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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주민들의 반대로 3년째 방치돼 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주민들의 반대로 3년째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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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공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3년째 방치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북구청에 갈등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북구청 관계자 등과 면담을 갖고 갈등 해결 방안 찾기에 나섰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와 무슬림인 등 50여 명은 18일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평화적 건립 지지를 위한 집중행동'을 통해 북구청이 이슬람사원 갈등과 혐오차별을 방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야 할 북구청이 기계적 중립으로 무슬림과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수년째 지역사회내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슬람사원 건립을 지지한다"며 "대구에 살아가는 무슬림 유학생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왜곡된 편견으로 어려움을 마주하는 모든 무슬림 시민의 손을 잡는다"고 연대감을 표시했다.

단체는 "이슬람 사원의 평화로운 건립과 공사과정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혐오와 차별의 현장에 대한 북구청의 단호한 대책을 촉구한다"며 "경청과 대화를 통해 평등한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권 행정"을 요청했다.

배진교 대구경북차별철폐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양측의 법적 다툼은 끝이 났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극단의 혐오로 치닫는 형국"이라며 "급기야 지난해 11월부터 주민들이 공사현장 앞에 돼지고기를 내놓는 그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슬람 혐오와 조롱을 상징하는 돼지머리를 사원 앞에 전시하는 것은 가장 수치 높은 이슬람 혐오"라며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방치하고 정당화시키기까지 하고 있고 대다수의 언론은 침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단체와 이슬람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18일 오전 대구 북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 해결에 북구청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와 이슬람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18일 오전 대구 북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 해결에 북구청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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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이슬람사원 갈등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아즈 라작씨가 이슬람 문화를 혐오하는 지역 주민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18일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이슬람사원 갈등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아즈 라작씨가 이슬람 문화를 혐오하는 지역 주민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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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택 민교협 공동대표는 "이 일 자체가 북구청의 건설 중지 통보로부터 시작되었던 만큼 책임이 기본적으로 북구청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북구청은 더 공정하게 집행해 우리 모두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정정당당히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있는 무아즈 라작(Muaz Razaq)씨는 "이웃 주민들은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보면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사원 주민들이 플래카드를 걸고 학생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과 기도시간에 음악을 크게 틀어 방해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특히 가장 큰 혐오는 무슬림 기도처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작씨는 "그분들은 (돼지머리를 갖다 놓는 것은) 한국 문화일 뿐이지 이슬람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알다시피 한국 문화가 다른 사람 집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 놓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돼지머리는 아직 거기에 있고 이것은 한국 사회가 외국인들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은 북구청을 포함해 법을 집행해야 할 행정자치단체들이 아주 실망스러운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약 한국 정부가 다른 많은 외국인들을 어떻게든 유치하고 싶다면 어떻게 다양한 문화와 종교와 공존할 수 있는지 알리고 법을 집행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집단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종교인들이 1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을 찾자 한 주민이 스님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종교인들이 1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을 찾자 한 주민이 스님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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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을 찾자 경찰이 주민들과의 갈등을 우려해 길목 가운데를 경계로 만들어 충돌방지에 나섰다.
 18일 오후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을 찾자 경찰이 주민들과의 갈등을 우려해 길목 가운데를 경계로 만들어 충돌방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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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반대 주민들, 기자 붙잡고 항의

참가자들은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방문한 뒤 경북대학교에서 간담회를 갖고 무슬림 유학생들의 평화를 염원하는 예배를 올렸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이 현장을 찾자 일부 주민은 "우리가 이슬람을 혐오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집에 3일만 살아봐라. 시끄럽고 냄새가 나서 함께 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기자의 옷깃을 끌며 "우리 집 방을 하나 내주고 매일 밥도 해줄 테니 와서 3일만 살아보라"며 "밤낮으로 기도한다며 시끄럽게 하고 음식을 해먹기 때문에 강한 냄새가 난다. 또 많은 무슬림들이 한꺼번에 오가면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그마한 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사원을 지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 신뢰감이 깨졌기 때문에 대화도 하기 싫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 뒤에 배후세력이 많다며 우리가 혐오집단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면서 "우리들도 그렇고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모두 국민들이다. 국민이 우선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지켜본 한 스님은 "숲에 전나무만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나무와 몇 마리의 새와 몇 개의 풀들만 볼 것"이라며 "숲에는 다양한 나무와 다양한 풀과 다양한 새들이 공존하듯이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구청, 사원 인근 주택 매입 지시
 
18일 오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현장을 찾자 인근 주택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18일 오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현장을 찾자 인근 주택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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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구청은 이슬람 건축주들과 주민들 간 갈등의 해결이 보이지 않자 사원 인근의 주택들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도 북구청에서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니까 사원을 건립하는 인근 주택지들을 배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며 "아직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실 관계자들도 처음으로 북구청을 찾아 이슬람사원 추진 현황을 파악한 후 갈등 상황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문체부 종무실 관계자는 "주민과 건축주 간에 상생과 화합이 중요하다"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적 방안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대구 이슬람사원, #대구 북구청, #혐오, #차별,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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