 낡은 교육철학을 가지고 앞장을 서면 교육감도 따라야만 한다. 교육감은 도청의 교육국장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아직도 서울권 명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에 관심을 두는 지자체장도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역 소멸을 걱정한다.

둘째, 교육 특성에 대한 몰이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육은 일반 행정과 달리 교육과정, 학생들의 발달단계, 전인적 성장을 다룬다. 예컨대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와 학생에 교육행정은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행정의 논리와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수하고 고유한 영역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효율성과 시장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즉, 예산을 투입해 어떤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시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에 대한 몰이해는 자칫 외적 성과를 중시하는 정책과 사업, 프로그램에만 신경을 쓰게 만들 수 있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교육과정은 무관심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다. 지자체장의 교육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무관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자체장의 과거 문법에 사로잡힌 철학 내지는 정치적 득실로 교육 정책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셋째, 민주주의 관점에서 직선제 폐지는 문제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난한 역사의 과정을 거친 산물이다. 임명제나 간선제보다 직선제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책 통일성, 일관성의 관점에서 보면 임명제나 간선제가 더욱 적합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희생하고서라도 민주주의 관점에서 직선제가 갖는 의미가 크다. 유권자가 다양한 후보들을 판단하면서 누가 적임자이고 어떤 공약이 국가, 지역, 교육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고, 숙의와 공론의 과정을 거쳐 함께 책임을 지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 아닌가?

학부모와 주민이 투표권을 가지고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최적의 후보를 고를 기회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한국교총 주도로 헌법 소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는 본안을 다루지 않고 각하한 바 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교육감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교사·교원의 가르칠 권리 또는 직업수행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평등권, 교육자·교육전문가들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14.8.14 ⓒ 연합뉴스

 
넷째, 직선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낮은 상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2021)에서도 초중고 학부모의 50.9%가 직선제 유지를 찬성했고, 26.7%가 반대, 잘 모르겠다가 22.4%로 나타났다.

강득구 의원실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1만 8535여 명의 교직원, 고등학생, 학부모, 시민을 대상으로 2022년 7월 설문조사한 결과 현행 직선제 유지는 36.6%였고, 시도지사 임명제는 3.6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의 핵심 결론은 "현행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는 있지만 시도지사 임명제가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감 직선제 이후에 나타난 교육청의 성과와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교육감 관선 및 간선 시절과 비교해보면 교육청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교육부와 중앙정부만 바라보던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주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거 메커니즘이 가져온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교육청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고유한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 위임 사무가 아닌 자치 사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교육감이 중앙정부 눈치를 보는 모습, 소통 없는 모습, 무능한 모습, 정치를 목적으로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의 판단이다. 4년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판단과 흐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아직 교육청과 교육감이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연계협력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는 제도 개선 사항이지 폐지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선거를 둘러싼 여러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런 이유라면 모든 직선제는 다 폐지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진보와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관심을 둘 뿐 그들의 교육 철학과 공약 등에 대해서 충분하고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에 관한 정보 유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감 선거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고 이후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민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직원들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교육 중립성의 무게 앞에 짓눌려 있다. 선거 과정에서 교직원들은 SNS에서 관련 기사나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 '좋아요'도 누를 수 없고, 의견을 표명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토론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후보와 공약에 대해서 논의하고 발표해야 하는데 그것도 할 수 없다.

수업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교육정책에 대해 논의하면서 담론화하는 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청소년의 정당 가입도 가능한 상황에서 그들이 공약과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결과 발표도 가능한 시스템을 이제는 보장해야 한다. 정치교육과 시민교육, 선거 참여가 중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말하지만 선거 앞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육 공약과 후보에 대한 정보는 고작 선거 공보물과 언론의 일부 기사에 불과하다.

아울러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조직력 중심의 선거인단 방식에서 탈피해 공정하게 선거인단을 구축하여 주제별로 공론화하고 이 과정을 언론에서 보도하거나 중계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교육청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고유한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 위임 사무가 아닌 자치 사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85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 총회가 11일 오후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열리는 가운데 전교조충남지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22.7.11 ⓒ 연합뉴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통합의 길, 분리의 길, 연계협력의 길. 지금까지는 통합과 분리를 가지고 대립해 왔다면, 이제 연계 협력의 길이 중요하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상호 협력하여 지역 소멸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례가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교육을 위한 중간 지원조직 운영, 지역 연계 교육과정 활성화, 학교시설 복합화와 돌봄 등 협력 모델, 고교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학교 밖 기관 연계 등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신뢰와 소통, 상생의 경험을 서로 축적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직선제의 혜택을 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교육 영역에 대한 정당과 정치의 통제 내지는 통치 욕구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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